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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May 24. 2021

초보자를 위한 대만 우롱차 및 홍차 추천 목록

초보자는 솔직히 6대 다류가 뭔지 안 궁금하다

차를 우리다가 삽질을 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 차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꽤 읽어보았다고 생각한다. 차 관련 책의 도입부는 늘 6대 다류가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녹차, 홍차, 청차, 황차, 백차, 흑차란 무엇인가? 각 차들의 제조 공정을 쫙 소개하면서 한두 챕터 정도는 가뿐히 소비한다. 읽다 보면 처음엔 잘 이해도 되지 않을 뿐더러, 각각 다른 책에서 똑같은 내용을 계속 읽어봐도 내가 딱히 궁금하던 내용은 아니었다. 차를 마시는 입장의 내가 궁금한 것은 "비싼 차는 왜 비쌀까?" "비싼 차는 향미적으로 그정도의 가치가 있는 걸까?" "이 많은 종류의 차 중에서 뭘 어떻게 골라마셔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같은 것으로 과연 가성비의 민족다운 궁금증이라 할 수 있다.


차는 차밭에서 재배한 '카멜리아 시넨시스' 종의 나무의 잎(대만차의 경우는 줄기까지 함께)을 따서 인간의 손으로 가공해 마시는 음료이다. 자연 조건과 인간의 기술이 조화되어 만들어지는 오랜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6대 다류는 사람이 어떻게 가공하느냐를 기준으로 한 분류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대만차를 마시다 보면, 사람이 어떻게 가공하느냐보다 오히려 오랜 품종개량을 거친 특정 종의 차나무가, 어떤 토질을 가진 땅에서 어떤 기후조건으로 어떤 환경과 차농의 손길을 거쳐 생산되었냐가 차의 맛과 향도 그렇지만 특히 '가격'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취미든 지갑의 한계 안에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은 특히 중요하다. 서양식 홍차는 그래도 잎차나 티백으로 사면 카페 음료보다 싸다고 정신승리라도 할 수 있지만 중국이나 대만차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지! 얼그레이냐 아니냐 그런걸로 싸울 때가 좋았지..(휴) 그래서 생활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의 기준으로 대만에서 난 차에 한정하여 나름의 분류와 가이드를 제시하려 한다.


땅과 기후의 특성에 따른 우롱차의 분류

차 산지의 해발고도가 올라갈 수록 고급차

대만은 그렇게 넓지 않은 섬나라이다. 한반도처럼 길쭉하게 생겼는데, 제일 북쪽에 있는 대도시 타이페이부터 제일 남쪽에 있는 대도시 가오슝까지 고속철도로 3시간..? 이면 가는 정도이다. 하지만 꽤 높은 산지들이 여러 군데 포진해 있고 온동네 터널을 빵빵 뚫는 한국과 달리 산지를 열심히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 높은 산지들이 또 유명한 차 산지들이기도 하다. 대만에서는 해발고도 1000m 이상에서 재배된 차를 고산차라고 하며, 일단 '고산차'라는 라벨이 붙으면 해발 1000m 이하의 산지에서 재배된 것이나 평범하게 대지에서 재배된 것보다 상당히 비싸진다. 책을 읽어보니, 기후상 일교차가 좀 있고 서늘해야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해발고도가 아주 높은 곳에서 재배된 차들은 좀 더 향긋하고 딻또름한 맛이 덜 나는 대신 특유의 감칠맛이 있고 좀 풋풋한 녹차같기도 한 것이... 좀 더 부드럽고 달면서 복합적인 맛과 향이 있다. 일단 우릴 때 좋은 차향이 확 퍼지며, 처음에는 이런 맛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는 이렇고 마지막은 어떤 여운으로 남고.. 그런 나름의 스토리텔링(?)도 있다. 산지의 해발고도가 내려갈 수록 조금 더 맛과 향이 단순하고 스트레이트해진다.

좀 이상한 비유일 지 모르겠지만... 고산우롱은 파인 다이닝의 코스 요리고, 평지에서 자란 차나무로 만든 우롱은 떡볶이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될까. 하지만 우리는 코스 요리를 좋은 날 비싸게 먹으면서도 떡볶이를 더 사랑하고, 대만 현지인들도 어느 정도 그렇게 차를 소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산우롱의 분류

대만에 해발 1000m 이상 올라가는 차 산지 지구는 크게 네 군데가 있고, 제품 이름에도 대부분 차 산지 지구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산지의 고도가 높아질 수록 비싸진다. 대부분 산화 및 홍배(로스팅)를 20% 이하로 약하게 한 차들이다.

