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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May 17. 2019

6. 거룩한 국가공동체와 묵시적 왕국 (1)

회복기의 실상과 몸부림

※ 표지그림 : 「제2성전의 건축」, 구스타브 도레


 로베르토 베니니의 주연 겸 감독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주인공 ‘귀도’는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니콜레타 브레스키 역)를 만나 결혼하고 사랑스런 아들 조슈아(조르지오 깐따리니)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조슈아의 다섯 살 생일, 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군은 유대인 말살 정책에 따라 귀도와 조슈아를 잡아 수용소행 기차에 실어버리고, 이 소식을 들은 아내 도라도 자진해서 수용소로 끌려가지요. 



 "아빠 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저 사람들은 누구야?" 


라고 묻는 조슈아에게 이 끔찍한 상황을 알릴 수 없는 귀도는 


"지금 우리는 게임을 하러 가는거야"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수용소에 도착한 후에도, 이 모든 상황은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에게 커다란 장난감 탱크를 주기 위한 게임이니 꼭 참고 상품을 얻자고 말합니다.



 이후부터 코믹스러우면서도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하는 상황들이 연출되는데요, 귀도는 그곳에서 온갖 고초를 겪지만 행여나 아들이 눈치챌세라 언제나 밝은 얼굴로 모든 것이 재미있다고 연기합니다. 지저분하고 무서운 분위기의 수용소를 이상하게 느끼는 조슈아에게, 지금 포기하면 옆사람이 장난감 탱크를 차지할거라며 설득을 하고, 하나 둘씩 죽음의 장소로 끌려가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 점수를 도저히 못 쫓아올 것 같아서 기권한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이후 독일의 패망 소식이 들리고 아수라장이 된 수용소를 탈출하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몰래 이동하는 와중에도 '숨바꼭질' 중이니 절대 지정된 곳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얘기합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감동과 눈물을 주는 이유는,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 다섯 살 아이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의 수고 때문일 것입니다.

 '희망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낙천적으로 생각하거나 마인트 컨트롤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스라엘의 어두웠던 포로기 시절, 백성들이 하나님의 소망을 붙들기 위해 쏟은 노력과 그들을 도우신 하나님의 손길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벨론이 사라지고 페르시아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자, 고레스 왕은 포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귀환령을 내립니다. 이것은 분명한 하나님의 자비였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포로가 된 지 한 세대가 지나가는 시점이지만, 그들은 부모로부터 하나님의 성전과 고향 유다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을 것입니다. 이제 포로기는 끝나고 회복기가 시작됩니다. 백성들에게 주어진 조국의 재건 사명은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살펴봅시다.  






회복기의 실상


 우리는 포로기 이후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느헤미야나 에스라, 그리고 다니엘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성전 재건이 지연된 이야기나 율법 중심의 회개운동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이해만으로 회복기 전체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포로기와 같이 회복기에 대해서도 우리는 일정 부분의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6장에서도 지난번처럼 퀴즈로 시작해 봅시다. (마찬가지로 O,X 입니다. 가볍게 풀어보시지요)


1. 고레스의 귀환령에 대한 포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며, 그들은 민족 재건 운동에 전폭적으로 참여했다 ( O , X )
2. 이스라엘 땅으로 귀환한 백성들은 포로기 때 모은 자산으로 가난을 이겨냈다 ( O , X )
3. 성전을 재건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그마저도 몹시 초라한 모습이었다. ( O , X )
4. 이스라엘을 재건하려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던 세력들이 있었다  ( O , X )
5. 백성들은 궁핍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사모했으며 여호와의 나라를 회복하고자 하는 갈망으로 결속했다 ( O , X )
6. 이방인들과 통혼은 용납되지 않았고, 그러한 자는 신앙 공동체에서 쫓겨났다 ( O , X )
7.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백성들이 많았다 ( O , X )
8. 레위인과 제사장들 중 생계의 어려움으로 성전 섬김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 O , X )



