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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 존 윌리엄스

성실한 삶

by 띵킹한 Mar 25. 2025

얼마 전 아버지가 약 40년 동안의 근무를 마치고 정년퇴직하셨다. 주야간 교대 근무, 주 6일 근무 등 결코 쉽지 않은 회사 생활이었겠지만 한 번도 자식 앞에서 힘든 티를 내지 않으셨다. 되려 퇴근 후에도 밝은 미소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시곤 했다.


학창 시절에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 줄 몰랐다. 항상 아버지의 밝은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몰랐다.


사회에 나와 직접 회사를 다녀보니 아버지의 노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근무한 지 만으로 3년이 다되어가지만 여전히 아침에 회사 가는 게 힘들다. 회사 업무도 익숙해지지 않고 매번 어렵다. 솔직히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3년 동안 다니는 것도 힘들었는데, 40년 동안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 힘든 내색 하나 하지 않고 키워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


아버지는 이처럼 강인하고 성실한 삶을 사셨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읽은 책인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떠올라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스토너'는 주인공인 스토너의 일생에 대해 저술한 소설이다. 스토너는 20세기 초 미국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업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학에서 영문학의 매력에 빠져 영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아 40년 동안 근무한다.


스토너의 삶은 불행해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친구를 잃는다. 결혼 생활도 실패에 가깝다. 아내가 스토너를 사랑하기보다는 스토너를 괴롭힌다. 딸이 있지만, 이른 나이에 임신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대학에서도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동료 교수의 미움을 사 괴롭힘을 당한다. 교수 생활 중에 진정한 사랑을 만났지만 이미 가정이 있기 때문에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난다.


하지만 작가는 스토너의 삶을 불행하다고 보지 않았다. 되려 영웅적이고 훌륭한 삶이었다고 평가한다. 이 관점으로 생각해 보니 스토너의 삶이 다르게 보였다.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교수가 되었다. 불이익이 있더라도 자기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동료 교수의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4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스토너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특유의 강인함과 성실함으로 이를 극복해 나갔다. 이처럼 성실함은 삶에 힘이 되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실한 삶을 사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성실한 삶을 방해하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성실한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 

첫 번째 장애물은 완벽주의다. 완벽주의가 심하다면 성실한 삶을 살기 힘들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작 일을 시작하기 힘들어진다. 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계속해서 미루게 된다. 머리로는 해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결국 일을 시작하거나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두 번째 장애물은 스트레스에 대한 과도한 반응이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등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과도한 반응은 문제가 된다. 평소 퇴근 후에 공부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아 계획된 공부나 운동을 하지 않고 폭식이나 폭음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장애물은 남들과의 비교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비교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학교 성적에서부터 키에 이르기까지 줄을 세우고,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비교하며 자라왔다. 최근 들어서는 sns의 발달로 인해, 비교하기 싫어도 남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남들의 삶과 비교하면 자신의 삶은 초라해 보인다. 남들은 쉽게 돈 버는데 나만 어렵게 돈 버는 것 같다. 성실하게 한 분야에 몰두하기보다는 남들의 말에 따라, 유행에 따라 쉽게 진로를 변경한다. 어느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쌓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삶을 살아간다.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건 이처럼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성실한 삶을 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낙담하기는 이르다. 장애물을 발견했다면 치우면 된다.


장애물 제거하기 

완벽주의보다는 완성주의를 추구하자. 일이 주는 압박감에 걱정하며 괴로워하기보다는 그냥 일을 시작하자. 일을 하다 보면, 걱정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일을 계속하면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쌓인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모든 건 시작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는 보통 압박감을 느낄 때, 이로 인해 발생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본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예로 들어보자.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직장에서 잘리는 거다. 직장에서 잘리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휴식을 취하며 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오히려 더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계획된 생산적인 일들을 차질 없이 해낼 수 있다.


어제의 나와만 비교하자. 남들과 비교해서 얻는 거라고는 열등감 밖에 없다. 세상엔 어떤 측면에서라도 나보다 잘난 사람은 항상 존재한다. 이들과 비교하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보다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발전한 부분을 찾는 게 낫다. 나는 보통 연간계획표를 활용하여 나의 성취를 평가한다. 자취방의 벽 한쪽에 연간계획표를 붙여놓고 그날 한 행동들을 기록한다. 한 번씩 삶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이를 보며 위안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릿 및 1만 시간의 법칙을 통해 얻은 지혜 

그릿(Grit)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끈기, 집념, 열정을 의미한다. 안젤라 리 덕 워스의 '그릿'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어떤 사람이 성공할 것인지 예측할 때 살펴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인자는 좋은 지능도 아니고, 타고난 집안도 아니고 바로 그릿이다.


그릿을 통해 어떠한 역경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목표를 생각하며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함을 다시 한번 배웠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이는 유명한 베스트셀러인 1만 시간의 법칙에서도 비슷하게 강조했던 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1만 시간은 하루 8시간 근무라고 쳤을 때, 계산해 보면 4년 10개월 정도가 걸린다. 즉 최소 5년 정도는 꾸준히 한 분야에 정진하면서 전문성을 키워야 프로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가자 


"성실함이 미덕이었던 게 이제는 무기여야 된다는 그 강박감에" 
- 다이나믹듀오, 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中 -


즐겨 듣는 노래 가사 중 위와 같은 가사가 나온다. 지금 나의 상황과 유사해서 더욱 와닿았다. 나는 지금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넘어왔기 때문에 원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사람들에 비해 부족하다. 그들과 견주어 나은 점은 '성실함' 밖에 없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는다. 성실함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전문가로 성장해 있을 것을 알고 있다.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보여주시고, 가르쳐준 성실함을 잊지 않고 이를 나의 가장 큰 무기로 삼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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