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색

민달팽이로부터

by Dr Wolfgang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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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열기가 존재를 과시했던 지난밤,

참으로 여러 번 뒤척였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양질의 산소를 자신에게 공급해 주려

간단히 스트레칭을 마치고 산으로 향하다.


2km 가까운 거리를 달려

Philosophenweg (철학자의 길) 우회도로 초입으로 진입.


이국의 깊은 숲은

밤새 내게 찾아와 머물던 불청객이 없었던 듯,

시원한 습기와 냉기를 많이도 뱉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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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줄 착각한 민달팽이가

숲 중심으로 뻗은 아스팔트 위를 가로지르다,

미처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고

길 옆 떨어진 낙엽들과 어우러져 있다.

보호색을 띠고!!


하마터면 낙엽인 줄 알고 밟을 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호색 덕분에.


자신의 안영을 확보키 위해

보호색을 띠었을텐데

그 바람에 유명을 달리할 뻔했던 민달팽이.


보호색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으리라 여겼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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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양질의 산소를 자신에게 공급함으로

오늘과 앞날의 안영을 담보하려

가파른 산길을 뛰어오르고 있다.


불현듯,

이것이 과연 내게 보호색의 기능을 할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내가 지금껏 띄었던 보호색은,

주어진 것에 천착하여 잘 해내는 것이었던 듯한데,

과연 그것이 내 생을 관통해 볼 때 보호색이었던가도

자문해 본다.


어쩌면 내게 보호색은

준비한 만큼 해내는 것이요.


또 준비했다면,

나 자신이 그만큼은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일 수도 있겠다 여겨진다.


나의 보호색은

민달팽이의 그것과 달리

내 삶의 안녕을 담보하기에 적절한 아이템이길

바라며 7 km의 새벽 조깅을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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