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소소하고 위대한 터닝포인트

인생의 터닝포인트도 의외로 소소한 것에서 시작하더라고요.

by 트윈블루

당신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고는 꽤 고민을 했다.

실제로 터닝포인트라고 하기엔 나는 순탄한 삶을...이라고 하면 좀 그렇고,

천천히 우상 향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뭐, 그게 순탄한 삶 같긴 하지만.



#1.


소소하지만 내 인생에 영향을 준 한 가지를 떠올려보자면

그건 콘택트렌즈가 아닐까 싶다.

나는 눈이 지독히도 나빴었기 때문에

도수가 무척 높은 안경을 끼고 학창 시절과 대학시절의 초반을 살았었고,

이 때문에 가뜩이나 작은 눈이 더 조그맣게 보여서

너는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무척이나 많이 들었었다.

그전까지는 렌즈를 접해볼 일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친구 녀석이 먼저 안경을 벗어던지고 렌즈를 끼고는,

괄목할 만한 외적 개선을 이루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아, 나도 렌즈를 껴야겠구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알바를 한 돈으로 렌즈를 사서 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퐁당, 렌즈액과 함께 적셔져 안구에 달라붙으며 서서히 초점이 맞춰지는

그 묘한 기분이 가끔 기억난다.

아무튼 렌즈를 끼고 나서는 이러저러한 자신감도 생기고 해서

그래도 사람답게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만난 누님이 나를 보고

어! 너 예전에는 이렇게 꾸미지 않았었잖아 뭐야.라는 말에

음, 렌즈가 내게 자신감을 심어준 터닝포인트가 맞는구나,

라는 사실을 느끼며, 그때 친구 녀석이 왜 자기를 따라 하냐고 구박을 하긴 했지만,

역시 그놈 따라 렌즈를 끼길 잘했어.

라고 마음속으로 흐뭇해했던 생각이 난다.

그때 내게 렌즈의 길로 인도해 준 친구는 라식수술을 했고

나도 친구를 따라 라식수술을 하면서 안경과 렌즈는 바이바이 하게 되었었다.

물론 지금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수단으로

오히려 도수가 없는 자외선 차단 안경을 패션 아이템으로 착용하고 있으니,

뭐 격세지감이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그래도 메이저급이며 위대한 변화라고 할만한 건은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을 때가 아닐까 한다.



#2

회사에 다니게 되면서 내 인생의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졸업을 할 때가 되고 취업 전선에 나설 수 있는 4학년 2학기가 되면서,

원서를 쓸 때는 여러 가지 생각하지 않고 연봉과 네임밸류 두 가지만 생각했었다.

여러 가지 환경과 여건상 나는 가급적 빠르게 취업을 하고 싶었고

최대한 빨리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던 생각뿐이었다.

감사하게도 졸업 전에 취업을 할 수 있었고,

내가 목표하던 네임밸류가 있는 기업에 내가 기대했던 연봉을 초과해서 입사할 수 있었지만

이후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인턴 활동까지 포함해서

사무실에서 컴퓨터 자판만 두들겨 보는 일만 했던 내게

영업 관리 업무는 무척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게다가 외근 직이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이런 직업에 대해서 부끄럽게도 전혀 준비할 생각을 못 해서

적응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던 것 같다.

가뜩이나 내향적인 성격이고,

말로 하는 것보다는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 만나는 것보다 천천히, 가만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던 내게

이 직업은 전혀 정 반대의 것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곤란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입사 후 1년 반 정도 후에

교통사고로 한방병원에 침을 맞으러 갔었는데

한의사 선생님께서 가만히 내 맥을 짚어 보시고 얼굴을 살펴보시더니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며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얼굴 표정이 너무 안 좋다며

무엇이든 사람의 건강이 중요하고 지금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칠 것이니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조언을 할 정도였으니

내 스트레스 지수는 꽤나 심각했던 것은 틀림없다.


역시 이건 아닌가 보다 생각이 들어서

몇 개 기업에 입사원서를 다시 써보기도 했고 여러 가지 몸부림을 쳤긴 했지만

어찌어찌해서 어느새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버린 것 같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3년 차가 되었을 때쯤

동기로부터 요즘에 너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다며,

제일 먼저 퇴사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선,

아, 내 약점이 이 직업을 통해 꽤 다듬어졌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서당개 3년이면 정말 풍월을 읊는다 하는 것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나 자신이 바뀌었음을 깨달을 수 있을 정도였다.

즐기면서 일하자는 마인드로 좋은 리딩을 해주던 좋은 선배를 만난 것도 있고

내 능력을 인정해 주는 상사를 만난 것도 아마 축복이긴 했겠지만

가장 큰 수확은 직장 생활을 통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부딪히고 깨지고 이겨내면서

내 캐릭터가 꽤나 많이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캐릭터로

어느 순간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처음엔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스러운 만큼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생각하게 된,

내게는 위대한 터닝 포인트.

여러분에게도 그러한 터닝 포인트가 있을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