 어떤가요? 어려우셨나요? 바로 답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1. 고레스의 귀환령에 대한 포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며, 그들은 민족 재건 운동에 전폭적으로 참여했다 ( X )

 고레스 왕의 칙령 이후,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사야가 말한 '고난의 종' 운명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바벨론에 오래도록 거주하여 삶의 터전을 잡은 포로들에게 "자 이제 너희는 고향으로 돌아가도 돼"라고 말해보았자 그것을 실행에 옮길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고향 땅 유다는, 생존해 있는 늙은 노인들이나 기억하고 있는 멀고도 먼 땅이었습니다. 제국 안에서 뿌리를 내린 그들에게 폐허가 된 고향땅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습니다.


2. 이스라엘 땅으로 귀환한 백성들은 포로기 때 모은 자산으로 가난을 이겨냈다 ( X )

 1차 귀환한 백성들은 이스라엘에서 극심한 어려움을 당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왔는지 알 수 없지만, 고향땅에는 계속되는 악천후로 흉작이 이어졌고 유다 땅에 자리잡은 타 민족들의 적의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예루살렘 지역에서 살아온 동족 유대인들이 그들을 환영했을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민족 재건의 대의(大義)따위는 생존에 허덕이는 그들에게 관심 밖 영역이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귀환자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흔들어 놓으려는 것이 아닐까 경계를 늦추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 성전을 재건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그마저도 몹시 초라한 모습이었다. ( O )

 실제로 성전을 재건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포로기가 70년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회복기가 얼마나 더디고 힘겹게 진행되었는지 상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성전의 기초가 놓여질 때 -그것이 너무나 초라했기에- 솔로몬 성전을 추억하던 노인들은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개 선지자는 백성들이 성전의 기초를 놓은 이후 18년이 지났음에도 건축에 진전이 없었다고 비판합니다.



4. 이스라엘을 재건하려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던 세력들이 있었다  ( O )

 우리는 에스라서를 통해 사마리아 고관들이 페르시아에 거짓 상소를 올려 성전 건축을 중단시킨 사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느헤미야서에서 암몬 사람 산발랏과 도비야가 필사적으로 성벽 재건을 방해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회복 운동은, 그것을 원하지 않던 이방 민족들의 공격에 심각한 방해를 받았습니다.


5. 백성들은 궁핍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사모했으며 여호와의 나라를 회복하고자 하는 갈망으로 결속했다 ( X )


6. 이방인들과 통혼은 용납되지 않았고, 그러한 자는 신앙 공동체에서 쫓겨났다 ( X )


7.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백성들이 많았다 ( O )


8. 레위인과 제사장들 중 생계의 어려움으로 성전 섬김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 O )


 5~8번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기에 공동체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느헤미야서에서 진정한 신앙인이라 불릴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적었는지 보게 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각박해졌고 성전은 황무한 채 방치되었습니다. 그들은 어려운 가운데 수고했지만 눈에 보이는 회복이 아무 것도 없음에 좌절했습니다. 안식일을 무시하기가 일상이었고, 바치는 희생제물도 온전치 못한 것이 많았음을 당시 선지자들이 증언합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지 못한 제사장과 레위인들은 예배를 섬겨야 할 시간에도 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방인들과 통혼으로 혼혈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그들에게 주력 언어는 아람어였습니다. (느헤미야 13장 참고)


이방인들과 통혼하는 백성들의 현실에 개탄하며 기도하는 에스라, 구스타브 도레




희망의 몸부림


 희망과 패기 가득할 것으로 기대했던 회복기는 이처럼 실망스럽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고 결집의 기회가 없었으며, 국제 정세는 헬라화의 물결이라는 또 다른 급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귀환이 허락되었지만, 그들은 언제든지 타 제국의 강압과 폭정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조치가 없다면 이스라엘은 완전히 이방 민족에 흡수되거나 동화되어 버릴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가려 했을까요? 우리들은 이번 장에서 두 가지 종류의 몸부림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유대교가 생겨난 계기이기도 합니다.




▷ 6. 거룩한 국가공동체와 묵시적 왕국 (2) 에 이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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