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시작됐다

2012 올레

by Cielo

2012.8. 6 (월)


사람들과 이별하기 시작했다. 물론 까미노라는 곳은 누군가를 만났다가 금방 헤어지는 곳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괜스레 같이 걸어왔던 멤버들은 떠나보낸다는 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등학생인 B 군은 비행기 일정으로 인해 돌아가야 했고 일행 오빠들 2명도 체력이 훨씬 좋았기에 예상보다 일정을 더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까미노의 좋은 점은 이런 자율성이긴 하다. 국토대장정때와 달리 팀과 걷거나 행동반경에 제한은 없지만 반대로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고 이 길을 걸어내야만 하는 부담은 있다. 말인즉슨 자신의 체력도 본인의 판단하에 더 걸을지 말지를 정할 수 있다는 건데.. 같이 걷는 사람들도 어느 순간 스스로 깨달아가고 있었다.

우리의 체력과 미래는 다르고 서로 헤어지는 순간이 결국엔 올 것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 같이 숙소에서 술도 먹고 요리도 해 먹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기만 했다.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을까. 확실히는 모르겠다. 혼자 분명 걸으러 왔는데 다시 혼자가 될 생각을 하는 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인생은 모르는 거지만 이번 스페인에서는 내 마음 가는 데로 한 번쯤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솔직해지고 싶다.

내 생각, 나의 계획 모두.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는 건 싫고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지도 않다.


어쩌다 순례길에서 한 스페인 남자를 만나 알게 된 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불안하고 미래를 모를지언정.


지금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이 메세타 고원처럼 끝없는 길이 보여도 난 계속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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