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미지나 정서가 찾아오면,
그 특징을 잡아 바로 글을 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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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의치 않을 때는
그 끈을 놓지 않으려 되뇌이나,
어느 정도의 시간,
혹은 그 순간이 지나면
비슷한 것들만 떠오르지
뇌리나 가슴에 꽂히던
그 천둥과 번개는 사라진 지 오래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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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소제를 잡으면,
그것에 대해 상술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 않지만,
기록하던 도중,
혹은 그전에 그 느낌이 증발해 버리면,
낭패다.
나조차도 다시 기억해 내거나,
느낄 수 없는,
소멸되어진 그것.
내 뇌리에서 발생된 중요한 가치를
잃은 느낌에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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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등록란에 5개의 쓰다만 글들이 있다.
다시 읽어 보니,
이미 그 소제를 바투 잡았을 때의
정서들은 부재한 상태다.
삭제하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퇴고하거나 덧대어 보자니,
구색이 안 맞는다.
어쨌든 그냥 두기로 결정했다.
내 새끼를 버리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