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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250424 목요일 일기

by 피연

두 번째 시험이 끝났다.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려고 애썼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없어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진 못했다. 쓸쓸하게 답안지를 제출하며 잠깐 내 진로에 대해 생각했다.


내 수학은 왜 항상 이렇지? 생각하다가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망친 수학 시험지를 보며 울던 나. 수학을 포기한 적 없지만 이상하리만치 결과가 안 나오던 날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내 머릿속을 자동으로 가득 채우던 부정적인 말들을 비워내기까지. 사실 나는 수학을 잘해본 적이 별로 없구나.


원래 내 상태에 충격받을 뿐이었다. 수학 없는 삶, 암기로 모든 학점을 따던 몇 년은 태평성대였다. 그 시절을 굳이 끝내고 굳이 공부하고 있다. 그러니 결과를 바라는 것도, 안 좋은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당연하지.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버렸으니까.


나는 할 수 없다던 생각들에서 이제야 벗어났는데, 아까 잠깐이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생각들이 너무나 터무니없었다. 이제 시작인데, 다 세팅해 놓고 도망쳐버리면 모든 걸 내 손으로 물거품이 되게 해 버리려고?


시험이 끝나고 허망한 마음속에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일단 와플부터 먹으러 갔다. 엄마와 통화를 하며 갓 구운 바삭한 와플을 먹었다. 그렇지, 맨날 이랬었어. 이제부터 하면 되지. 대충 포기하겠다는 생각들과 어두운 마음들이 가득 찰 때 배가 고픈지 생각해 보는 건 꽤 자주 도움이 된다.


아직 기말고사와 다음 학기 시험 두 번. 세 차례나 남았다. 이제야. 혹은 이제라도. 내가 굳이 마주친 장애물을 넘어뜨려야지. 그것만으로도 헛되게 시간을 쓴 건 아니리라.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제일 싫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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