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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Jan 02. 2024

[포토 에세이] 어떤 자·소·서

- 제 이름은 ㅇㅇㅇ입니다

지난 연말에 폭설이 내렸지요? 온종일.


여기저기 눈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셨나요?

저는 이런 폭설을 단박에 해치울 수 있답니다.


수당도 필요 없고, 알바비를 챙겨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팁도 바라지 않아요.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저 발칙한 눈을 한 번에 싹 다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치워 드립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도, 놀이터를 하얗게 덮은 눈도 깜쪽같이 녹여드립니다. 세상에 런 청소꾼이 어디 있느냐고 경탄하실 겁니다.


솔가지를 덮었던 눈도, 인절미 고물처럼 꼬맹이들을 버물려 놓은 눈도 다 털어드립니다. 앙증맞은 눈사람도 치워야지요. 맴찢이지만... 얄짤없이 모두 녹드립니다.

?????

제 이름은 바로 폭설 다음에 이어 내리는, 시절 모르는 '겨울비'랍니다. 

아참, 제가 폭설을 녹여드릴 때 체감온도가 따뜻해야 합니다. 그래야 녹이고, 씻고 다 해드릴 수 있어요. 그건 잊지 마세요. 그게 핀트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저도 자신 없습니다. 가령 제가 일하는데 곧바로 땡땡 얼어버리면 이도저도 안 됩니다.


저기, 아이들이 눈 내리는 놀이터에 흩뿌려져 있는 듯하죠? 보이시죠? 아이들이 부둥켜안고 좋아하는 그 눈도 깜쪽같이 치웁니다. 애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제 할 일은 해야죠.

[눈사람]

누군가 예쁘게 눈사람을 만들어 두었군요. 이런 잔잔한 추억까지 한방에 훅 날려버리는 저는 멋대가리가 좀 없긴 하죠.




[눈에 덮였던 부분이 깔끔하게 녹은 모습]


보세요? 감쪽같죠? 이렇게  세척해 드릴 수 있습니다.



마치 쑥버무리처럼 먹음직스러웠던 눈꽃송이도 어디론가 다 사라졌죠?


여기저기에서 하얀 눈이 펑펑 내린다고 '눈소식'이 빗발쳤더군요. 하하하.



안녕하세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폭설이 내린 뒤에 시절 모르고 따라왔지만 한 방에 다 청소를 끝내버린 세기의 청소꾼입니다. 세상을 다 씻어내느라 혼났습니다.


이다음에 또 폭설이 난동을 부리면 곧장 뒤따라 올게요.

 깔끔하게 청소해 드리겠습니다. GOOD-BYE~



#취업소개서  #폭설  #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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