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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Mar 16. 2022

총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걷던 아빠, 귀도

-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이 영화가 참 좋다는 얘기를 몇 번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좋았다. 내게는 참 좋았다. 

영화 줄거리

    로마에 갓 상경한 시골 총각 ‘귀도’는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로 약혼자가 있던 그녀를 사로잡은 ‘귀도’는 ‘도라’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분신과도 같은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조수아’의 다섯 살 생일,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은 ‘귀도’와 ‘조수아’를 수용소 행 기차에 실어버리고, 소식을 들은 ‘도라’ 역시 기차에 따라 오른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 게임이라 속이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불안한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덧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귀도’는 마지막으로 ‘조수아’를 창고에 숨겨둔 채 아내를 찾아 나서는데... [네이버 통합검색] 

가슴 찡했던 한 장면, 아빠와 아들 

- 총구 앞에선 아빠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다섯 살 아이는 아빠의 거짓말을 믿는다. 아니다. 아빠를 믿는다. 창고에 있던 철제 상자 안에 '침묵'하며 있으라고 당부하는 아빠의 말을 잘 듣는다. 철제 상자의 조그마한 구멍으로 내다본 광경에는, 아빠가 총구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는 아빠에게 고함치고 싶었지만 '침묵'하라고 했던 아빠의 말을 잘 지켰다. 아빠와 아들은 서로 눈이 마주친다. 아빠는 질식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안간힘을 다하여 용기를 낸다. 몸짓으로 아들에게 힘차게 말하고 있다. '그래, 이건 게임이야. 이제 잠시 후면 조수아 너는 이 게임에서 1등이 된단다.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단다.' 그러나 속마음으로는, '아니야, 조수아, 난 이제 마지막이야. 설령 내가 없더라도 너는 잘 살아야 해. 반드시 엄마를 만나야 해.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아빠는 지금 혼이 나가서 아무 생각조차 할 힘이 없지만 엄마와 너만 생각한단다. 너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몸짓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힘차게 걷는 것이다. 당당하게 걸을 게. 총구 앞이지만 아빠니까 울지 않을게. 사랑한다. 너를 만났으니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철제 상자 속의 구멍을 통해, 총구 앞에서 걷고 있는 아빠와 윙크하는 조수아

- 아빠를 바라보는 두 눈동자  

어린 조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짜증이 났고 조금씩 의심스러운 맘도 있었다. 친구들한테 들으니 사람을 태워서 비누나 단추를 만든다고 했다. 그래도 아빠를 믿기로 했다. 쇳물 냄새나는 철제 상자 속에 들어가서 숨 막히게 있다가 내다본 순간, 아빠가 보였다. 조수아는 크게 눈을 떴다. 눈은 별빛처럼 빛났다. 춥고 무서워서 차라리 게임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빠가 조수아에게 윙크를 한다. 조수아도 힘 있게 깜빡거리며 윙크로 화답했다.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빠는 잔뜩 신이 나있다. 아빠는 아마도 게임에서 1등을 하여 조수아에게 탱크를 받아줄 생각뿐인 것 같다. 아빠가 힘차게 걷기 시작한다. 그것도 잠깐이었고 더 이상 아빠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울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침묵'하라고 했던 아빠의 말을 꼭 지켜야 했다. 아빠가 말하기를,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밖으로 나가라고 했었다. 밖이 조용해졌다. 조수아는 살며시 철제 상자의 문을 열고 나갔다. 탱크가 오고 있었다. 역시 아빠를 믿은 게 잘한 일이었다. 이제 아빠와 엄마를 만나서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영화 같은 삶으로 살아가는 아빠와 아들

- 바람 앞에 선 아빠    

    대학생이던 아들이 자전거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때, 아빠는 아들을 살려만 달라고 애간장이 타는 기도를 했었다. 아들만 살려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하나님 앞에 약속했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무척 싫어하는 데도 아들에 대한 간증을 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마다하지 않는다. 아빠는 곤란한 입장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거나 사무적인 일처리 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었다. 그러나 아들의 사고 이후에 사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들이 아빠를 변화시키네." 


 아들에 대하여 처리해야 할 업무나 병원과 관련된 일들이 끊임없이 많았으나 묵묵히 다 해내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들 챙기는 일을 하며 꼬박 10년을 보내고 있다. 아빠에게는 아들이 바람과 같은 존재다. 아들이 흔들리는 대로 아빠도 흔들렸다. 병원으로 나다니기를 만 6년, 지금은 4년째 재택 치료 중이다. 아빠가 없으면 아들은 침대에만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한다. 아빠는 아들과 끈으로 묶여 있는 듯하다. 

 아빠는 소파에 드러누워서 TV를 보거나 빈둥대는 법이 없다. 실내 자전거를 타고 노젓기를 하며 TV를 본다. 왜냐하면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침대로 올리는 일을 하려면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도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 아빠를 부르는 바람 빠진 헛기침

   아들과는 10년간 소통을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하다. 계속 꿈을 꾸는 것일까?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지? 자기는 뭔가 신호를 보냈는데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까? 10년을 누워 있었는데 허리는 괜찮은가? 어지럽지는 않은가? 


  잇몸은 약할 대로 약하여 조금만 건드려도 피가 난다. 매 식사 때마다 먹는 약이 한 움큼씩인데 간은 괜찮은가? 위장은 또 어떨까? 맛을 알까?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온통 궁금한 것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간간이 소변을 본 후에는 킁킁거리며 헛기침을 한다. 목관을 하고 있으니 그 헛기침 마저 바람 빠진 소리다. 그것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믿고 싶다. 이 미미한 변화에도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 '엄마, 아빠 저를 이렇게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꼭 다시 일어나서 효도할게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너무 고생이 많으신 것 같아서 맘이 아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을 것 같다.

영화 후기

- 무자비한 역사의 수레바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인생 여정 앞에 놓인 벤치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우르릉 쾅쾅대며 시끄럽다. 조수아가 살았던 시대의 사람들은 무참히 '홀로 코스트'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 인 대학살. 일반적으로는 사람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죽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의 제물이 되었다. 역사는 무자비하다. 조수아의 눈에 비친 그 시대, 그 상황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그런 가운데서 '귀도'와 같은 사람들은 인생을 아름답게 살다 갔다. 


 - 먹먹한 인생 여정

  참 먹먹하다. 아들을 눈앞에 두고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빠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삼켰을 것이다. 아빠는 내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아들 곁으로 갈 것이다.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처럼 어김없이 아들 곁에 있을 것이다. 맘은 먹먹하나 아들이 우리 곁에 있어서 이 여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귀도는, 총구 앞에서 끝까지 당당했다. 

조수아는, 무서운 공간에서 꾹 참고 '침묵'했다.  

아빠는, 원치 않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해내며 살아왔다.

아들은,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을 보낸다.

나는, 끝까지 일상에서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포기하지 않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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