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미 Aug 20. 2022

다시 나를 꿈꾸다

“띠링.”    


‘어, 왔나?’ 심장이 쿵쾅거린다. 화면을 슬쩍 보니 'b'가 보인다. 종일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메시지가 드디어 도착했다.     


‘이번에는 됐을 거야. 혹시 또 떨어졌으면. 에이, 설마.’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알림을 확인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 발행에 앞서 프로필에 ‘작가 소개’를 추가해주세요!”    


“아, 어떡해!”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눈물이 쏟아졌다. 기뻤다. 합격했다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두 번 떨어지지 않아서. 행복했다. ‘누구 엄마’ 말고 나를 소개할 이름이 생긴 것이. 기쁨, 안도, 행복이었다. 그날 흘린 눈물의 의미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 이해 기초 자료’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매년. 학년이 바뀌어도 취미, 특기, 장래희망을 적는 란은 똑같이 기록했다. 항상.    


취미는 독서, 특기는 피아노 연주, 장래희망은 선생님.     


다른 것을 적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취미와 특기는 그렇다 쳐도 장래희망은 왜. 다른 직업은 안중에도 없을 만큼 간절한 것도 아니었으면서. 커서 선생님이 되라고 옆에서 늘 얘기하던 엄마의 영향 때문이었나.    


대체 나의 장래희망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녔던 한 살 어린 동생이 생각난다. 미래에 관한 고민을 나누던 중 “그래도 절대 포기 못 해. 꼭 피아노 할 거야.”라고 당차게 말하던. 나도 그때 그 동생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은, 해내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 먼 훗날에라도 언젠가는 꼭.    


학생 신분으로서 의무적으로 적어내기 위해 생각해야 했던 순간 말고 마음 깊은 곳에 늘 품고 있던 소망. 그 꿈을 아주 작게나마 펼치게 된 것 같아 기쁨의 눈물을 쏟아낼 만큼 정말 행복했다. 어느 누군가는 ‘고작 그 정도’ 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뿐이지만.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중략)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거위의 꿈’이라는 곡의 일부이다. 지금껏 꺼내 보인 적 없지만 오랫동안 간직해온 보물이 내게는 ‘작가’라는 꿈이었다고, 이제는 펼쳐 보일 수 있다. 조금은 쑥스럽지만.  

  


브런치 작가가 된 후로 달라진 건 없다. 혼자만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누구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자기만족을 위해 살아가는 건. 스스로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누구누구의 엄마’가 아닌 ‘아, 이제 브런치 작가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흡족하다. 남들은 몰라주더라도 내가 나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지금 ‘작가’로서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닿아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심어보련다. 꿈꾸기에 늦은 나이라는 건 없으니까. 조금 느려도 괜찮다.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꿈을 지니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 동생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피아노와 관련된 일을 하는 어른이 되었을까. 혹여 피아노와 상관없는 삶을 살더라도 여전히 갈망하고 있진 않으려나.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한순간도 사그라들지 않았던 나처럼 말이다.

이전 12화 국민요정 정경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