가격은 아리산우롱 < 삼림계우롱 < 리산우롱 << 대우령(고산)우롱.

타이완 달러는 얼추 250달러가 한국돈으로 만 원이라고 계산하면 되고, 왕덕전이나 경성우에서는 환율을 원화로 표시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아리산우롱 阿里山烏龍 - 1000m~1600m

고산우롱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워낙 유명하기도 해서 여행 책자 등에도 많이 소개되는 차이다. 하지만 은근 브랜드나 생산자마다 편차가 꽤 있어서, 아직 이 차종은 맛이 이렇더라는 판단을 못 내렸다.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2897138

경성우 https://www.jsy-tea.com/categories/alishan-oolong

경성우 같은 경우는 좀 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데 치중해 여러 가지 모양과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아리산에서는 통상적인 고산우롱에 사용되는 청심오룡이라는 품종의 차나무 말고 조금 저렴한 차 생산에 사용되는 금훤 품종의 차를 심어 '아리산금훤' 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책 '대만차의 이해' 에서는 아리산에서 생산되어 같은 기술로 만든다면 두 품종의 차를 거의 구분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아직 나는 못 마셔봐서 이 또한 보류.


삼림계우롱 杉林溪烏龍 - 1600m~1800m

대만 우롱차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차이다. 일단 마셨을 때 엄청 코로 그으으윽한 향이 들어오고 상쾌한 감칠맛이 있으며, 마시고 콧김을 내뿜으면 또 향이 퍼져서 차 마시고 누우면 30분동안 기분이 좋아진다.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5550347

경성우 https://www.jsy-tea.com/categories/shanlinsi-oolong-1


리산우롱 梨山烏龍 - 1800m~2000m

우롱차 내 최고급 차에 미치지 못한 왠지 끼인 둘째딸 같은 포지션으로 향보다는 맛의 밀도가 진한 계열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5550366

경성우 https://www.jsy-tea.com/categories/lishan-oolong-1


대우령(고산)우롱 大禹嶺高山烏龍 - 2000m 이상

리산 안의 봉우리 중에 대우령이라는 특구가 있는데, 거기서 생산된 잎으로 만든 차를 대우령차라고 한다. 녹차를 떠올릴 정도로 맛이 굉장히 순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짝 꽃향 비스무리한 게 피어오르는 은은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우롱차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람이 마셔도 어? 이건 좋은 차 같은데? 라고 할 정도. 하지만 희소성의 문제도 있어(정부가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했다고...) 가격이 진짜 저세상에 붙어 있으므로 처음부터 시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구를 할 수 있는 곳 중에서는 왕덕전만 판매하고 있으며, 여행 중 다른 차 브랜드 매장을 가도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5550380


해발 1000m 아래 산지의 우롱차

고산우롱보다는 싸고, 평지 차밭에서 생산된 우롱차들보다는 비싼 중상급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고산우롱들보다 좀 넓은 범위의 지역 이름이 제품명이 된다. 대만 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우롱차들이며, 처음 우롱차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마셨던 차들이기도 하다. 나처럼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다면 여기부터 시작해도 괜찮을 지 모른다.


동정우롱 凍頂烏龍 - 800m

대만 남쪽의 동정산에서 생산되는 차이다. 차나무 품종은 고산우롱들과 동일한 청심우롱이지만, 대만 내 유통되는 다른 우롱차들에 비해 산화 및 홍배(로스팅)을 조금 더 해서 구수한 맛이 난다. 녹차와 홍차만 마셔본 사람이라면 조금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마시다 보면 매력이 있어서 계속 찾게 되는 차이기도.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2738652

경성우 https://www.jsy-tea.com/categories/lightly-roasted-dongding-oolong


문산포종 文山包種 - 400~500m

대만 북쪽의 핑린 지역, 문산 차구에서 생산되는 차이다. 문산 차구는 토질이 차를 재배하기 좋아, 1960년대부터 차를 재배하기 시작했단다. 워크샵 덕통사고를 일으켰던 주범으로 산화 및 홍배(로스팅) 5~10%로 고산우롱보다 더 맑고 향긋하고 달아, 우롱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접근하기 좋다. 차나무 품종은 고산우롱들과 동일한 청심우롱이지만, 차의 모양을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똑같은 무게라도 부피가 아주 크다. (그래서 유기명차에서 찻잎 양을 부피 기준으로 1/2 넣으라고 한 것이다) 좋아하는 종류의 차라 나름 여러 차 브랜드나 가게의 제품을 마셔 보았고, 왕덕전과 경성우의 가격 및 품질 차이가 가장 큰 제품이었다.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886782

