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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May 07. 2022

야밤에 뜀박질

- '사제동행 축구 대회'를 위한 특훈!

  아들 간병을 오랫동안 해오던 중에 조금씩이라도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B&B 개념의 세컨드 하우스를 구하여 지낸 지 1년이다. 집 문을 열고 나가면 근린공원이 있다. 그것이 용도를 십분 발휘하여 이렇게 내게 유용해질 줄은 미처 몰랐다. 요즘 나는 매일 밤 8시에 그곳에서 뜀박질을 하고 있다.

   나의 일정은 어느 누가 봐도 빈틈없이 꽉 짜여 있다. 그런데 하루 중에 잠시 쉬어야 하는 저녁 8시경에, 나는 그 공원으로 나간다. 야밤에 뜀박질을 한다. 사제동행 축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6:00 기상 및 출근 준비
7:30 출근
7:50~8:30분 걷기 운동
8:30~15:00 수업 및 업무 처리
15:00~15:30 걷기 운동
15:30~16:30 업무 마무리
16:30~18:00 간병
18:00~20:00 저녁 식사 및 집안일
20:00~20:30 TV 시청 및 스마트 폰으로 지인과 소통 등 자유 시간
                   (야밤에 뜀박질하기)
20:30~22:30 교재 연구 및 글쓰기
22:30~ 취침
[인적 드문 공원의 야경]

 말이 공원이지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산책길 및 운동기구 정도만 구비되어 있다. 그래도 야트마한 야산과 연계되어 있으니 공기는 아주 좋다.  저녁 8시경에는 공원이 한산하다. 뜀박질을 시작하다가 누구를 만나면 식겁한다.  뜀박질을 하는 나를 보는 사람은 별 생각을 다 할 것 같다.


 '저분은 왜 저렇게 달리고 있을까? 혹시 부부 싸움을 한 걸까?'

 '걷기만 해도 될 텐데 야밤에 왜 뜀박질을 하지?'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인가?'


 공원에 개미도 한 마리 없고 나만 뜀박질을 하고 있으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남정네 서너 명이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더욱 무섭다. 초등학생 정도의 애들이 있으면 보호 본능이 생기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어떻게 그 애들을 지킬 것인가 궁리를 하면서 달리느라 맘이 편치 않다. 이런 내 맘을 알기나 하는지? 들고양이가 길의 한가운데서 눈을 번쩍거리며 앉아 있기도 한다. 기분이 섬찟하다. 고양이가 짝을 이루고 길을 막고 앉아 있으면 그것 또한 마음이 심란하다. 그래서 몇 바퀴 공원을 뜀박질하다가 무서운 생각이 들면 공원을 빠져나와서 동네를 돌면서 뜀박질을 한다.

   며칠 전에 축구 연습을 한 적이 있었다. 10분도 안 되어 숨이 찼다. 축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체력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스포츠다. 곧장 숨이 차는 저질 체력으로는 축구 게임에 풀타임으로 뛸 수 없을 것 같았다. 특단의 조치로, 매일 밤 뜀박질을 해서 심폐 기능을 강화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올해, 학교 '스포츠 데이'에 번외 게임으로 사제동행 축구대회가 있다. 나는 교사팀의 홍일점 선수로 선발되어 있다. 내가 학교 사제동행 축구 선수로 발탁된 것은 풋살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딸내미 때문이다. 딸이 '포그바'라는 축구 선수를 좋아해서 자신의 축구복 등판에, 자기의 별명 '먕기'에다 '포그바'를 합성하여 "먕그바"라고 떡하니 이름을 새겨서 입고  풋살을 했었다. 그러던 중 2019년에, '아디다스' 초청으로 포그바가 한국에 온 적이 있다. 그때 챌린지로 포그바와 함께 축구를 할 사람을 선정했었다. 딸은 자신의 활동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챌린지에 도전했고 당당히 당첨이 되어서 포그바와 한 팀이 됐다. 예능 방송, <미운 우리 새끼> 팀과 축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딸은 홍일점으로 그 팀에 합류되어 친선 축구를 했었다.  


 그 스토리에 대한 영상을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과 함께 본 적이 있는데 교장선생님은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다. 그래서 학교 체육대회 날에는 번외 게임으로 사제동행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3년 째다. 교장선생님이 나를 축구 선수 명단에 올렸다. 여자 교사가 남자 교사들과 남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축구를 한다는 것만으로는 볼거리인 듯하다.


 예전에도 교사 릴레이 선수로 선발되면 한 달 정도 기초 체력을 다졌다. 한 주간은 걷기, 두 번째 주간은 빠르게 걷기, 그다음 주간은 달리기, 그리고 마지막 주간은 실전처럼 리기 연습은 물론이거니와 스피드 있는 출발 및 바통 이어받는 연습까지 해두면 당일에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단 한 번의 경기에 숨이 차지 않기 위해서는 수없이 여러 차례 숨찬 상황을 견뎌내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했었다.


https://youtu.be/zZmdAjvLxcI

[딸의 아디다스 컨트롤 챌린지 지원 영상]

 알고 보면, 딸이 축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청출어람이다. 딸이 공부는 곧잘 하는데 체력이 약해서 신체 운동이 되는 동아리에 가입하라고 내가 권유한 적이 있다. 그래서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응원 단장을 하고 대학에서는 응원단을 창단하기까지 했다. 내가 축구에 관심이 많고 직접 뛰는 것도 불사하니 딸도 덩달아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을 정도이고 전문적인 기술을 나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내년이면 나는 정년 퇴임을 한다. 아마 사제동행 축구는 마지막이 될 수 도 있다. 올해 나의 포지션은 윙백이다. 체력부터 갖춘 후에 기술은 차후라는 생각으로, 매일 밤 나는 뜀박질을 한다. 야밤에 공원에서 혼자 뜀박질을 하니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하니 남편이 공원 한가운데서 운동기구를 타면서 시간을 보내 준다고 한다. 오늘 밤부터는 야밤에 뜀박질을 해도 무섭지는 않을 것 같다.


 https://youtu.be/Dckzg0M4baQ

[지난 해, 딸과 사위에게 특훈을 받고 사제 동행 축구 대회에 참석했었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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