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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14. 2022

연착과 갑작스러운 취소, 안되려면 끝까지 안되는구나

네덜란드 네이메헨-독일 하이델베르크 기차 여행


이번 주에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에서 미팅이 있었다. 이틀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미팅이었고 전날에 미리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네덜란드의 내가 사는 도시에서 하이델베르크까지는 기차로 5시간 반이 걸렸고 아침에 출발해서 오후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미팅 전날의 일정을 마쳤다. 


이틀 동안 바쁘게 미팅을 하고 이틀째 오후, 나는 일찍 네덜란드로 출발했다. 미팅이 모두 끝나고 출발하면 밤 11시 12시에나 집에 도착하기 때문에 오후 2시 반에 일찍 미팅에서 나왔다. 미팅이 있던 장소에서 기차역까지 이 시간에는 버스가 다니질 않았기 때문에 미팅 호스트가 택시를 불러줬다. 하지만 택시가 도통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3시에 기차를 타야 하는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커져갔다. 


▶ 택시로 Heidelberg-Altstadt까지

기다린 지 10분이 되어갈 즘 드디어 택시가 도착했고 나는 얼른 타서 서둘러달라고 했다. 언제까지 가야 하냐며 택시 기사가 물었고 3시쯤 기차가 떠난다 말하니 아슬아슬한데... 하며 내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거기다 택시 기사가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카드를 쓰려면 택시를 부를 때 미리 말을 했어야 하는데 미팅의 호스트는 그런 언급 없이 그냥 택시만 불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카드로 결제를 했다. 중간에 ATM이 있는 중앙역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내 기차는 중앙역을 거쳐가기는 해도 출발역은 다른 곳이어서 잠깐의 고민 후 그냥 원래 가려던 출발역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 기사는 카드 결제기를 가지고 있었고 기차 시간 5분 전 기차역에 도착해서 무사히 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다. 


▶ 잘못 탄 기차로 Heidelberg-Altstadt에서 Heidelberg-Weststadt/Südstadt으로

시간이 지나고 기차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기차가 오지 않았다. 핸드폰 요금제를 네덜란드에서만 가능한 요금으로 신청해서 독일에선 데이터가 없던 나는 앱을 통해서 얼마나 딜레이가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마냥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 하나가 도착했다. 원래 내가 타야 할 기차랑 비슷한 시간에 왔으니 이 기차가 맞겠지 하고 탔는데 타고 보니 이 기차는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서 멈추는 기차였다. 내가 원래 타야 하는 기차는 중앙역을 거쳐 만하임(Mannheim)에 도착하는 기차였기 때문에 단숨에 기차를 잘 못 탔다는 걸 알았다. 


중간에 내릴까, 어차피 중앙역 지나치는 거 중앙역에서 내릴까 하다가 그냥 중간에 내려버렸다. 혹시라도 내가 원래 타야 하는 기차가 다른 철로를 이용해서 지금의 기차를 추월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기차를 놓치게 되는 것이 걱정이 돼서였다. 그렇게 Heidelberg-Weststadt/Südstadt 기차역에서 내렸다. 


▶ 타야 할 기차의 20분 연착 뒤 취소

내린 기차역에서 내가 타야 할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10분이 지나도 기차는 오지 않았다. 만하임에서 갈아타야 하는 기차와의 환승 시간은 26분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를 잃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더 늦어질지 몰라 조금씩 조바심이 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곧 도착한다는 말뿐이었고 그렇게 10분을 더 기다렸다. 플랫폼에서 독일어로 방송이 나왔다. 뒤에 영어를 기다렸지만 독일어를 끝으로 방송이 끝나버렸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니 내가 기차 시간을 물어봤던 독일인이 말을 걸어왔다. 기차가 취소됐으니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며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봤다. 만하임까지 가야 한다고 하니 그럼 지금 당장 중앙역으로 가서 다른 기차를 타야 한다며 버스정류장을 안내해 줬고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시간을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줬다. 패닉에 빠질 것 같았지만 옆에서 도와주는 독일인 덕분에 정신 차리고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다. 


▶ 버스를 타고 하이델베르크 중앙역까지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혹시나 하고 앉아있던 다른 독일인에게 길을 물어봤고 바로 다음에 올 버스를 타면 된다며 대답해 주었다. 버스에 올라타고 조금 가니 중앙역에 금방 도착했다. 버스가 도착할 즘 여기가 맞는지 헤맸는데 정류장에서 같이 탔던 독일인이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또 친절히 알려줘서 무사히 중앙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 만하임으로 가는 기차의 딜레이로 놓친 환승

역에 들어가서 전광판을 보며 만하임에 가는 가장 빠른 기차를 찾았는데 15분 뒤에 기차가 있었다. 역에선 와이파이가 터져 앱으로 스케줄을 확인하니 만하임에서 갈아탈 기차도 20분 정도 딜레이 되고 있었다. 15분 뒤에 만하임행 기차를 타면 만하임에서 기차를 잡아탈 수 있을 듯싶었고 그 희망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만하임행 기차가 한없이 딜레이 되었다. 내가 기차를 탄 건 15분 뒤가 아니라 30분 뒤였다. 그리고 만하임에 도착했을 때는 당연히 다음 기차를 놓친 상황이었다. 이미 패닉 상태였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그곳엔 나처럼 기차를 놓친 사람들이 한가득이었고 안내 직원은 바로 다음 열차 스케줄을 알려주며 그냥 타면 된다고 안내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나도 다음 기차 스케줄을 안내받았고 그 기차는 50분 뒤 출발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여유가 주어지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택시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고 몇 시간 동안 안절부절했던 긴장이 풀어지자 눈물부터 쏟아졌다. 이때 나는 그래도 이제 새로운 스케줄을 잡았으니 이대로만 따라가면 집에 갈 수 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었다. 


