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 찬양Lim Jun 12. 2023

'일타 강사'를 소개합니다

- 전지적 일타 강사 시점

[시점의 힘 ]이라는 책을 읽은 후에 글 쓰는 관점이 다소 달라졌습니다. 또한 브런치 북, [ 전지적 뚠뚠이 시점]을 1편부터 4편까지 단숨에 손뼉, 발뼉까지 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시도해 본 글쓰기>입니다.


['시점의 힘'이라는 책 / '전뚠시' 1~4편까지의 브런치 북]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중학교 1학년입니다.


오늘 저를 한 번 소개해 보려고요.

저는 남학생이고요. 아직 여친은 없어요.


제 이름은 '도일'입니다. 구도일ㅎㅎ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가요? 맞아요.

S-오일, 그 회사 로고로 사용되는 캐릭터죠.


아, 지금 거울을 보니 그 '구도일'이라는 캐릭터가 저랑 많이 닮았네요. (아마도 '굿 오일'을 소리 나는 대로 하여 그 회사가 GOODOIL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 같네요. 멋진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빠가 이 회사에 다니는 건 아니에요.


사실은, 저희 아빠가 <<명탐정 코난>>을 엄청 많이 보셨대요. 거기 나오는 '남도일'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제 이름을 '도일'이라고 지은 거죠. 그런데 아빠가 '구'씨였고요. 그래서 저는 구도일이랍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저는 선생님들께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수업 시간에 발표를 잘한다고 그러셨어요. 저는 친구들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게 참 좋아요. 아무래도 제가 '관종'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중학교 입학할 때부터 맘이 설렜어요. 다른 초등학교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하게 되면 제가 더 많은 끼를 보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마 서너 군데의 초등학교에서 우리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영어시간이었어요.

우리 영어샘은 특이해요. 수업 시간 내내 모든 학생들이 빠짐없이 발표를 하게 하시네요. 발표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영 죽을 맛일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영어 시간이 좋아요. 


영어샘은 뉴욕과 토론토에서 다양한 수업 방법을 익혀 오신 듯해요. 영어 샘의 수업   방법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첫 째 수업 중에 조는 학생이 없으니까요. 제 차례가 되면 저는 구름 위를 나는 것처럼 신이 나요. 저는 최대한 천천히 제 차례를 만끽해요. 친구들도 제 차례가 되면 기대를 잔뜩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분명히 그럴 거예요. 근데 제 마음과는 다르게 왜 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제 몸은 부끄럼을 타고 있나 봐요. 


학습지나 교과서에 답을 써넣을 때는 '멘티·멘토' 매칭을 하시네요. 


"누가 동훈이 좀 도와줘야겠네."라고 샘이 말씀하셨어요.

'이때다!' 하고 저는 창가 맨 앞자리에서 뒷문 끝자리에 앉아 있는 동훈이에게 갔어요.


"야, 이건 말이야."


근데 동훈이 눈에는 영어가 그냥 글씨로만 보이나 봐요. 그래도 아주 천천히 소리를 높여 설명을 했어요. 저의 필살기는 천천히 알려주는 것입니다. 모르는 친구에게 급하게 알려주면 더 당황할 것 같아요.


"이건 3인칭이지?"

"3인칭이 뭐야?"

'아, 이거 곤란하구먼.'


그래도 동훈이에게 잘 설명해 보기로 했어요.


"는 1인칭, 는 2인칭, 나머지는 뭐든지 다 3 인칭야."

"그러면 가방도?"

"그렇지."


동훈이가 인칭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싶은 순간 갑자기 제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아무래도 저는 선생님 체질인 것 같아요.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 자세를 했어요. 턱을 만지작거리며 젠체하는 자세를 취했어요.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어? 쟤 누구야?"

"쟤, 일타 강사예요."


내 절친인 도준이가 영어 샘께 저를 일타강사라고 소개하네요. 역시 절친은 달라요.


"그래? 그럼 넌 앞으로 일타 강사야. 가르치는 법이 일타 강사를 넘어 특급 스타 강사 수준인데?"


와우 저는 일급 스타 강사로도 충분한데 영어샘은 한 술 더 떠서 특급 스타 강사라고 저를 불러 주시네요. 역시 영어 샘은 클래스가 달라요.


그날은 잠도 오지 않았어요. 계속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 이후로 영어시간만 기다렸어요. 그리고 영어에 대해 모르는 친구가 있기만 하면 1초 내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영어샘이 저의 맨티로 동훈이와 매칭시켜 주셨어요. 동훈이가 영어에 눈을 뜨는 날이 곧 올 거예요. 제가 일타 강사잖아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동훈이에게 영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었어요.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동훈이 눈이 밝아졌어요. 마침내 동훈이가 영어를 읽기 시작했어요. 수업시간에 동훈이가 영어를 읽을 수 있었던 순간에 우리 반 친구들 모두가 만세를 외쳤답니다. 물론 가장 신이 난 건 바로 저였답니다.