경성우 https://www.jsy-tea.com/categories/wunshan-baojhong


평지의 우롱차

이름이 없는 평지 차밭에서 생산된 차들은 가장 만만한 가격을 담당하고 있다. 차나무 자체를 고산지에서 주로 재배되는 청심오룡과 다른 생산성 위주의 품종을 심는다. 우롱차계의 백종원 푸드 및 떡볶이를 담당하고 있어, 향이나 맛이 여러 단계로 오거나 레이어드 된 느낌은 아니지만 확실한 맛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단점은 전통적 방법으로 우렸을 때 산지에서 재배된 비싼 우롱차들보다 1포 정도 앞에서 종이맛 모먼트가 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싸다. 아리산우롱 150g 살 돈으로 금훤우롱이나 사계춘은 450~600g을 살 수 있다. 차를 일상적으로 마실 사람에게 적합하며, 입문할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제품 이름에는 주로 품종 이름이 붙으며, 발효 및 홍배(로스팅)은 20~25%로 구수한 맛보다 맑은 향과 맛을 추구하는 타입이다.


금훤우롱 金萱烏龍

한국에서 정부미 개량하듯 대만에서는 차 품종을 열심히 개량했는데, 그렇게 나온 튼튼하고 생산성 좋은 오리지널 품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품종 이름에 대차 12호 台茶12號 라는 넘버링도 되어 있다. 마시다 보면 약간 우유향이 난다고 milky oolong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우유보다는 좀 탈지분유 향이다. 달달하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경성우는 일반 대지에서 생산된 금훤우롱차는 팔지 않는데, 대만 사람이 쓴 책에서도 그렇다고 했거니와 내 경험으로도 대만 우롱차는 맛, 향, 가격 모두에서 산지가 미치는 영향이 품종보다 크기 때문에 아리산금훤은 아리산우롱이라고 분류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2609469


사계춘 四季春

가격이 엄청나게 싸다. 너무 무식할 정도로 생산성이 좋은 나머지 사시사철 다 나는 품종이다 보니 저렴하게 팔아야 돼서, 기계로 싹 밀어서 따고 있을 정도라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엄청 뭐 이 향이 오다가 다른 향이 치고오고 첫맛은 이렇다가 끝맛은 이렇게 가고 그렇지 않아 그렇지 깔끔하고, 구수하고, 달달하다. 제주도나 일본 어딘가의 녹차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잎이 다른 품종보다 좀 작은 편이다. 드물게 이건 왕덕전보다 경성우가 비싼 제품인데, 그렇게 사시사철 다 나는 중에서 겨울-봄시즌에 난 걸 제일 고급으로 쳐주고 그걸 봄을 알지 못한다는 이름의 부지춘 不知春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거 이름 한번 시적이다.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1140605

경성우 https://www.jsy-tea.com/categories/si-ji-chun


말리우롱 茉莉烏龍

서양식 홍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낮지만, 차 제조 과정에서 꽃향을 입힌 가향차들도 있다. 자스민꽃 향을 입힌 말리우롱이 가장 유명하다. 어렸을 때 온라인으로 사귀었던 친구가 자스민차를 선물해줘서 마신 적이 있고, 오키나와 사람들도 물 대신 샴삥차라는 이름의 자스민 가향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내게는 친숙한 편이다. 서양 홍차 브랜드들도 자스민 티를 많이 팔기 때문에 차에 비교적 익숙한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성우처럼 우롱차가 아닌 방법으로 만든 차도 있지만 아무튼 차 이름에 말리茉莉가 들어가면 모두 이 계열이다.


왕덕전 말리우롱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1245952

정통 우롱차의 방식으로 만들면서 자스민 향을 가향한 제품. 가격대비 향과 맛이 좋아 개인적으로 왕덕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제품 중 하나이다.

경성우 백호말리 https://www.jsy-tea.com/categories/premium-jasmine-green-tea

이건 샀지만 남 준다고 마셔본 적은 없는데 자스민 그린 티라는 영어 제목도 그렇고 우롱차가 아니라 녹차 방법으로 만들어진 제품인 듯.


인간의 가공법 : 6대 다류

대만의 경우 차 생산량이나 기술이 우롱차 >>>>>> 홍차 >>>>>> 녹차, 백차 라는 인상이다. 또 대부분 산지 및 품종에 따라 가공하는 정도도 딱 정해져 있어서 오히려 가공법에 대한 얘기 필요한지? 같은 느낌이지만, 인간의 가공법으로 나누는 6대 다류 중 우롱차는 사람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차이기 때문에 이 얘기도 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얘기를 아주 거칠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집에 있는 녹차를 대충 냅둔다고 해서 다른 다류로 변신하지는 않는다. 그냥 보관 잘 못한 썩은 낙엽이 될 뿐이다.)