▶ 또다시 딜레이, 또다시 놓친 쾰른에서의 환승

50분 뒤 출발할 기차가 또 딜레이 되어 1시간 뒤에 출발했다. 그래도 다음 환승 기차까지는 25분이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차는 도착하는 역마다 딜레이가 됐고 결국 내가 갈아타야 하는 역 쾰른(Köln)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환승 시간을 2분이나 넘긴 상황이었다. 앱으로 확인을 해보니 내가 타야 할 기차는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 


▶ 또 또 딜레이, 또 또 놓친 부퍼탈에서의 환승

대신 앱에서는 대체 스케줄을 제시해 줬다. 지금 역에서 내리지 않고 30분을 더 가서 부퍼탈(Wuppertal)에서 내리면 더 이상의 환승 없이 바로 네덜란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부퍼탈까지 기차를 더 탔고 내가 탄 기차는 거기서 또 딜레이가 되어 부퍼탈에 도착했을 땐 다시 환승할 기차를 놓치게 됐다. 


▶ 반대로 타버린 기차

이때는 완전 패닉에 빠져 무슨 생각으로 움직였는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다음 스케줄을 찾자는 일념으로 뒤셀도르프(Düsseldorf)를 통해 네덜란드로 넘어가는 스케줄을 찾았다. 그렇게 새로운 스케줄에 따라 다시 기차를 탔는데 기차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서둘러 다음 역에서 내리니 알지도 못하는 곳에 내리게 됐고 인터넷은 전혀 터지지 않았다. 주변에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나는 읽지도 못하는 독일어 안내판을 필사적으로 살펴보며 부퍼탈 중앙역으로 되돌아가는 기차를 찾았다. 분명 앱에 나온 플랫폼에서 기차 번호까지 확인해서 기차를 탔는데 왜 엉뚱한 기차를 타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부퍼탈 중앙역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 몇 분 뒤 기차가 온다는 정보를 찾았고 나에게 남은 1,2분 동안 낯선 역에서 정말 펑펑 울어버렸다. 울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패닉이었다. 


부퍼탈 중앙역으로 향하는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분명 부퍼탈이라는 단어를 확인하고 기차에서 내렸는데 내가 잠깐 도착했던 부퍼탈 중앙역과는 풍경이 너무 달랐다. 표지판을 보니 부퍼탈이라는 단어 뒤에 무언가 더 쓰여있었고 나는 바로 몸을 돌려 기차에 다시 올라탔다. 내가 올라타자마자 문은 닫히고 기차는 다시 부퍼탈 중앙역으로 출발했다. 


부퍼탈 중앙역에 도착해서는 뒤셀도르프에서 환승하는 스케줄은 포기하고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그곳에서 원래 타려고 했던 바로 네덜란드로 향하는 기차의 다음 일정을 새로 받아왔다. 기차는 1시간 뒤에 출발이었고 그동안 나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소리 없이 울었다. 주변에서 쳐다보긴 했지만 마스크 덕분인지 내가 알바냐 하고 펑펑 소리 없이 울어버렸다. 


▶ 마음대로 바뀌는 플랫폼, 독일어만 나오는 안내방송

그렇게 다음 기차를 탈 시간이 되어 플랫폼으로 향했다. 이제는 기차가 딜레이 되는 것쯤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한참 기차를 기다리는데 기차가 도착하기 5분 전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전광판을 봐도 나는 알 수 있는 게 전혀 없었고 안내 방송은 독일어로만 방송됐다. 이상했던 건 내가 있던 플랫폼의 전광판에는 내가 타야 할 기차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 앱을 무한 새로고침 하던 어느 순간 타야 할 기차가 도착하는 플랫폼이 바뀌었고 그때는 기차가 도착하기 3분 전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바뀐 플랫폼으로 뛰어갔고 다행히 바뀐 플랫폼에서 예정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 드디어 도착한 네덜란드

1시간 반을 걸려 네덜란드에 도착했고 네덜란드 안에서는 딜레이도 캔슬도 없이 편안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1시가 지나있었고 나는 5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9시간을 걸려서 올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팅을 끝까지 참석하고 다음날 집에 돌아오는 건데.... 택시에서 바로 중앙역으로 향할걸.... 잘 못 탄 기차 끝까지 타고 중앙역으로 갈걸 하는 후회들이 머릿속에 쏟아졌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더 이상 생각을 못 할 만큼 피곤해져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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