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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Aug 24. 2015

눈에 확 띄는 보고서를 만들려면

강약 조절을 잘 하면 성공 확률은 급격히 올라간다

지난 번 글에서 오프닝 예시로 영어의 'th'발음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시작을 해 보려 합니다.

어학연수 가서 몇 가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영어를 잘 아는 사람'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A라는 친구는 문법과 단어를 잘 알고 영어로 표현하는 것도 잘 하는 편이었는데 현지 사람들은 종종 그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반면 B는 구사할 수 있는 단어나 숙어도 썩 많지 않았고 speaking도 그렇게 잘하지 못했는데 B는 현지인들와 상당히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원인은 '단어의 강세', '문장의 강약'에 있었습니다. A가 말하는 영어는 전반적으로 단조로웠고(monotonous) 듣는 사람 입장에서 높낮이를 인지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B는 서툴렀지만 말할 때 강조하는 부분에 확실한 stress를 주었습니다. "I eat Apple yesterday!" 라는 말은 시제도 틀렸고 관사도 넣지 않았지만, 핵심적인 apple을 강조하니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회사 업무 상에도 위의 예는 비유적으로 시사점이 있습니다. 발표, 회의, 보고서 등 모든 점에 적용되지만 특별히 보고서에 적용을 해 보도록 합시다.


이번에는 이 과장의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들어갈 내용은 다 들어갔는데...

T전자 무선 공유기 연구파트에서 근무하는 이 과장은 2015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한 신제품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2014년 개발한 버전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회사에서 무선 공유기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따라서 연구파트는 이번 신제품 개발 결과에 대해 사업부장님께 확실히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부서의 사활이 걸려있는 보고야. 그간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잘 만들어 봐."

파트장님도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 과장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번 제품에는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능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제품 스펙을 정리하니 20행이나 되는 표가 나왔습니다. 반 년 가량을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한 결과를 정리하니 뿌듯했고 이 정도면 빠짐없이 작성되었을거라 생각하고 파트장님 검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피드백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뭔가... 보고서가 눈에 확 들어오질 않네."



문제) 내용은 다 있는데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 네? ... 제가 뭔가를 빠뜨렸나요?"


파트장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A 기능은 2014년 모델에도 있었던 거잖아. 왜 이걸 본문에 넣는거지? 그리고 B 기능은 왜 굳이 넣은거야?"


"이번에 B기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가 된 겁니다. 파트장님도 아시잖습니까?"


"알지, 내가 몰라? 그런데 이게 우리 신제품이 내세울 주요 기능이야? 이 조그만 업그레이드 사항이랑, 우리가 가장 심혈 기울여서 개발한 C기능이랑 동일한 선상에 놓는게 맞는 건가?"


"........"


"이 과장이 이번 제품에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 보고서는 자네나 내가 보는 게 아니라 무선 공유기에 관심을 점점 놓고 계시는 사업부장님이 보시는 거 잊지 말라고. 획기적으로 나아진 것 중심으로 다시 정리를 해서 오후에 봅시다."




이 과장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방안이 서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커피 한 잔을 뽑으려고 휴게실로 내려갔습니다.

휴게실 문을 여니,   기획파트 전 과장이 담배를 피고 있었습니다.


"무슨 표정이 그래? 이제 바쁜 거 다 끝났다며, 후배들이 말을 안 들어?"


"몰라. 신제품 내 놓기 참 힘드네. 필요한 내용들을 다 넣었는데 이 보고서가 왜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


전 과장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손에 들고 있는 그거야? 나 한 번 보자."


이 과장은 빨간 줄로 가득한 보고서를 전 과장에게 넘겼습니다. 엔지니어로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이 과장은 늘 펜대만 굴리는 전 과장을 무시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또 다른 상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무선 공유기 새로 내놓는 거야? 음....이거..... 파트장님이 화내실 만 하네."

위로는 커녕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이 과장은 은근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았습니다.


"내 사무실로 잠깐 올래? 내가 내용을 세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방향은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


"아, 자존심을 건드렸나? 내가 괜한 오지랖 부렸네. 미안, 다음에 보자."


전 과장은 담배불을 끄고 휴게실을 막 나가려 했습니다. 그리고 전 과장의 등 뒤로 쥐꼬리만치 작은 이 과장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10분 있다 찾아갈게."



STEP 1) 보고서 핵심에서 거리가 먼 요소들을 제거하라 (사족들)


전 과장의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20개 중에서 이번에 새로 개발한 게 뭐야?"


"이거랑... 여기에서 여기까지랑... 해서 총 8개."


"그러면 나머지 12개는 보고서에서 아예 없애버려. 사업부장님께 무선 공유기 작동 원리 설명하려는 게 아니잖아. 이번에 개발한 것만 정리를 하자고."



