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해봤자 더럽게 불쾌한 건 쉬이 가시지 않지만..
오늘 퇴근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났는데,
갑자기 기분이 뭔가 말할 수 없이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되어버려 거기에 매몰되어버렸다.
시쳇말로 기분이 무척 "더러워졌다."
구체적 이유는 잘 모르겠어서
천천히 머릿속을 되짚으며 그 이유를 생각해보기로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오늘 , 내 감정에 부정적 요소를 주는 사건들을 팩트 위주로 정리해 적어보기로 한다.
1. 연말이고, 조직개편으로 인해 내가 속한 팀이 통폐합되며 새로운 사람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게 됨
2. 팀이 통폐합되면서 새로운 팀에 소속되며 기존 팀에 우리 부서원들이 더부살이하는 느낌이 됨
3. 자연스레 현 리더는 기존 업무에 관심이 더 많고 내가 하는 일의 중요도는 떨어지게 됨
4. 합쳐진 팀 내 기존 조직에서 오래된 후배 직원 A가 회사에서 우수하다고 상을 받음
5. 이전에 핵심부서에서 들었던 편파적 과거 데이터와 합쳐져 평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됨.
이건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더 커짐
6. 상금이 몇백 단위 수준으로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됨
7. 식사자리에서 축하와 함께 이런저런 친해지려는 대화 따위를 시도했으나,
후배 직원 A는 형식적 답변만 할 뿐 핑퐁이 없음.
8. 식사 후 다 함께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하려는데, 상을 타서 본인이 쏘겠다는 말에 좋다고 생각했는데,
전임 팀원들만 불러서 별도로 비싼 커피숍으로 자리를 잡음.
9. 그러고 보니 별도로 합쳐진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 도움이 어떻게 필요한지 말해줄 법도 한데, 현재 팀에 돌아가는 사정은 우리 조직원들은 패싱 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됨.
그래서 여태껏 더부살이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음.
10. 일에 치여서 쳐내기 바쁜데 다들 일찍들 퇴근함. 후배 A도 포함.
불쾌함의 이유는 무엇인가?
불공정인가?
음.. 내가 함부로 해당 팀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이해가 높지 않기에 함부로 따지기는 힘들 것 같다.
성과에 합당하지 못한 평가 때문인가?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인사 때문인가?
타 부서였기에, 내가 함부로, 성과를 똑같이 정량적으로 측정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으나,
부서가 핵심 부서라는 점과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내 새끼를 잘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조직의 생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올바르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참..
차례 상 A 씨의 이번 연도 고과가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알음알음 알고 있는데
너무 챙겨준다는 느낌을 연초부터 받았던 터라 그렇게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인가?
내가 일을 더 잘했어!라고 속으로 말하고는 싶으나,
회사가 한 두 명 있는 것도 아니고, 직무의 성격도 각자 다르고,
표면적으로 핵심부서에서 일을 하는 것이 더 돋보일 수밖에 없는 생리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남이 잘되는 꼴은 못 본다?
이 부분은 확실히 인정하기 싫지만 아니라곤 말 못 하겠다.
마치 속물 같군.
시건방진 후배?
이 부분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나도 지독한 실력 주의자라, 나보다 실력이 뛰어나고 배울 점이 있다면 후배라도 인정하고,
그렇지 않다면 선배라도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 매정한 타입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내가 그 반대의 선배 입장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거시기하다.
같은 일을 한다면 내가 실력으로 압도시킬 수 있을 텐데, 불행하게도 직무가 다르다.
내게 끼어들거나 개입할 여지를 주지도 않으며, 개별 세포조직들을 그저 한 팀 안에 담기만 했을 뿐이라,
어떻게 해볼 방법은 없다.
꼰대 마인드의 결과?
생각해보면 이것은 내가 꼰대 마인드가 되어버렸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선배- 후배와 짬을 따진단 말인가,
회사 생활 원데이 투데이 한 것도 아닌데, 회사라는 조직의 생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현실은 냉철히 받아들이고, 여기서 내가 어떻게 더 발전할 것인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겠지..
먹을 것을 못 얻어먹어서 그런가?
먹을 건 참.. 마음으로는 그래, 전임 팀의 성과니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겠다 싶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몇백만 원 받았는데 현 팀원들한테 편의점 커피 하나 못 쏘냐?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사람은 사소한 것일수록 더 쪼잔 해지는 법이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인정을 못 받아서 그런가?
배제된다는 것과 소외당한다는 것에 대한 분노인가?
이 부분은 나의 깊은 트라우마와 연결되니
이 뚜껑은 열어보지 말고 고이 덮어두는 것으로 하자. 워. 워!
이 뚜껑을 열 생각만 잠깐 했는데도 가슴이 찡해지고 울컥해진다.
내가 중심이 되지 못해서 나타나는 억울함인가?
여태 껏 내가 속한 팀에서는 감사하게도 내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팀에서는 오랫동안 주도했던 리딩이 안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은데,
여기서도 어떻게든 내가 있는 동안 내 룸을 만들어나가야겠지.
관심종자라서 나타나는 증상인가?
아,, 이건 아닌 듯?
에티튜드, 태도의 문제인가?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선배들을 제치며 진급했고 이 분야에서 최고라고 자부하며 나타냈던 자신감이
한편으로는 선배들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이고, 그 부분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내 오만함은
나도 모르게 적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겸손해야 할 필요가 있어.
조금 더 둥글어져야 할 필요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