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ipped>의 블루스를 얹고 싶다
라고 말한다. 선아는, 흑백 논리처럼 행복이 아니면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다.
무슨 사연인지? 누구와도 깊게 사귀려 하지 않는 영옥과 큰 욕심 없이 남들 다 서울로 갈 때도 고향, 제주와 가족들 지키겠다며 선뜻 뱃꾼으로 남아 고작 욕심이라곤 사랑하는 여자와 제주 바닷가에서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지닌 정준은, 아무래도 안 어울리는 블루스다.
고 3인 그들은 공부도 잘 하지만 연애도 잘한다. 제주를 벗어나 서울로 대학 가려다가 아이가 생겨서 둘이서 긴장하며 새 생명에 대하여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할지 두려워하는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무화과 나무라는 소재는 작품의 복선으로 탄탄하게 쓰이고 두 사람 간에 오고 가는 감정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게 한다. 어린 시절에 만나서 사춘기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싹 틔워서 키워 나가는 모습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나는, 매년 적어도 10번 정도는 이 영화를 학생들과 본다. 사춘기 학생들에게 열 마디 말보다 이 영화를 통하여서 잔잔한 감성을 친구들과 한 자리에서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본 것은 횟수로 100번은 넘는다. 그래도 볼 때마다 새롭고 좋다. 남다르게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줄리의 삼촌이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서 시설에서 지내는 장면이다. 그것 때문에 온 가족이 누려야 할 것들을 제대로 못 누리고 사는 모습이 맘이 아프다.
나도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볼 때만 해도 나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심한 장애를 입은 아들의 어미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Flipped>를 볼 때마다 속으로 울고 있다. 또 몇 번이고 이 영화를 보게 될 것 같다. 그 이후의 내 삶은 지금과 또 다른 빛깔로 바뀔 것이고 이 영화는 이전과는 다른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다.
그들의 블루스에 <Fliiped>의 블루스를 얹고 내 삶의 블루스도 슬며시 대열에 끼워 얹고 싶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14명의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를 보니, 드라마는 인생 같고 인생은 드라마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