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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Jul 10. 2022

국민요정 정경미

“정경미 포에버”


개그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왕비호의 대사였다. 윤형빈을 더 좋아했다. 그 당시에는. 정경미는 윤형빈과 연애하는 동료 개그우먼 정도로만 생각했다.

얼마 전 ‘개승자’라는 프로그램에 그녀가 특별출연했다. 깜짝 등장에 방청객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그녀의 눈가가 왠지 촉촉해 보였다.


‘정경미?’


검색창에 이름을 치고 SNS에 들어가 보았다.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연예인으로서의 화려함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한때는 잘 나가던 개그우먼이었는데.


두 아이를 키운다는 동질감 때문일까. 그녀가 좋아졌다.

SNS를 매일 구경했다.


‘운동 좀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던 중 만보 걷기 사진을 보았다. 하기 싫어했지만 해내고 뿌듯해했다. 그 모습이 좋은 자극이 되어 30분이라도 걷기 시작했다.

아홉 살 아들과의 친근함도 부럽기만 했다. 보이는 사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다정한 모자의 모습을 보며 반성하게 된다. ‘큰 아이에게 잘해주어야지.’ 하는 다짐도 함께.


눈길이 가는 또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정리수납 전문가 2급’ 자격증.

‘그래. 바로 이거야.’


한국 직업 능력 진흥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다양한 분야의 자격 취득과정이 있었다. 도전하고 싶은 과목이 많았다. 왜 그동안 자격증 공부를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못 한 게 아니라 엄두가 안 난 걸까.


어느 순간, 미니멀 라이프는 아니지만 비우기 시작했다. 주방, 냉장고, 서랍, 거실, 화장실 등 집 안 어디든. 깔끔한 것이 좋아서.

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리를 하고 싶었다.


‘정리수납 전문가 자격증을 따야겠어.’


1강부터 20강까지의 강의를 들으면 응시가 가능하다. 강의 시간은 한 강의 당 평균 20분 정도.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수업을 들었다.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밤에 공부를 한다는 게 버거울 때가 있긴 했지만. 서둘러 취득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도 여러 번 수업을 들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듣지 못한 날도 더러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심기일전한 끝에 20강까지의 수강을 마쳤다. 곧바로 마우스 단추를 시험 보기로 가져갔다. 강사님께서 강조하셨던 내용 위주로 문제가 출제되었다. 기출문제를 풀어본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96점. 마침내 정리수납 전문가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뭉클했다.

‘개승자’ 무대에 올랐을 때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던 것도 같은 이유이지 않았을까.


자격증이 생겼지만 달라진 건 없다. 변화라면 우리 집이 깔끔해진 정도랄까.

괜찮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기대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만 쳐다보지 않고 ‘나’를 바라볼 시간이.

그리고 그런 시간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녀다. 모든 과정을 즐기면서 하려고 하는 모습이 감명 깊다. 승승장구하길 바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나 역시 조금씩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국민 워킹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 제법 근사해 보인다.


 “국민요정 정경미,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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