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가 지나버린걸까요
언젠가부터 라면을 두 개를 끓이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라면을 끓여 먹을 때, 2개는 기본이었고, 참치캔도 넣고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 재료는 만두, 떡까지 전부 넣어서 계란까지 풀세트로 즐기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라면을 먹고 이후 밥까지 말아먹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예전에는 짜파구리 형태로 두 개의 라면을 섞어 먹는 맛을 즐기곤 했으며,
한 개만 끓여주면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나를 무시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뭔가 나의 식사에 있어서
내게 언제나 많은 양을 에너지와 성장하는데 요구했던
전성기는 지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뭔가 아쉽다.
예전에는 그렇게 많이 먹어도 끄떡없었던 거 같은데
요즘에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식곤증에 몰려오는 것이
확실히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위가 줄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이켜 보자면
내 친구들과 비교해서도 엄청나게 먹어 댔었고,
많이 먹는 것 하면 1위가 항상 나였는데
지금은 그러한 타이틀이 무색하게 된 것 같다.
아무튼, 라면을 먹는 데 있어 뭐 특별한 것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약간의 나만의 특별한 점을 생각해 보자면,
첫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한 개의 라면만 선택해서
주야장천 꾸준히 마니아가 되어 먹는 것에 반면에
나는 다양한 라면을 그때그때 골라서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타까운 것은 마트에 가서 라면을 살 수가 없다는 점인데
마트에서는 물건을 번들로만 팔기 때문에 다섯 개를 같은 라면을 사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꽤나 고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통 봉지 라면을 살 때는 비싸더라도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골라서 사는 게 마음 편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라면을 먹을 때 국물을 잘 먹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건강 관련 채널에서
라면에 나트륨 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급적 라면 국물은 먹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때부터 국물은 마시지 않는 습관을 들이게 된 것 같다.
당연히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건강에 대한 걱정이 한 수 위에 있었던 거 같다.
세 번째는 라면에 계란을 풀어서 먹지 않고 노란 노른자를 그대로 익혀서 수란처럼 먹는다는 점이다.
수란처럼 원형 그대로 보존해서 먹되
반숙란이어서는 안 되고 마치 감동 란의 그 부드러운 고체 형태의 형태로 나오는 것을 최고로 쳐서
부드러운 식감으로 라면을 먹는 와중에 반찬처럼 먹는 것을 선호하는데
라면 간이 살짝 베인 맛있는 수란을 반찬 삼아
계란이 풀어지지 않아 변하지 않는 원래 조리 방법,
연구원들이 연구한 최상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원형 그대로의 국물과,
국물을 머금은 라면 면발을 먹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
생각해 보니 의외로 라면에 까다로운 사람이었군 나는.
라면 하니까 갑자기 떠올랐는데,
대학교 1학년 시절 글쓰기 필수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에세이를 내야 하는 수업이었고,
그때 당시 엄청나게 놀고 싶었던 나는
지금 생각하면 참 생각 없는 짓이었지만,
리포트로 라면 끓이는 법에 대한 에세이를 검색한 후
단순히 복사 - 붙여 넣기 해서 설마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며
리포트랍시고 냈는데, 바로 교수님께서
내 리포트를 예시로 들면서
" 이런 글이야말로 전형적인 '펌 글'이라고 하죠"
라고 딱 집어내서 서 깜짝 놀라 교수님께 싹싹 빌고는
다시 제출했던 지금 와서는 웃기는 해프닝도 기억난다.
결국 지금은 라면을 겨우 한개 딱 먹을 뿐이지만,
그 나름대로 1인분이라 불리는 정상의 범주에 들어온거라고
편하게 생각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