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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May 10. 2022

어버이날 선물, <방탈출 게임>

- 게임비도 식사비도 우리가 냈다

<방탈출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는" 없음">

  딸 내외가 포르투갈 음식인 '에그 타르트'를 사들고 왔다. 딸은 항상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고 또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에그 타르트도 그래서 사온 듯하다. 스마트 워치 밴드, 서큘레이터, 인바디 저울, 로봇 청소기 등은 딸이 자기가 먼저 사용해보고 좋아서 우리에게 선물해준 것들이다.


어버이날인데 저희랑 <방탈출 게임> 한 번 할까요?


  자기들은 이미 두어 번 방탈출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 재미있었나 보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체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못 이기는 듯이 한 번 따라 가보기로 했다. '방탈출'은, 갇힌 방에서 추리하여 자물쇠를 열어야 한다. 다양한 난관을 헤치고 여러 개의 방을 빠져나와서 탈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비디오 게임 장르 중 탈출 게임을 현실의 공간에서 재현한 것으로, 이야기 진행에 맞춰 단서를 찾아야 한다. 방탈출 게임장이 있는 부평은 청소년들로 가득했다. 게임장 부근은 인파 때문에 차를 운행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방탈출 게임은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 듯했다. '자동차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만 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안전사고나 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시작부터 긴장이 되었다.


어머니도 함께 입장할 건가요?

네에!


주차 안내원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버이날이어서 그런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게임비가 좀 할인된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게임비는 우리가 내기로 했다.

 

어버이날인데 저희가 부담해야죠.

그런 게 어디 있어? 부모인 우리가 내야지 ㅎㅎ  


 젊은 세대가 우리랑 시간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우리의 모든 소지품은 락커에 넣어두고 안내 요원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딸 내외와 우리 부부는 일심동체가 되어서 게임장으로 입장했다. 사뭇 진지했다. 반드시 방 탈출에 성공해야 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우리에게는 휴대폰만 하나 주어졌다. 단지 몇 가지만 활용할 수 있는 용도였다. 우리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출처:pixabay]


 모르면 '힌트'를 이용하시고 힌트를 보고 모르겠으면 '정답'을 보세요. 모두 눈을 감으세요, 그리고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차놀이처럼 따라오세요.


 게임은 첫 번째 방에서부터 시작됐다. 모두가 갑자기 행동이 빨라졌다. 뭔가 결정적인 힌트를 찾아내려고 바짝 긴장했다. 각자의 역할이 일사천리로 정해졌다. 사위가 휴대폰을 잡았고 나는 미니 화이트보드를 집었다. 딸은 두어 번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행동 대장처럼 재빠르게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남편은 몹시 느긋해 보였다. 우리를 믿고 있는 듯했다. 그는  특별히 맡은 역할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 번씩,

 

이거는 이거 아닌가?

이거 아무래도 이거 같아.


라며 모둠원으로서 무임승차하지는 않는 모양새였다. 나는 메모할 일이 있으면 지체 없이 미니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문제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밀 번호 등을 하나씩 보드에 적으면, 딸이 부리나케 자물쇠 비밀 번호를 돌렸다. 자물쇠가 어두운 곳에 달려있으면 사위는 폰에 있는 플래시 기능을 활용했다. 도구를 십분 잘 이용한 것 같다.


  우리는 한 배를 탄 가족이다. 그 현장에서도 한 맘으로, 각자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짜내며 잠긴 자물쇠들을 하나씩 열고 앞을 헤쳐나갔다. 우리는 현실이나 게임에서도 운명 공동체였다.


힌트나 답을 보지 않고 고집스럽게  끙끙대면 이 방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갈지도 몰라요. 힘들면 힌트도 보고 급하면 정답도 보면서 가요, 그래야 우린 탈출할 수 있어요.


 라고 딸이 말했다. 그렇지, 인생도 그렇다. 내 힘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고 하는 게 인생이었다. 마치 방탈출 게임에서 슬며시 힌트를 보거나 정답을 열어 보면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힌트를 보고 정답을 봐도 때로는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중에 누군가는 그 방안을 생각해냈다. 우리는 종료 2분 전에 모든 방의 자물쇠를 다 열었고 결국은 방탈출에 성공했다.


 <디스맨>이라는 방탈출 게임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 가족은 서로를 보면서 감동에 젖었다. 책, 드라마 그리고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동과는 사뭇 달랐다. 마음뿐만 아니라 온 몸이 함께 감동한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함께 추리했고 방을 탈출했다. 서로를 의지했던 것이 뿌듯했다. 게다가 디스맨이라는 스토리가 주는 엄청난 메시지가 한동안 뇌리에 맴돌았다. 유의미하고 묵직한 감동을 받았던 게임이었다.


다음에 다시 오고 싶으신가요?

내년 어버이날에 다시 오자.

그래요, 부모님을 모시고 오니 할인 찬스도 있고 좋네요. 저녁은, 멕시코 음식 어때요? 부모님이 꼭 한 번 드셔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딸이 검색을 하더니, 'PUB' 하나를 찾아냈다. 생소한 곳이지만 딸 내외를 따라서 그곳으로 갔다. 그들이 메뉴판을 보고 이것저것을 시켰다. 토르티야, 나쵸, 타코, 부리또, 파히타 등등. 어라, 이것은 내가 가르치는 영어 교과서에서 봤던 음식들이다. 딸이 멕시코 음식을 추천해서,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음식을 실제로 먹게 된 셈이다. 그 음식을 먹고 나니 마치 외국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여러 가지 과일이 합쳐진 칵테일 주스도 곁들였다.

[포켓볼 사진 출처:pixabay]

 멕시칸 요리가 있는 그 PUB에서는 '다트 놀이'와 '포켓볼'도 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에 부부 대항 다트 시합을 했다. 기를 모아서 다트 핀을 던졌더니 점수가 많은 곳에 핀이 꽂혔는지 우리 부부는 '위너'가 되었다. 이어서 포켓볼을 쳤다. 10년 전 망년회 때, 딸과 아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식사도 함께 하고 노래방에 가서 목청껏 노래도 불렀다. 볼링장과 탁구장을 들린 후에 마지막으로 포켓볼을 쳤었다. 그 해의 망년회는 참 화려했었던 것 같다. 아, 그런데 그때의 멋있었던 그 아들은 10년간 의식 없는 환자로 누워 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라는 말이 맞다. 아들이 섰던 그 텅 빈자리에 사위가 포켓볼 큣대를 잡고 서 있다. 아들의 빈자리가 무엇으로도 메꾸어질 수 없었다. 늘 가슴에 바람이 일지만 그나마 사위가 든든히 서 있으니 너무 좋다. 사랑하는 딸과 사위가 어느 때보다 고맙게 여겨졌다. 그래서 멕시칸 요리 값도 우리가 지불했다.


 1년 후에, 딸과 사위와 함께 즐겁게 '어버이날'을 보낼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내용의 <방탈출 게임>을 하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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