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외국어
저의 외국어 습득은 성공적이지 못했어요. 학창시절 그닥 외국어에 재미를 발견하지 못했었고 입시 때문에 마지못해 한다는 식이었어요. 사회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외국어에 약간의 필요성을 느껴 도전해보기도 했지만 그 또한 일시적이었을 뿐 지속적인 공부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책을 좋아하니 원서는 정말 드물게 한 권씩 읽기는 했어요. 모르는 단어 검색해가며 '느리게 읽기'를 하는 셈이었어요. 그런데 그마저도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이후에는 전무하다시피 했구요.
2년 전 서점에 입사했네요.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요? 외국손님들이 심심치 않게 오시지 뭐예요.^^ 처음에는 속으로 살짝 당황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부딪혀보자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문법적으로 옳은 표현 따위의 생각은 다 내려놓고 짧은 영어로 입을 떼기 시작했어요. 영미인들처럼 발음을 굴리지 않고 또박또박 의사 전달하고, 내가 한국인이니 한국식 영어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하는 태도로 그들을 대했어요. 그랬더니 뜻밖에 외국인들이 칭찬을 하시더군요.
그런 경험을 몇 번 한 이후 저는 외국어 울렁증을 극복하게 되었어요. 중요한 건 자신있게 입을 떼고, 실수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느꼈거든요. 오래 붙들고 있었던 영어도, 제2외국어였던 프랑스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자막없이 보겠다고 큰 마음을 먹고 도전했던 일본어도, 모두 제게 슬픈 기억만 안겨준 채 아득히 먼 존재였는데, 이렇게 영어가 삶 속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사실 매장에서 쓰게 되는 영어표현은 제한되어 있잖아요. 우리가 학창시절 배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소통 가능하구요. 중요한 건 두려움 없이 그 대상에 다가갈 수 있는 태도 같거든요. 그것은, 비록 자신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 인생을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같기도 해요.
저는 요즘 저희 서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포켓용 사이즈의 영어 회화책을 하루에 딱 '3분만' 보거든요. 유튜브에 동영상 강의도 올라와 있어서 출근버스에서 시청도 하구요. 외국어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날 찾아든 폭발할 듯한 열정보다 꾸준함에 비결이 있다는 뒤늦은 깨달음입니다.
악기가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 그것만이 완성에 도달하는 길인 것 같거든요. 누군가는 지쳐 그만두고 또 어떤 이는 도중에 흥미를 잃게 되더라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늘도 시도하는 자만이 신의 선물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꾸준함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자유의 경지 말이예요.
늘 새로운 길 위에 설 수 있는 사람만이, 풍성한 인생의 맛을 볼 수 있고 다채로운 경험이 우리를 데려다줄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캐나다인 강사께 회화 배우러 다녔던 영어학원 입구에 쓰여 있던 문장이 종종 떠오릅니다. 그 구절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Language is Free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