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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은 끈기와 참을성이 없을까?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끈기와 참을성이 없는 영국인

by ziniO

영국인들은 끈기와 참을성이 없을까?


시스템이 느린 부분이나 물건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부분에는 참 참을성과 기다림이 익숙한 대단한 영국인들.

난 아직까지 아무리 영국에 오랫동안 살아도 적응하지 못하고 빨리빨리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끼는데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고 싶은 부분들은 영국인들의 또 다른 참을성의 부분이다.



여기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국 언니가 있다.

언니는 정말 맨손으로 한국땅에 와서 그 어렵다는 회계사 공부를 늦은 나이에 시작을 하고 영국인들도 합격하기 힘든 그 수많은 시험들을 한 번에 줄줄이 합격해서 지금 영국에서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 회사에는 언니 말고는 동양인이 아예 없어서 종종 언니한테 듣는 또 다른 영국인들의 습관과 사고들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나도 언니도 직장생활을 했지만 영국에서는 정말 다른 부분들이 있다.

열심과 헌신이 회사에서는 미덕으로 여겨지는 한국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괜히 오버타임으로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냥 일을 못하고 능력이 모자라서 집에도 못 가고 회사 시간에 일을 못 끝내서 일을 더 하는 무능한 인간의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메니져도 직원이 퇴근시간이 지났는데 일을 하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못 하는 분위기이다.


또 한 가지.

영국인들은 참을성과 끈기가 없다.

회사에서 조금만 몸이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굉장히 쉽게

"오늘은 두어 시간 빨리 가서 쉬아야겠어"

라고 말하며 메니져한테 가서 말을 한다.

언니는 웬만히 피곤해도 어차피 언젠가는 본인이 채워야 할 시간들이고 참고 일하는 편인데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는 메니져가 언니를 불러 칭찬을 했다고 했다.

"회사 내에서 조기 퇴근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Kete 뿐이야"라고.

언니는 아주 당연하게 본인의 책임을 다 한 것뿐인데 칭찬을 듣고 나니 기분이 참 묘했다고 한다.


"여기 애들은 성인인데 왜 이리 끈기와 참을성이 없지?"



오랜 생각 끝에 그 이유는 아이들의 어릴 적 교육으로 거슬러 가 보기로 했다.


나도 영국에서 태어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터라 지금은 15세와 18세가 된 아이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때로 참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도 4년간 한국 유학생활? 을 해 본 터라 아이들은 한국과 영국의 문화와 차이점을 나보다도 또 다른 시각에서 아주 잘 바라보고 있었다.

듣고 나면 "그렇구나" 하고 참 새롭게 생각되는 점들이 많다.


" 학교 친구들을 보면 어떠니? 영국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과 비교해서 끈기와 참을성이 없다고 생각해?"

지금 GCSE(영국 고등 입학시험)를 준비하고 있는 딸아이가 말한다.

"응... 한국에서 같은 학년인 중3 친구들을 보면 하루 스케줄을 짜 놓고 학교에 다녀와서 몇 시간을 공부하고 학원을 저녁 늦게 까지 다니는 친구들이 보통인데 영국친구들은 한두 시간 공부하면 스트레스받았으니 에너지 업을 해야 한다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한국애들이랑 많이 달라"

그리고 이 생각은 아이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아이들의 하루 생활을 보면 정말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만하다.

결혼 전 영국에서 유학했을 때 내가 한국에서 고 3 때는 아침 7시까지 학교를 가서 자습 시간까지 마치면 9시, 그 이후에 다들 독서실까지 가는 애들이 많다고 얘기했을 때 진심 그 자리에 있는 단 한 명도 믿어주질 않았으니.


그러고 보니 아이가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보낸 공지가 생각이 난다.

그 내용은

'아이들 숙제나 공부를 통틀어 30분 이상 절대로 넘게 하지 마라'

는 공지였다.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최대한 주지 않고 행복한 아이들로 키우게 하겠다는 취지는 참 좋으다.

"나도 그때는 역시 영국이야. 입시지옥의 한국은 정말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이야. "

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국 학교에서는 칭찬을 참 많이 한다. 꽤 허접한 과제물의 결과에도 영국 선생님들은

"Best!, well done!"이라고 마구 칭찬해 주신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존감이 정말 높은 아이들로 자란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정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야 할 올바른 방법이다.


그것이 정말 올바른 방향이고 맞지만 여기서 난 그 부정적인 면을 굳이 다루겠다.


어릴 때부터 너무 잘한다고 칭찬만 들은 영국 아이들은(사실 공립학교가 심하다. 사립학교로 갈수록 학교 성적에 따라 레벨도 나뉜다. 물론 아이들에게 그 레벨의 스트레스는 최소화한다. ) 약간의 스트레스를 통해 더 발전을 하고 더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자기애" 만이 참 강해져 버리는 것 같다.

'자기애'는 물론 정말 좋은 점이다. 많은 한국 아이들이 가져야 할 부분이다. 영국 아이들과 비교해 한국 아이들은 더 똑똑하고 더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비교를 너무나 많이 당하다 보니 '자기애'가 너무 많이 부족해졌다.



영국 아이들에게 방학은 그 말 그대로 방학이다.

방학이라고 '보충 학원을 다니거나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시간'이라는 인식은 아예 없다.

그건 고 3이라도 예외가 없다. 고3에게도 주말과 방학은 놀아야 할 시간이다. 방학인데 아이들을 쉬게 하지 않고 하루종일 여기저기 학원 수업을 듣게 한다면 아마 학대로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자란 영국인들이 성인이 되면 어떨까?

언니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들 어느 정도 제대로 된 교육과 함께 그 보통의 서열? 에서 이긴 승리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보기에 영국인들은 참을성과 끈기가 너무 부족하다.

사회생활할 때 피곤하면 일찍 집에 가기 위해 오프를 내야 하고,

'난 이래서 오늘은 쉬어야 해. 나한테 휴가를 줘야 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자기애'가 너무 강하다.


아들이 고3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고3 입시 A-Level를 준비하고 있는 아들에게 말했었다.

"아들... 라떼는 말이야. 우리 담임선생님이 그러셨어. 하루 4시간 이상 자면 대학 떨어진다고"


그러자 아들은 웃으면서 말한다.

"엄마, 영국에서 그리 말하고 강요하면 아마 아이들 학대로 경찰서에 끌려갈 거야"



아,,,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오고 나서 스무 해 중반이나 되어서 이 나라로 온 나는

이십 년을 살아도 여전히 한국 마인드인가 보다.


그래서 다 큰 영국인들의 모습과 함께 여기서 자란 아들의 말을 들으면 속으로 이 말을 하게 된다.


꼴값 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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