"야, 일타 강사 순서네. 오늘은 특별히 이 부분을 니 맘껏 친구들에게 수업을 해봐."


어마나, 세상에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역시 우리 영어샘이 짱이에요. 영어 샘이 내가 수업할 수 있게 PPT를 만들어 오셨더라고요. 기회는 아무 때나 오지 않는다는 걸 저는 알아요.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신나는 날이라 여기며 수업을 해보기로 했어요. 근데 왜 얼굴이 또 달아오르는지 모르겠어요.


내 절친 도준이가 가지고 다니는 알 없는 안경을 낚아챘어요. 강사는 안경이잖아요. 먼저 일단 그걸 꼈어요. 그렇게 하기만 했는데도 친구들이 "꺄악"이라고 소리쳤어요. 특히 여자 애들이 난리가 아니네요. 이 맛에 일타 강사 하는 겁니다. 


안경을 머리 위에 걸치고 교탁 앞으로 갔어요. 근데 제가 키가 좀 크긴 해야겠어요. 교탁 앞에 서니 키 작은 것이 더 드러나네요. 키가 10cm 만 더 컸더라면, 내 절친 도준이 만큼만 키가 컸더라도 옆 반 여학생들까지 쉬는 시간에 저를 보러 올 텐데, 간지 나기는 일단 글렀어요. 


말씀드렸죠? 저는 일단 말을 아주 천천히 한다고... 그리고 저는 몸짓 발짓을 엄청 많이 합니다. 일타 강사의 주 무기가 제스처 아닙니까? 그리고 이따금씩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는 안경을 한번 꼈다가 다시 머리 위에 걸쳤어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영어 수업시간에 제 순서가 됐어요. 걸어 나오는 폼부터 쿨해 보이고 싶었어요. 아주 천천히 칠판 앞으로 걸어갔어요. 연예인이 걷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폼을 멋있게 잡으며 걸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관종 맞는 것 같습니다.

[빈칸에 들어갈 말]

 칠판에 나와서 빈칸에 들어갈 답을 쓰는 것이었어요. 이거 그냥 정답만 쓰고 간다면 재미없죠. 그래서 저는 칠판 한가득 찰 만한 크기로 단어를 아주 천천히 썼어요. 내가 그날 썼던 sensitive라는 단어는 우리 반 학생들이 절대 까먹지 않을 거예요.


저는 단어를 천천히 적으면서 아주 여유 있게 설명도 곁들였어요. 물론 저는 칠판을 쳐다 보고 엉덩이가 학생 쪽으로 가는 자세로 그 단어를 적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손만 칠판 쪽으로 뻗어서 멋지게 썼어요. 그다음 빈칸의 답은 protects인데 마지막 s를 빨간색으로 쓰되 엄청 크게 써 줬어요. 영어샘이 그냥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칠판에 나와서 적어보라고 하셨을 때는 그 protect에 s를 붙이는지 확인하려고 그러시는 줄 저는 다 알아요.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잖아요. 그래야 우리 반 학생들이 주어가 3인칭 재(3.단.현.)일때는 동사에 s를 붙여야 한다는 걸 기억하겠잖아요. 이런 일타강사가 강의할 때는 절대로 졸지 않아요. 근데 제 얼굴이 왜 그렇게 달아오를까요? 사실 저는 부끄럽지도 않고 재미있는데 제 몸은 무의식 중에 부끄럼을 타고 있나 봐요.


저는 매일 영어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저는 이다음에 유명한 학원의 일타 강사가 되어 있든지 영어 선생님이 될 것 같아요. 근데 아이돌도 되고 싶고 개그맨도 되고 싶어요. 그리고 유명한 유튜버스포츠 앵커도 되고 싶어요. 이 많은 꿈을 다 이룰 수 있을까요? 근데 저희 엄마는 제가 의대에 가기를 원하시네요? 저는 의사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랑 한동안 실랑이를 하며 살게 생겼어요. 


앞으로 저희가 살아갈 세상에는 한 가지 직업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하여간 이다음에 멋진 구도일을 만나면 중학교 1학년 때 일타강사였던 그 학생이란 것을 기억해 주세요.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p.s.

이것은 이번에 제가 치른 논술 '쓰기' 수행평가입니다. 저 잘 하죠?


[대문사진:픽사베이]

이전 04화 마지막 '스승의 날'에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