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오늘도, 서점으로 출근합니다.

by 크리스티나

2023년 가을이 시작될 무렵 서점에 취직을 했습니다. 함께 책을 사랑하던 친구들은 막연한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가족이나 친지들은 걱정과 호기심이 반씩 뒤섞인 감정으로 저를 대하더군요.


아무튼 볕이 좋고 바람이 맑았던 9월의 첫날 경쾌하게 출근을 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서점은 1960년대에 오픈한 지방 소도시의 오래된 책방입니다. 단행본 뿐 아니라 참고서, 만화책, 잡지류까지 꽤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는 옛날서점인 셈입니다.


서점일을 해본 경험은 없었지만 나름으로는 책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지라 서점이라는 공간이, 그리고 서점인이라는 직업이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습니다. 마치 먼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으니까요.


이 서점에서 40년 근속하신 부장님께 포스 업무부터 시작해 여러 일들을 익히는데 사실 좀 신이 나더군요. 배우는 것을 즐기는 편이고 일을 겁내는 성격이 아닌지라 어느 직장엘 가도 일복이 넘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재미가 있기는 했습니다. 더군다나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도 책이 꽂힌 서가가 눈에 들어오니 어찌 기쁘지 않겠어요!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거리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 이 공간에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서점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오래된 책과 새책들이 뒤섞여 뿜어내는 책냄새가 저를 오늘도 서점인으로 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책방에서 일한다고 하면, 책도 읽을 수 있겠군요, 하는 반응이 돌아오는데요. 직원들 취미생활하라고 월급 주며 사람을 고용하는 직장은 없습니다. 당연히요. 그렇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사람이 만들어낸 귀한 예술품과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이 애환이 있듯 책방 직원도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리고 때때로 슬픔이, 잠시 찾아드는 행복감을 압도하기도 하지만, 평범한 생활이 꽃피우는 건강한 아름다움이 존재하기에, 오늘도 이 자리를 사랑합니다.


유서깊은 서점마저 문을 닫는 현실 앞에서 책방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주변분들이 많이 있지만,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매사 노심초사하며 살 수는 없기에, 저는 오늘도 담대한 마음을 품고 서점문을 엽니다. 여름을 온전히 노래하며 보내는 베짱이의 마음으로 저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즐겨보려 합니다. 마치 내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입니다.


화려한 모양의 꽃을 피우지 않아도, 강렬한 향기로 지나가는 이들을 멈추어서게 하지 못해도, 매일 소박한 꽃을 열심히 피우는 일일초처럼, 평범한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드리워주는 아름다움에 감사하고, 감내하며, 오늘도 서점으로 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