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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Aug 26. 2023

오리무중, '*프아' 마스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 이번에도 환불해 준다는 알림이 올 것 같아요

수로 4년째,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와 씨름 중이다. 그래서 마스크는 내게 필수품이다. 오죽하면 마스크가 브런치 글감이 되었겠는가?


마혜자. 마해자, 마기꾼... 

이런 신조어는 코로나가 몰고 온 특이한 풍조다. 일전에 나는 마스크에 얽힌 에피소드를 글로 발행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184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할 즈음부터 학교 현장은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차질 없이 잘 운영하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 했다. 부랴부랴 'EBS 온라인 클래스'를 개설하고 학생들은 그곳 입장하여 과제수행을 하코로나 상황을 대처해 나갔다.


차츰 화상으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전체 학년이 등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학년 별로 교차 등교하여 대면 수업을 진행하던 때도 있었다. 


그즈음에는 단 한 명만 코로나에 확진되어도 학생 전체와 교직원들이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게다가 해당 학생의 교실에서 수업했던 교사와 학생들은 보름간 재택 격리되었다. 원격 수업으로 진도를 맞춰 나가느라 진땀을 뺐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마스크를 구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고역이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었다. 요일제로 약국 앞에 줄을 서서 비싼 가격으로 마스크를 사던 때도 있었다. 


마스크의 공급량이 좀 늘어나면서 학생들에게 일정 분량의 마스크가 지급되었다. 교사들에게도 마스크가 간간이 제공되었다.


그때 보건실을 통해 받은 '*프아' 비말(KF-AD) 마스크는 내게 만족도 백퍼였다. 그 마스크는 여러 종류의 다른 마스크를 제치고 내게 간택된 셈이다.


국산 제품이었다.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는데...


그리고 그 마스크는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았다. 


내 피부는 모기에게 한 방만 물려도 팅팅 부어오르기 일쑤다. 모기에 물린 곳은 가려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여름이 끝나야 부어오르는 것이 제대로 가라앉고 가려움도 누그러진다. 


그런데 '*프아' 마스크 계속 사용해도 입술 주위에 아무런 뾰루지가 나지 않았다.


또한 그 마스크를 낀 채 안경을 착용해도 김이 서리지 않았다. 


몇 해 전에 나는 라섹 수술을 했다. 노안이 진행되어 교사용 지도서를 볼 때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일상생활할 때는 안경을 끼지 않지만 교실 안에서는 안경을 끼고 수업다. 마스크 낀 채로 안경을 쓰는 불편함은 겪어본 자만이 알 것이다.


그런데 '*디프아' 마스크를 낀 채로 안경을 착용해도 김이 서리지 않았다. 때로는 내가 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것을 깜빡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수업하는 내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잘 전달됐다.





나는 대체적으로 하루에 4-5개씩 마스크를 갈아 꼈다.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에 돌아오면 반드시 마스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러다 보니 한 주에 몇 십 개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프아' 마스크를 박스 채로 구입했다. 이 마스크만 주야장천 구입했다. 


그런데 나는, 올 8월 말에 정년 퇴임을 한다. 

그때까지 사용할 개수 정도만큼만 '*프아' 마스크를 구입해 두었다.


수업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내가 그 '*프아' 마스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집안에는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르겠는데 '평면형 비말 마스크'나 'KF-94' 마스크가 많다. 평생 사용하고 남을지도 모를 정도다.


게다가 요즘은 식당이나 카페에 노마스크로 출입한다. 교회 예배 시간에도 마스크를 끼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된 지 꽤 됐다. 


더 이상 '*프아' 마스크는 내게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것. 

8월 말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학교에 있는 묵은 짐을 미리 다 챙겨 집으로 가져다 두기까지 했다. 


그런데 생각본 적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복무했던 자리에 기간제 교사로 한 학기 더 근무하게 됐다. 


부랴부랴 '*프아' 마스크를 더 구입해야만 했다. 6개월간 사용할 분량의 마스크가 갑자기 필요해졌다.


마스크를 구입하던 사이트에서 구입 목록을 검색해 보니 그 마스크는 품절다.


궁여지책으로 인터넷을 뒤져 다른 사이트에서 그 마스크를 구입했다.


환불~


환불~


환불~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여 '*프아' 마스크를 몇 차례 구입했지만 주문한 상품이 없다는 메시지가 왔다. 환불해 준다는 멘트도 날아오곤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일주일 전에 또다시 그 마스크를 구입했다. 

요즘 배송은 로켓보다 빨라서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한다. 어떤 때는 주문한 지 몇 시간 후에 물품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구입해 둔 마스크는 감감무소식이다. 슬슬 불안해진다. 이번에도 역시나 환불이 진행될 게 뻔하다. 


[마지막으로 시도해 본 '*프아' 마스크 주문서]


아직은 그런 메시지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물품이 있다는 의미일까?


아무래도 이 회사가 생산을 중단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인터넷에 올려놓은 상품을 미처 삭제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구매버튼을 누르게 된다. 


이러면 사이트 측이나 소비자나 카드사 모두 허탕 수고를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잘 체크하여 미리 '품절' 처리를 해두면 좋겠다.



" *프아 마스크를 찾습니다. "



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을 구입하지 못하면 한 학기 동안 불편을 겪을 게 뻔하다. 암표처럼 웃돈을 주고라도 그 마스크를 사고 싶은 심정이다.


과연 나는 오리무중인 이 마스크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따끈따끈 중계 상황


열심히 마스크 환불에 대한 이야기를 브런치 스토리에 적고 있는데 알림톡이 날아왔다. 설마 했는데 '결제 취소'를 알리는 메시지다. 이어서 해당 사이트에서 출고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환불되니 양해를 해달라는 알림이 왔다.


[결제 취소 알림톡 / 환불 안내를 알리는 톡]


'다 틀렸다.'


남은 학기 동안에는 '*프아'가 아닌 다른 회사 제품 마스크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내 피부는 괜찮을까?

수업하는 중에 내 목소리는 딕션이 또렷하게 전달될까?

수업 중에 습기가 안경에 차 오르겠지.

그러면 눈앞이 흐릿해지겠지...


이제는 돈은 주고도 살 수 없게 된 그 '*프아' 마스크를 판매했던 회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돈을 많이 벌어서 사업을 접었을까?

아니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두 손 두 발을 든 것일까?


오늘 저녁에 '*프아' 마스크를 사겠다는 집착을 내려놓고 다른 KF-AD용 마스크 100장을 주문했다. 그 마스크는 내일 새벽 7시 이전에 도착한단다.  

['*프아' 마스크가 아닌 아닌 다른 마스크를 구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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