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
오늘을 기억하겠다.
아침 7시 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요 며칠 시간날 때마다 날 괴롭히던 생각이 드디어 확실히 머릿 속에 자리 잡았다. ‘생리가 너무 늦어졌다.’ 벌떡 일어나 캘린더 기록을 뒤졌지만,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그래, 2달이나 없었다.
출근 후에도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매달 규칙적으로 오던 것이 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심. ‘혹시 임신인가?’ 하지만 내가 임신을 한다면 성경에 기록될 일 아닌가? 그런데도 나는 의심했다. ‘혹시 폐경인가?’
결국, 고민 끝에 산부인과로 향했다. 소변검사, 피검사, 초음파검사를 받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이미 일년전부터 생리가 너무 적었다. 때를 맞춰 돌아오긴 했지만 하루 이틀이면 끝나버렸고, 생리대를 한 번도 제대로 채운 적이 없다.
지지난달, 생리대를 사며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이거까지는 쓰고 폐경 오겠지?’
폐경이 아쉽진 않다. 하지만 그만큼 큰 변화라는 건 분명하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저 추측만 할 뿐인 수없이 많은 인생의 굴곡들.
그리고 다음 날, 검사 결과가 나왔다. 난소 기능이 저하되었고, 호르몬이 조금 불균형하다는 짤막한 설명. 13만 원짜리 검사 결과가 고작 ‘별문제 없네요’라니. 그러나 나는 내 난소의 나이를 알게 되었고, 내 실제 나이보다 한 살 늙은 난소가 조금 안쓰러웠다. 나처럼 쉬지않고 생산하느라 지쳤을거다.
진단을 받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생리가 터졌다. 역시 신경성인가 보다. 의사가 아직 아니라고 하니까 슬슬 기어나온 모양. 또 길바닥에 돈을 버렸다.
집에 와서 허리를 재보니 31인치. 가는 허리에 퉁퉁한 하체로 태어나 허리는 27인치를 넘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 둘 다 퉁퉁해지려나 보다. 내내 가만있다가 내가 좀 변변치않아지니 기어나온 호르몬이라는 문제도, 내 허리사이즈도, 건강도, 피부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나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바닥을 치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래서 또 다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