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집여자였다. -엘살바도르 붉은 저녁 개정판

1. 옥희배상 -1 -1

by 이규만

1. 옥희 배상.


“어제도 힘들었어. 그만두고 싶어.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아.”

“미친년. 네가 여기 그만두면 뭐 빌어먹고 살래? 막장까지 왔어. 이년아. 마음 독하게 먹고 버틸 때까지 버텨.”

“그 남자만 아니었어도 그런대로 해볼 만했었는데. 내걸 만진다고 손가락을 넣는 거야. 일본 동영상을 말하면서 나한테 그대로 해보겠다는 거야. 아파 죽겠는데 그게 여자들한테 다 되는 거 같이 생각한 거 같아. 아. 지금도 아파 죽겠어. 끔찍해. 왜 나는 하필 그딴 놈만 걸리는 걸까? 술 취해서 개지랄 떨고. 제정신 줄 가진 남자는 없는 거야? 언니. 나 정말 힘들다.”

“어쩌겠니? 어차피 여기 일이 다 그런 걸. 너 몸 안 좋은 거 다른 애들 알게 되면 큰일 나. 그러니까 조용히 해.”

이 물장사도 사업이던가. 여파가 여러 대명한테 영향이 갈까 저러나. 언니는 남자를 받을 때는 최상이길 원한다. 너는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몸을 파는 것이다. 상품은 바로 너야. 잊지 마. 그런데 어째. 그 상품이 자꾸 하품으로 변질하여 가니.

옥희 언니는 자신이 피던 레종을 왼손으로 쥐고 오른손으로는 담뱃갑에서 새로운 개비를 뽑아 건네 라이터로 불까지 붙여주었다. 훅 빨아들이니 담배 맛이 혀끝으로 알싸하게 돌았다. 한 움큼의 숨이 찡하게 목 끝으로 턱턱 걸리더니 내뿜을 때는 연기가 하얗게 흩어졌다. 한동안 담배만 물고 뻑뻑 소리만 냈다.

언니는 참 고왔다. 여자인 내가 보아도 정말 예쁜 구석이 많았다. 그런데 이름은 촌스러웠다. 예전 어른들이 딸내미 이름 지을 때 아무렇게나 붙인 별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옥희’는 누님 이름을 숨기기 위한 거겠지. 술장사가 그렇게 떳떳하게 다른 이들한테 말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영수 오빠가 그랬었다. 혹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입장 난처할까 봐, 그런가. 그렇게 과거 남자 경험이 수려한 것일까. 이렇게 큰 술집에서 여왕으로 군림하는 그녀가 고작 ‘옥희’라니.

겪어보면 달랐다. 겉모습은 화려해도 말을 섞어보면 판이한 면들이 튀어나왔다. 마치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일 적마다 적연한 흔적들이 계속 목줄을 가르듯이.

담배가 다 타들어 가고 꽁초로 다다를 무렵이었다. 무거운 정적을 깨야 할 의무감마저 도는 분위기였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언니 근데 있잖아. 그 남자가 나랑 또 만나 재. 또 하고 싶다고.”

“미친. 그 새끼 진상 아냐?”

“맞아. 아무래도 진상 같아.”

“네가 잘해 주니까 그렇지. 불알 달린 남자 새끼들은 다 똑같거든. 어떻게든 여자를 따먹으려고 난리이거든. 뭐 여기 온 너나 나 같은 미친년들은 닳고 해져서 이제는 신선한 맛도 없을 텐데. 얼마나 애같이 굴어서 그 새끼가 너보고 또 하재?”

“몰라. 이제 너무 지쳤어. 이 짓도 오래 못할 거 같아.”

“허구한 날 그만둔다는 소리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하니? 나도 못 들어주겠다.”

더럽다. 쓰레기같이. 홀에 들어가 남자랑 뒹굴고 나오면 몸이 따로 놀았다. 약물에 취한 것 같았다. 둔탁해졌다. 그러다 조금 이따 보면 마취가 풀린 것같이 서서히 다리 사이가 슬슬 쑤셔왔다. 살갗이 벗겨져 쓰린 진통이 몰려왔다. 걸을 때 피부 면이 맞닿을 때가 가장 아팠다. 면도 칼날이 내 살점을 그대로 도려내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제발 그 짓만은 안 하게 해 줄 수 없어? 속의 것이 살점 갈린 것같이 아프단 말이야. 언니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고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남자는 잠자리를 원했다. 남자가 좋아서 마음에 든 것이 아니었는데도 저절로 몸이 길들어 반응했다. 아랫도리는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확한 동물이었다.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희열로 들떠서 어느새 남자의 온갖 짓거리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입 밖으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 남자의 손놀림은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옷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일단 한계선이 왔다. 좋은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고통이었다. 밀어내보려 했지만, 막무가내로 남자는 달려들었다. 남자를 밀어낼 힘이 달리고 도저히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끝끝내 주체할 수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을 두 손으로 훔쳐내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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