1. 녹차가 차의 기본 형태

2. 녹차를 철 녹스는 것처럼 산화를 100% 시키면 홍차가 된다.

3. 녹차를 철 녹스는 것처럼 산화도 조금 시키고, 열을 가해 커피 로스팅처럼 잘 굽는 과정도 조금 거치면 우롱차가 된다.

4. 녹차를 김치 익히듯 미생물이 작용하는 발효를 시키면 겉절이는 황차, 묵은지는 흑차가 된다.


그러니까 우롱차라는 게 인간의 손이 많이 가고, 기술이 많이 필요하고, 굳이 사람이 손으로 어린 잎을 따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애초에 어린 잎을 딴다고 해서 맛있어지지도 않는다고. 품종개량을 많이 하여 싸게 배불리(?) 마실 수도 있게 개발하고, 아시아의 4대용... 이라고 불릴 정도의 경제성장에 따라 고급화된 맛을 추구하기도 한 것이 현재 차 시장에 나와있는 품종들인 셈이다.


21세기의 대만의 우롱차에서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맛과 향은 청향 清香 이라고 불린다. 산화와 홍배(로스팅)을 20% 아래로 하여 맑은 느낌을 주고, 꽃향과 풀향이 나며, 감칠맛과 단맛이 메인이 되는 것이다. 그보다 조금 더 산화와 홍배(로스팅)을 하면 농향 濃香 또는 숙향 熟香 이라고 한다. 굳이 구구절절하게도(...) 쓴 위 내용을 다 읽어보았다면 대만의 대표적인 우롱차들은 동정우롱을 제외하면 25% 이하로 산화 및 홍배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통 방법은 농향이고,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농향을 더 좋아했지만 시대가 바뀌어 요즘 사람들이 청향을 선호한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녹차가 익숙할 것이므로, 초심자가 접근하기엔 청향 차들이 유리하다고 본다. 내 경험적으로도 그랬었다. 그러다가 우롱차가 익숙해지면, 구수하고 묵직한 농향차의 매력도 느껴보면 될 것이다.


경성우의 경우 좀 특이하게, 보통은 청향으로 만드는 찻잎들로 동정우롱보다 약간 적은 정도의 발효와 홍배를 거친 차들을 경배 輕焙 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기존의 분류로는


중간 정도 중발효, 중홍배 中發酵,中烘焙 일 경우 30~35% (대부분의 동정우롱)

무거운 정도 중발효, 중홍배 重發酵、重烘焙 일 경우 40~45% (대부분의 대만 철관음)


이고 25% 밑이면 청향으로 치니까 경배면 25~30% 정도의 발효 및 홍배를 거칠 것으로 추측된다.(경성우의 공식 설명에서는 퍼센트 단위로는 표시를 안 해주고 있다) 이걸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내가 찻잎을 자주 나누어주는 친구가 경성우의 삼림계 경배차를 맛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경성우는 브랜딩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서, 패키지 자체에 청향은 하늘색, 경배는 초록색, 중간 이상의 발효/홍배를 거친 차들은 쑥색, 홍차는 갈색으로 일관되게 표시하고 있다. 차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돕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경성우 경배 輕焙 https://www.jsy-tea.com/categories/roasted-series

이 리스트는 청향이 아닌 발효/홍배를 어느 정도 한 차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삼림계 심배가 가격대비 썩 맛있지 않더니 없어지고 경배가 아닌 우롱은 철관음만 남아 이 링크를 사용했다. 제품 이름에 영어로는 lightly roasted 라고 쓰는 것 같더라.


물론 대만의 차를 논하며 일월담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를 뺄 수는 없다.


홍옥홍차 紅玉紅茶 a.k.a 일월담日月潭 홍차

이것도 대만의 정부미... 아니 정부차 개량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미얀마 국경에서 들어온 대엽종 차나무를 개량해 홍옥(대차 18호 臺茶18號)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대만도 섬의 배꼽과 같은 위치에 일월담 日月潭 이라는 충주호 스타일(아님)의 호수가 있는데,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엽종이라는 것은 차나무 잎사귀가 큰 품종이라는 뜻으로, 쓴맛과 떫은 맛을 포함한 모든 맛 성분이 풍부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국차 중에서는 보이차가, 서양차 중에서는 아쌈이 그런 종류의 찻잎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이 굵은 듯 밀도가 높은 달짝지근한 홍차 맛이 나다가, 계피나 박하 같은 화한 맛으로 마무리된다. 홍차 중에서도 개성이 엄청 강한 맛이라, 여행시 기념품으로도 많이들 챙겨간다. 이 독특한 맛이 개량에서 온 것인지 토질에서 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좋아하는 홍차이다. 일월담에서 재배되는 차나무는 홍운 품종(대차 21호)도 있지만 체감상 대만 대도시에서는 홍운보다는 홍옥으로 만든 홍차가 더 많이 유통되는 편.

