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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Jul 31. 2022

나를 사랑하기

일찍 일어나기 전에는 몰랐다. 완전히 동트기 전 남아있는 얕은 어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열흘이 조금 넘었다.     


‘미라클 모닝’ 대열에 합류하고자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6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맞춰 둔 알람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끄고 자버리던. 아이들을 학교, 유치원에 늦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버티다 마지못해 몸을 일으키던.    


그런 내가 ‘일찍’ 일어난 지.    


출근 준비를 위해 6시 30분이면 일어나는 남편이 묻는다.

“안 피곤해?”    


피곤하다. 점심 식사 후 잠깐 소파에 앉으면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없이 고개를 꾸벅거릴 만큼.    


자러 가던 큰 아이가 옆에 와서 앉는다.

“엄마, 요즘 몇 시에 자?”

“일찍 자는데. 11시 정도?”

“그럼 그때까지 뭐 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보고 그러지. 그런데 왜?”

“아니, 엄마 요새 일찍 일어나는 것 같아서.”    


뜨끔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서 제일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이들이 일어난 뒤에도 한참 후에야. 그러니 요 근래에 자신보다 먼저 일어나 있는 엄마를 보며 어리둥절할 수밖에. 너무 늦게 일어나는 모습만 보여줬나 싶어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긍정 확언’을 쓰며 하루를 연다. 이 또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루어지지 않은 일을 확신에 찬 말투로 써 내려가는 것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 주는 힘’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반복해서 꺼내다 보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걸 보니.    


하루의 끝에는 ‘감사일기’를 적는다. 다섯 가지 이상 채우려고 하는데 떠오르지 않을 때도 많다. 생각보다 어렵다. 그동안 감사함을 잊고 지내온 탓일까. 마땅하다 여겼던 것들 중 당연한 건 하나도 없는데. 며칠 사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놀랍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던 생활 속에서 나도 모르게 감사한 일을 찾곤 한다.


나를 아껴주지 못했다. 타인의 기분과 감정은 끔찍이 살피면서 정작 내 기분과 마음은.    

 

그 어떤 누구도 ‘자신’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남보다 나를 생각한다는 것이 어쩐지 더 어렵게만 여겨졌으므로.    


아이들 친구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감자 어때? 필요할까?”

“아니. 아니.”

“오케이.”    


불편했던 마음이 깨끗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나름 견딜만했다. 여느 드라마 대사처럼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참 오래 걸렸다. ‘아니’라는 두 글자를 말하게 되기까지.    


이제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조금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희망과 기대를 담아 설레고 벅찬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그 끝은 잊지 않고 모든 것에 대한 감사로 채워나가는 요즘.     


잔잔하고 평온하다. 마음을 스스로 돌보며 얻는 행복이 꽤 크다.    


혹여 또다시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느라 ‘그래도 될까?’ 하고 망설여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기억해야겠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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