STEP 2) 어필하고자 하는 핵심 item 1~2개를 선정하라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8개 중에서 니가 정말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건 뭐지?"


"8개 전부지. 나랑 후배들이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 이 사람, 답답하네... 그럼 질문을 바꿀게. 지금 무선 공유기 1등 하는 R전자랑 비교해서 자신있는 기능은 뭐야?"


".... 그렇게 묻는다면.... C랑 E 정도겠다....."


"확실해?"


"E는 비등비등 할거고, 사실 C는 확실히 낫다고 자신할 수 있지."


"C랑 E는 작년 모델엔 없었던 거고?"


"그렇지"


"좋아 그럼, 본문 리딩 메시지를 이렇게 쓰자고."

□ 개선 내용 : 2개 기능 신규 개발

"자, 잠깐.... 자네가 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가 개발한 결과를 이렇게 축소해도 되는?"

이 과장이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글쎄, 난 당연히 자세한 걸 모르지만 이렇게 쓰는게 맞다고 보는데."


"무슨 말이야?"


"사업부장님의 관심사가 뭘 거 같아? 작년에 망했던 제품 대비 신규 제품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아니겠어? 그런데 짜잘한 개선 건들이 눈에 들어오겠냐고?"


"........"


"오히려 그런 작은 개선건들이 보고서 자리를 이만큼 차지하게 되면, 정말 어필해야 할 성과를 오히려 죽이는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그래서 이 두 개만 쓰라는 거야?"


"정 마음이 불편하면 이렇게 쓰자고."


□ 개선 내용 : 2개 기능 신규 개발     
     ※ 상기 기능 외(外) 6개 기능 업그레이드 완료(첨부 1 참조)

"     1  ."



STEP 3) 명확한 논리과 근거로 핵심 item을 서포트하라





전 과장은 말을 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이렇게 마무리 하고, 아래부터는 2개 신규 기능에 대한 확실한 변화 포인트를 주자고. "


"어떤 변화 포인트?"


"2014년 제품과 비교, 즉 작년 제품에 이 기능이 없어서 얼마나 시장에서 고전했는지 기술하고 이번 제품은 그 부분에서 확실히 나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업부장님이 다른 것에 관심이 있겠어? 작년 제품 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알고 싶어하시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개선전(AS-IS)과 개선후(TO-BE)를 명확히 기술하고, 그 차이(GAP)을 보여주는 것. 이 한 방을 얼마나 잘 날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는 거지."


이 과장은 점점 개념이 잡혀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이 두 기능만 잘 어필하면 된다?"


"당연하지. 나머지는 니가 얼마나 고생했건 들이댈 수 없는 내용들이니까. 하지만 사업부장님이 이 두 기능에 매력을 느끼신다면 관심을 갖고 나머지 기능도 보자고 하시겠지.

아, 그리고 동시에 이 두 기능을 시장점유율 1위인 R회사 최신 제품과도 비교하자고"


"음... 그러니까, 예전 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강조하고, 경쟁사 대비 얼마나 차별화가 되어 있는지를 강조한다는 거지?" 


"딩동!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 AS-IS  TO-BE    ?              ."


"...    ."


 "됐어. 내가 해 줄 말은 이제 끝났어."


"잉? 끝이라고?"



STEP 4) 핵심을 제외한 나머지는 짧게 줄이자



"응, 끝이야. 난 솔직히 이 제품에 대해 잘 몰라서 더 깊게 들어갈 수도 없어. 나머지는 최대한 짧게 써. 대신 나랑 방금 이야기 한 부분은 보고서 절반 이상을 할애해서 명쾌하게 정리하면 돼."


"정말 그렇게 해도 될까? 불안한데."


"이 과장, 보고서는 강약 조절을 잘 해야 해. 사업부장님이 눈길 한 번 스캔으로 어딘가에서 스톱 되지 않으면 그 보고서의 생명은 끝이야. 강조 점에는 확실하게 내용 확보와 강조를 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축소하고.....

 , 만약 사업부장님이 제품 기능이 아니라  일정을 알고 싶어하신다면 기능 소개는 한 줄로 끝내도 돼. 대신 일정 부분에는   디테일한 계획으로 보고서의 대부분을 채워야 하는 거지."



이 과장은 전 과장이 잡아 준 틀로 보고서를 마무리 한 덕에 "이제야 눈에 좀 들어온다" 는 말을 파트장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 " "  .       .     .


"     ?"


',      ...     .   ?'


      .        ....         .  7       1 .     .    .


"   ."


, '   '      '   나에 실한 임팩트를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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