왕덕전 https://shop.dechuantea.com/SalePage/Index/4567818


자연의 가공법 : 동방미인

동방미인 東方美人 (백호우롱)

인간의 손보다는 자연의 손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차도 있다. 동방미인이라는 우롱차인데, 소록엽선이라는 벌레가 찻잎의 즙을 빨아먹으면 차나무가 생성하는 특수한 성분 때문에 과일, 꽃, 꿀향이 섞인 개성 강한 복합향이 난다. 벌레먹은 찻잎을 우연히 그대로 가공해서 팔아봤더니 잘 팔렸고, 영국 여왕이 좋아했다 하여 동방의 미인이다.. 뭐 이래서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현지에서 이름 자체는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유통되는 것 같고, 종종 백호우롱이라는 이름일 때도 있다. 맛과 향이 굉장히 풍부하지만,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다. 웬만한 고산우롱보다 더 비싸다!!! 일단 벌레가 먹어야 하니 100% 유기농이어야 하고, 날씨나 자연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현지에서도 애써 좀 싼 걸 구해 마셔보면 또 별로일 때가 많다. 이건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서요량다원 https://www.hoshiuantea.com/

 동방미인으로 유명한 전문 다원으로, 확실히 일반 브랜드의 차보다 맛과 향이 풍부하고 진하다. 동방미인은 1년에  , 여름과 겨울에 생산되고, 생산 시점 직전에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한정 분량만 생산하고  팔리면 매진 처리하는 식인  같다) 등급별로 4,5,6,황관으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5 비교적...(운다) 가격도 괜찮고  찌르는 꽃향이 찻자리를 매우 즐겁게 해주었다. 거기서 등급이  올라가면 조금  둥글고 부드러워지며, 밀향이라고 부르는 꿀향의 비중이 조금  강해진다. 겨울차를 마셔보고 여름차가 기대되어 예약 구매를 해놓은 상태이다.


그 외에도 제품에 밀향이나, 미인이나 귀비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면 모두 일부러 소록엽선이라는 벌레가 생기게끔 재배해 가공한 제품들이다.(밀향 뭐뭐라고 하면 꿀가향인가 늘 헷갈려서 파파고로 의사소통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 여인천하나 장희빈을 보고 자라난 한국인이라면 알겠지만(?) 미인보다 귀비가 등급이 낮다. 조선으로 따지면 미인이 희빈이고 귀비가 귀인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것 중에 괜찮았던 건 경성우의 밀향귀비로, 경성우는 코로나 이전에도 이 차가 마음에 들어서 마시던 브랜드였다.

경성우 밀향귀비 https://www.jsy-tea.com/products/guei-fei-tea-tin-can


요약 및 결론

1. 대만차의 주류는 우롱차, 산화와 홍배(로스팅)을 적게한 청향차이다.

2. 대만 우롱차의 가격 및 맛과 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산지의 특성(해발고도 및 토질) > 차나무 품종 > 기술 및 브랜드 순이다.(*개인 의견)

3. 우롱차 가격과 세간에서 평가하는 차품은 동방미인 = 대우령우롱 > 리산우롱 > 삼림계우롱 > 아리산우롱 = 동정우롱 = 문산포종 > 금훤우롱 > 사계춘 순.

4. 하지만 파인다이닝이냐 떡볶이냐 차이이므로 지갑과 호기심의 크기에 맞추어 고르면 된다. 지갑이 좀 가벼우면 금훤우롱이나 사계춘, 덜 가벼우면 아리산우롱이나 문산포종부터. 익숙해지고 맛이 괜찮다 싶으면 동정우롱에도 도전해 보자.

5. 홍옥홍차는 JMT다.

충주호라도 좋으니까 가고싶다 르웨탄...

여기까지는 거의 5년 넘는 경험치고 차 전문가까진 아니라도 대만산 우롱차는 한 7~8kg쯤은 마셔봐서... 생각나는 대로 빨리 썼지만 인터넷으로 산 중국차 우리다 망하다 그래도 신나게 우려먹은 얘기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외국 문물 팔 땐 현지어로 검색해야 지식이 정확해지는데 차는 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파니까 계속 삽질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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