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이 쉽지 않다는 걸 그때 이미 깨달았을 지도..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매 학기 가정 조사? 등을 했었고,
조사를 할 때, 장래희망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적어보는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마다 나는 거침없이,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썼다.
장래희망 : 회사원
.. 장래희망에 대해서 초등학교 때 한 번도 구체적으로 어떤 무엇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잘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말이다.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시는 지도 잘 몰랐었으니,
그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시는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내가 아는 어른의 직업의 전부였어서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에 평범' 하게 사는 것이 목표기도 했었고 말이다.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
물론 그걸 이루는 것은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평범'이라는 단어를 붙이려면
엄청나고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인생의 쓴 맛? 을 조금 알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으려나.
조금 더 어렸을 적 추억을 더듬어보자니, 이런 일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공부를 못해서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된 나는
친구들이 체육활동인가? 쉬는 시간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단체 활동을 나가게 되었을 때,
남아서 산수 익힘책을 교실 칠판에 선생님만 계신 채 혼자 풀고 있었고,
나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분필로 문제와 풀이를 적고 있었었다.
그때 아이들이 교실로 우르르 들어오고,
책을 끼고 칠판에 판서를 하고 있는 나를 선생님이 물끄러미 보시더니,
우리 ㅇㅇ이 이렇게 칠판에 문제 풀고 있는 거 보니 선생님 같네~~
라는 말을 하셨었고, 아이들의 반응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이 싫지 않았던 것 같고, 직업으로서의 선생님을 고민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때 장래희망과 관련된 기억은,
어김없이 가정 방문 및 선생님과 면담? 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너는 뭐가 되고 싶니, 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선생님이요.라고 나는 대답했고,
오~ 선생님? 왜?라는 질문에..
그전에 내 머릿속에 어떤 이야기와 고민, 걱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지금 와서 생각해보자면,
아버지께서 그때 당시 IMF 등 경제 여파로 재정적으로 힘들던 시기였던 것 같다)
선생님은 안정적이잖아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소명의식 따위나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다거나, 나선다는 것은 생각도 안 했고,
(지금 돌이켜 보면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선생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 약간 당황하셨던 것 같고,
이야, 우리 ㅇㅇ이는 정말 현실적이구나..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가 되면서 문과/ 이과가 갈리게 되고,
입시와 관련된 지식이 들어오면서 , 인 서울 대학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깨달으며,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직업이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과 함께 장래희망에서 지워지며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었다.
다만, 컴퓨터 관련 서클을 들고 서클 활동을 하면서
흥미가 있던 컴퓨터 관련된 책도 사서 보고, 공부도 했었기에
또래들보다는 꽤 지식수준이 높아져서 , 이런저런 상담도 했었고,
친구네 집에 가서 램을 사서 껴주는 등 업그레이드를 해주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장래희망을 고 2 때였나.. 는 컴퓨터 조립 관련 뭐였던가.. 기억이 난다.
친구들이 우와~ 너 이거 잘하니까 이거 잘하겠다,
나 도와줘 이거 해줘 조립해줘 어쩌고 저쩌고
질문 세례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실제로 내 마음의 1순위에는 "회사원"이 있었으며,
회사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한치의 변화나 의심은 없었고,
역시 굳건히 나는 무슨 회사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회사원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장래희망을 중학교 때부터는 회사원이라고 적지 않았던 것은,
다른 친구들이 너무도 각양각색의 구체적 장래희망(파일럿, 해커 등등)을 적어냈던 것에 비례해
회사원이라는 장래희망은 정말 하찮고 생각 안 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었기 때문에
선생님께 아니 고작 장래희망이 회사원이라니!!라는 질문이나,
다시 생각해보라거나, 이게 뭐냐는 꾸지람을 받지 않기 위해,
그럴싸하고 튀지 않는 대체 장래희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었지.
아무튼,
시간이 흘러서 나는 정말 꿈에도 그리던 회사원이 되었고,
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승진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장래희망 이야기로 빠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