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를 보려고 떠나는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지인들도 몇몇이 동쪽으로 간다고 했다.
오래전에 두어 번 해돋이를 보러 새벽 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추위에 떨다가 제대로 된 붉은 햇덩이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
실패하지 않고 정확하게 해맞이를 할 계획을 세웠다. 그냥 떠나지 않고 방콕~ 하는 것이 제1 단계다.
그러기에는 섭섭하여 이벤트를 생각해 냈다. '서울의 봄'을 보기로 했다.
양력 섣달 그믐날 그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영화는 내 취향은 아닐 것 같았다. 남편이 전형적으로 좋아할 영화다.
"사람들이 '서울의 봄', '서울의 봄'이라고 많이 얘기하던데 저녁에 그거 보러 갈까요?
"아니."
"왜?"
"다 아는 내용을 뭐 하러 봐?"
"그런가? 볼 만한 모양이던데? 인터넷에도 자자하고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잖아요."
"나중에 개봉관에서 내리면 집에서 천천히 보면 되지, 뭐."
"내가 그거 검색해 봤는데, 내년 5~6월이나 되어야 집에서 볼 수 있다는데?"
"그때 보면 되지, 뭐."
"..."
부부란게 한 몸인 듯하나 동상이몽일 때가 많다. 남편의 의외의 반응에 당황했다.(혹시 나 몰래 혼자서 보고 오지는 않았겠지?) 그래서 나 혼자 보기로 맘먹고 감행했다. CGV를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아 휴면이 된 듯도 하고 내가 탈퇴를 해버린 듯도 하다. 로그인이 안 됐다. 겨우 되는가 싶더니 CJON으로 통합 계정을 다시 만들라고 한다. 다시 '가입하기'를 했는데 로그인이 계속 실패였다. 그렇다고 해서 한 번 보려고 했던 영화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성격이다. '비회원'으로 예매에 성공했다. 카카오 택시를 불러 극장에 갔다. 극장에 도착하여 예매 번호로 입장권을 교환했다. 뿌듯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해하기 쉬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혼자라도 보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감동이 되는 장면도 많았다. '풋'하며 웃을 곳도 간간이 있었다.
그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내가 전혀 몰랐던 내용들이란 것에 스스로 충격이었다. 그런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줄 몰랐다. 그때는 민주주의의 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시대에도 그런 류의 쿠데타가 가능할까? 혼자서 상상해 봤다.
"영화 재미있던데.."
"별 두 개가 별 네 개를 잡아넣지?"
"맞아요."
"국방장관이 비열하지?"
"맞아요."
"수도 사령관이 멋있지?"
"맞는데... 어떻게 다 알아요?"
"이 사람아, 그거 모르는 사람은 당신뿐일 거야. 그거 다들 알고 있어."(분명히 남편은 나 몰래 영화를 본 게 틀림없을 것 같다. 영화 내용을 꿰고 있다. 보고 온 나보다 더 잘 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아, 그러면 내가 제대로 몰랐던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 감명 깊게 봤나 봐요. 내려오는 엘베 안에서 어떤 분은 혈압이 오른다고 투덜거렸어요. 기분이 몹시 더럽대요."
영화 속에 나온 역사 현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늦게 잠들었다.
드디어 새 해가 밝았다. 먼저 일출 시간에 알람을 설정했다.
그런 후에 그 시간에 계속 동쪽 창을 내다봤다. 날씨앱에서 예고한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해가 떠올랐다. 마침내 해돋이가 시작됐다.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방~콕~ 해맞이도 충분히 감개무량했다.
남편에게 일출 장면을 보냈더니, 답장을 보내왔다.
그런 후에 그 사진에다 연하 인사 멘트를 적었다.
그리고 카톡 프로필 사진도 바꾸고 지인들에게 인사 카드를 보냈다. 진심을 담은 글을 일출 사진에 입력하니 내 맘이 지인들에게로 전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