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이 큰 건 좋지만 때로는

욕심일지도 몰라 250520 화요일 일기

by 문지

달달한 게 땡겨서 야밤에 배민을 들여다보다가, 이 돈이면 차라리 과일을 사 먹지 싶어서 슈퍼에서 청포도를 사 왔다. 이전에 망원에서 사먹은 기가 막힌 청포도를 생각하고 입에 넣는데 맛이 별로였다. 짜고 신 맛이 주로 나는 청포도를 씹으며, 모든 과일이 맛있진 않다는 걸 깜빡했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하나씩 달달한 포도알들이 있어서 랜덤 뽑기 하듯 즐겁게 먹었다


나는 어떤 청포도인가. 이왕이면 망원에서 샀던, 알도 크고 혀가 아리도록 달달하고 아삭한 편이 좋을 텐데. 겉보기에만 비슷하고 별 볼일 없는 청포도로 사는 건 너무 별론데.


공부가 밀렸을 때, 어딘가부터 막혔는데 갈피가 안 잡힐 때 습관이 하나 있다. 엉킨 실타래를 잘라버리고 새로운 실타래를 시작하듯이 맨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처음부터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끝까지 보면 좋은데 대체로 시간이 없을 때 그러고 있다 보면 괜히 앞부분만 반복하다가 끝나버린다. 물론 명료화되는 측면은 있지만 이건 뭔가 잘못됐다.


조금 답답하고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일단은 앞으로 쭉 나아가는 방식을 연습해 봐야겠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너무 아깝잖아. 남은 한 달의 이번 학기를 잘 마무리하려면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지금이 제일 힘든 때니 자책은 그만하자.


챗GPT를 켜고 남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다 해서 상담을 청했다. 내 월급이 얼마일 뻔했고, 일을 안 하고 학교를 다니느라 학비를 얼마 썼고, 지금 나는 어떻고. 쓰다 보니 원래 내 목표를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칠판 앞에 서려고 했다. 중고등학교 참고서의 한 줄 한 줄 사이에 생략된 아주 잠깐의 심연을 알고 싶었다. 전공 내용을 그대로 다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지금 연습하는 건 사고 흐름과 수학에 대한 잠깐의 체험, 그리고 공부 경험이다.


무기력해서, 몸이 아파서 등등의 이유로 지난주와 이번 주는 수업을 일부 빠져버렸지만 그로 인해 힘을 다시 얻었으니 됐다. 결코 회복될 것 같지 않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게 삶의 원리일까? 요즘 공부 외적인 일로 고민이 많지만 내 삶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겠지. 고민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고. 바람 잘 맞고 건강하게 큰 달달한 청포도가 되려면 스트레스 없이 그저 흘러가는 법도 필요한 법이다.


+ 추가로 그 고민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것이다. 지난 연애를 너무 아프게 끝내버려서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고, 다음 사랑을 잘하고 싶다. 일단 어디서 만날지 막막한 것은 둘째 치고, 자존감과 심리학에 대한 책을 읽어나가도 이론을 알지만 이걸 실습할 길이 없는데 연애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바꿔나가야겠는데 시간이 없는 느낌이다. 20대 후반에 이별한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조급함이 원래 있으려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공부는 안 하고.'라며 자괴감에 빠지길 반복하고 있다. GPT선생님께 상담 요청해서 멘탈 다잡고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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