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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무 감성적이야

그래서 찜했어

by homeross

저번에 회로 먹고 냉장고에 잘 얼려두었던 감성적인 아이가

다시 먹고 싶어 져 평소처럼 구워보려다 오늘은 왠지

바삭 보다는 촉촉의 느낌이 그리워 찜을 하기로 했다.


가슴이 아려온다

우선 해동 후에 잘 씻어서 칼집을 낸 감성돔의 가슴에 알싸한 마늘을 편 썰어 박아준다.

마늘의 향이 살에 스며들어 감성돔의 풍미를 한껏 극대화시키고 잡내를 없애주겠지만

그의 아려오는 가슴이 조금 신경 쓰여 눈물이 나지 않는 걸 보니 내 마음이 너무

삭막해진 것 같아 거기서 눈물이 흐를 뻔했다.(무슨 말이지?)


어슷 비슷


찜에 들어갈 요와 이불 같은 파, 마늘, 양파를 어슷 비슷하게 잘 손질하 준다.

한국인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파마늘양파면 양념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채소를 깔아도 주고 덮어도 주고 춥지 않도록 따뜻한 스팀을 쏘여주기 전에

혈액순환을 돕기 위한 소주 한잔을 뿌려주면 냉동실에서 꽁꽁 얼었던

그의 마음을 다시 감성적이고 촉촉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냉장고에서 바로 나왔을 땐 냉청한 이성돔이었다.)



20분쯤 따뜻하게 찐 감성 이를 그릇에 옮겨 주고는

간장, 설탕, 식초를 배합한 양념장을 뿌려준다.

이대로 먹어도 되지만 무언가 기름진 무언가가 필요하다.



마늘 양파를 기름에 넣고 잘 튀겨주면

기름이 마늘과 양파의 풍미를 가지게 되어

맛있는 마늘 기름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이 기름을 잘 쪄진 감성돔 위에 차르르르하게

부어주면 껍질이 약간 바삭해지고 모자랐던 기름짐을

채워주어 더욱 맛있어진다.



그렇게 완성된 감성돔찜을 보고 있자니

그의 마지막을 추모해주고 싶어 술을 한잔 올렸다(?)

사랑해...

숟가락에 살과 양념 그리고 야채를 곁들여

먹었는데 와~ 정말 촉촉하고 달콤 짭짤의 향연~


마지막까지 그는 좋은 감성돔이었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생을 저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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