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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를 같이 드는 것

by 재홍

하나하나 점을 찍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준다고 냉장고를 다 뒤졌을 수도 있고요, 어디 해변에 놀러 가서 물장구도 쳤을 것입니다. 물기 묻은 손을 닦고 컵라면에 물을 올렸을 것입니다. 고깃집엘 가서 고기를 태워도 봤을 거고요. 등산을 가서 덥다고 짜증도 냈을 것입니다. 지지부진한 내리막길을 다 내려와서 땀을 흘려서 끈적한 손을 잡았을 것이고요. 근처에 있는 백숙집을 들어갔을 수도요. 비싸다고 불평하며 다리를 내밀었을 것입니다.


밥을 어떻게 먹는지 눈에 훤할 것입니다. 먼저 야채에 손을 댄 다음 고기반찬에 손이 간다는 것을요. 어디 유튜브에서 나온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먹도록 제안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냉면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가 나는 것을 싫어하죠. 조심조심 젓가락으로 앞 접시에 잘 옮겨 놓은 뒤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채 먹습니다. 숟가락으로 밥을 양껏 떠서 먹는 것을 좋아하죠. 밥 위에 반찬을 올려서 숟가락 째로 말이에요. 나물을 씹을 때 나는 소리, 뼈에 붙은 고기를 어찌 먹으려고 하는지, 뜨거운 찌개 국물을 후후 불어 먹으며 얕게 소리를 내는 것도 알고요. 좋아하는 음식을 아는 것도 분명 사랑일진대요,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아는 것은 한 술 더 뜨는 사랑일 것입니다.


우리는 밥을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물으며 안부를 확인합니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을 믿고요.

산다는 것은 사실 밥을 먹는 일이죠. 매일매일 밥을 먹어야 하니까요.

밥심으로 우리는 사랑합니다. 숟가락으로 떠 넣듯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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