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p.34
나의 모든 노력과 정성은 집착이 되어 모래처럼 쌓여가고, 우리는 이것을 붙들고 싶지만 결국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 그나마 한 줌이라도 움켜쥐고 싶지만 그것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마는 것이다.
-p.117
책을 펴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글을 깨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체험이 필요하다. 독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한글이 아니라 선체험이다. 우리는 책에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우리가 앞서 체험한 경험이 책을 통해 정리되고 이해될 뿐이다. -p.176
죽음이 안타까운 건 그것이 개체의 소멸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관계의 끊어짐 때문이리라. 인생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짜낸 관계의 직물은 죽음과 동시에 올올이 풀리고 흩어져 사라지고 만다.
-p.206
세계는 빛이고, 빛은 나의 특성이다. ‘세계’와 ‘자아’와 ‘빛’은 동일한 현상의 다른 표현이다. 이것들은 자아의 울타리 안에서 광활하게 펼쳐진다. 내 앞에 펼쳐진 빛으로서의 세계가 곧 나 자신이라는 진실. -p.240
모든 보는 존재는 충분하고 완벽한 세계를 자기 내면으로 갖고 있고, 그 내면의 빛은 그 존재를 부족함 없이 사로잡는다. -p.241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