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 말했듯이 영국은 어떤 면으로는 융통성이 없는 모두에게 같은 매뉴얼과 규칙을 적용하는 꽤 평등한 나라이다. 정해진 룰은 대통령 아들 딸이라도 따라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조금 융통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사정과 형편이 다 이해 가고 충분이 납득이 가도 안 해 주는 부분들도 많다. 그래서 별 것 아닌데 이것저것 볼일을 보면서 하루 종일 아니 며칠이 걸려도 해결을 못 할 때는 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워 허무해질 때도 있다. 한국에서는 한두 시간 만에 끝날 볼일들인데.
융통성이 없어서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부분들을 생각하면 영국은 정말 평등한 나라이다.
하지만 영국은 또한 철저한 계급사회이며 아주 불공평한 나라 이기도하다.
영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여러 방면으로 사회가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ROYAL FAMILY 가 실제로 있는 것도 하나의 그 예이다. 비슷한 상류사회의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그들만의 social 그룹을 형성하고 지낸다. 그 속에는 그들만의 영어 어투가 있으며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아이들의 학교만 봐도 영국 학생들의 7퍼센트 정도만 사립학교에 다닌다.
물론 인터내셔널 학생들은 부모님이 여기에서 WORKING VISA로 일하고 있거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대부분 사립학교의 초이스 밖에 없다 보니 이 부분은 또 다른 얘기로 나누어질 것이다.
어쨌든 사립학교에 다닌다는 자체가 또 하나의 소셜 그룹에 들어가는 것을 말할 것이며 영국의 지도층 중 거의 절반이 사립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보면 사립학교가 충분히 엘리트와 리더십을 양성하는 곳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명이 될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사립학교에 입학을 하기 위해서 내가 보기엔 참 불공평하다는 부분들이 있었다.
보통 사립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이 치열한 곳도 많다.
물론 부모님의 재력과 아이의 성적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또 중요한 건 부모 형제를 잘 만나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주 좋은 성적의 아이들을 뽑고 난 후, 남은 자리에 성적이 같은 아이들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우선순위의 아이들이 뽑히게 된다.
그 우선순위라는 것이 비싼 돈을 주고 같은 학교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나온 학생(유치원부터 고등학교가 한 학교에 다 있는 사립학교들이 많다) 에게는 가산점을 준다거나 그 학교에 형제, 자매, 부모님들이 그 학교 출신이거나 아니면 할머니, 할아버지라도 그 학교 출신이면 우선순위가 된다. 난 처음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나누어 주는 SCHOOL GUIDEBOOK를 보고 뭐지? 하고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나는 부모님이 이 학교 출신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아이들은 점수가 나보다 높아도 나 때문에 학교에서 떨어져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 또한 작은 ROYAL FAMILY의 그룹을 만들려는 의도와 뭐가 다른가.
아이들 학교의 입학안내책(입학 우선순위를 매기는 순서)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반 영국인들은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불공평하다고 생각조차 안 한다는 것이다. 영국 친구에게 어떻게 합격 기준이 가족이 그 학교 출신인가 아닌가를 우선순위를 줄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 "듣고 보니 그렇네" 하면서 거기에 대해서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귀족 문화가 아주 깊게 자리 잡은 나라라서 그런지, 일반 사립학교의 이런 룰 또한 딱히 불만을 가지지도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
다들 런던에 여행을 가면 한 번씩 방문을 하는 사립학교를 알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비싼 학비를 받는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는 소위 부자 사립학교이라는 이미지로 때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언론에서 다루기도 한다.
바로 Eton College. (11세부터 대학 전까지 다닌다)
이튼 칼리지는 잉글랜드 왕 헨리 6세가 1440년에 설립한 약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지금의 영국 총리도 이 학교를 다닌 동문이며 지금까지 영국 총리로만 약 20여 명을 배출했다고 하니 로열패밀리가 가는 필수 코스일 것이다. 또한 영재들과 상류사회의 귀족들이 이곳으로 진학한 뒤 옥스브리지로 가는 루트를 타기 때문에 더더욱 명성이 있다. 이곳의 졸업자는 따로 '이토니언'(Etonian)이라고 불리면서 그들만의 학계, 재계, 정계를 지배해 온 동문들 간의 학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졸업생의 1/3이 옥스브리지로 진학한다고 하니 이튼에 입학하는 입장에서는 참 메리트가 있는 부분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이 부분 또한 참 불공평한 것 같다. 그렇다면 옥스브리지 또한 성적 순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자들에게 더 혜택을 주는(이튼은 돈만 있다고 갈 수 없지만 돈이 없으면 아예 못 간다)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인가?
한 가지 예로 윌리엄 왕자님도 1995년 이튼에 다녔다. 그런데 의외로 왕실가의 자손이라고 해서 성적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서 대학 입시 성적 A-LEVEL로 지리과목은 A를 받았지만 미술은 B, 생물은 C를 받았지만 ST.Andrew 명문대를 입학했다.
사실 찰스 왕자님도 A- LEVEL 성적은 역사과목은 B와 프랑스 언어 C를 받았음에도 캠브리지를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