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칠리

스위트 칠리, 로맨스를 찍어 먹어 볼까?

by east river

닭고기의 느끼함과, 월남쌈의 밋밋함을 착! 잡아 주는 소스가 있다. 바로 스위트 칠리!

너무 달아서 느끼하게 느껴지는 연인과 밋밋한 일상이 어우러지는 사랑 이야기를 좀 더 담백하게 읽을 수 있는 소스가 있다면 로맨스 소설에 도전 해 볼 수 있을까?




학창 시절, 한동안 하이틴 소설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많은 여중생들이 하이틴 소설에 열광하며 글방에서 대여하며 읽었다. 마침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어 H.O.T, 신화, GOD 같은 아이돌 그룹이 막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기에 소설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며 푹~ 빠져 읽었다.

특히 겨울방학엔 책을 쌓아 두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친구들과 귤 까먹으며 가슴 설레이면서 읽었다.


뻔한 스토리, 단골처럼 등장하는 멘트들, 엉성한 구성이었는데도 왜 그리 재미있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집-학교-학원 뺑뺑이 도는 다를 것 없는 밋밋한 일상에 달콤매콤한 작은 낭만이었다.

지금 다시 읽기엔 손발이 오그라 들 것 같다. 어쩌면 내 안에 그만큼의 낭만도 없어서 그럴지도,,,

아니면 이미 지겹도록 많은 사랑을 해 봤기 때문일까?? 결혼을 했기에 더이상의 로맨스는 사치라고 느끼느 걸까? 사랑을 이야기 하기엔 내 일상이 버겁게 느껴져서 그런 걸까?


사실 로맨스 소설은 사랑이야기 지만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된다. '사랑'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고, 그 사랑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얽히고 섥히며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거라 생각해본다. 그렇기에 로맨스 소설을 단지 연애소설로 보기 보단 다양한 관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다시 한번 읽을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선생님~ 왜 토끼는 호랑이를 죽이려고 안달이에요?"

"그리고, 호랑이가 힘이 더 쎈대 왜 자꾸 토끼의 꾀에 넘어가요?"

왜 일까?

왜 힘 쎈 호랑이가, 아니 포식자 호랑이가 토끼의 말도 꾀에 넘어 가는 걸까?

장세현 작가님의 '호랑이를 죽이는 방법'을 끝까지 읽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랑에 눈이 먼 호랑이와, 그런 호랑이의 마음을 모르는 토끼의 모습을 보노라면, 작은 오해가 서로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왜 로맨스냐고?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시길!


그리고 또 하나, 최은영 작가님의 '내 눈에 콩깍지'도 추천한다.

짝사랑 하는 소녀에게 예쁜 신상 지우개도 선물하고, 사탕도 선물하지만, 돌아오는 소녀의 냉담한 반응에 주인공이 힘들어 한다. 그도 그럴것이 소녀네 부모님은 문방구를 운영하고, 소녀는 치과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자꾸 헛다리 짚는 주인공,, 과연 짝사랑 소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중학교 2학년, 지윤이가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울먹이면 말한.

"쌤! 누가 제 인스타에 악성 댓글 달았어요! 익명이라고 이렇게 막말하는 건 쫌 아니지않아요?"

오잉? 중학생이 인스타, 블로그를 한다고?

악성 댓글보다 아이들이 sns를 한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요즘은 카톡으로는 단첵톡을 하고, 개인 톡은 dm으로 소통한다고 한다. 그런 문화가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땐~ r라뗀~ 친구들과 싸우면 저녁에 포트이나 예쁜 편지지에 손글씨 써서 사과하거나 오해를 풀기 위한 해명을 했었는데, dm으로 그 마음을 표현 한다는게 낯설었다.

악성 댓글에 속상해 하는 친구에게 황영미 작가의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를 추천했다.


이 책은 청소년의 삶과 심리를 청소년 중심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성장 소설인데 왜 로맨스로 추천하냐고? 청소년의 삶 안에도 몽글몽글한 연애의 감정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졌기에 남사친의 행동이 의아하지만, 만약 전지적작가 시점이었다면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사친의 마음을 더 자세히 보며 손바닥이 간질 거릴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로맨스 소설을 꼽으라면 '춘향전' 이다.

이몽룡과 성춘향의 롸맨스는 신분마저 뛰어 넘는다. 허니칠리 소스 그 자체다!

두 사람의 달콤한 사랑과, 과거 시험을 위해 헤어지게 되는 매운 현실, 이후 다시 만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깔끔한 맛!


"우리의 마음과 몸은 단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그 슬픔들을 그대로 느끼렴. 고통을 달래거나 불꽃을 끄려고 하지 마라" -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중.

이 책은 영화로도 유명한 책이다. 동성애라는 소재가 다소 생소하거나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사랑과 상실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정서적 성숙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준다.

사랑의 달콤함을 넘어 이별의 매운맛을 통해 성장과 재정립을 이루어 가는 소설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랑이란 게 꼭 연인 사이에서만 피어나는 건 아닌 것 같다. 친구를 향한 서툰 배려, 가족을 향한 무심한 듯 깊은 마음, 내가 나를 이해하려 애쓰는 그 순간까지도.

사랑은 때때로 달콤하지만, 곧잘 매콤하게 다가오고, 어떤 날은 씁쓸하기도, 어떤 날은 울컥하게도 한다.
그래서일까, 로맨스 소설은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삶 속 다양한 관계를 비추는 감정의 조명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로맨스 읽을 시간에 자기계발서를 읽겠어”
“그런 뻔한 감정놀음은 별로야”


하지만, 나도 모르게 뒤척이는 마음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우리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툭, 건드리는 문장 하나를 만난다면...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어지고, 나 자신을 좀 더 아껴주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게 바로 로맨스 소설 속에서 건져 올리는 인생의 진짜 조미료, 바로 ‘스위트 칠리’의 힘이 아닐까?


오늘 당신의 일상에도 스위트 칠리 한 스푼, 로맨스 한 페이지를 선물해보길..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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