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드윅 Dec 26. 2022

2022년을 회고하며

주니어 서비스 기획자의 한 해 기록


벌써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티엠아이지만, 필자도 이제 서른이다. 학창 시절 때 서른의 나이는 정말 다 큰 어른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내가 서른이 되고 보니 여전히 나는 스스로 뭐 하나 책임지기 어려운 갓난애기였다 (...)



올해는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방방곡곡 유독 다사다난한 일이 많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 곧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 대유행은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고 있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도 끊임없이 터져서 나라가 뒤숭숭했었다. '나만 잘하면 되지'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워서 산속에서 도 닦는 사람들처럼 조용하고 묵묵히 자기계발을 실천해 왔다.


지난 회고록들을 모두 일별/주별/월별로 추출해서 하나하나 읽고 키워드를 정리해 보았다. 기간별로 나열하기보다는 일, 사람, 삶이라는 커다란 주제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결론을 냈는지 적어보았다. (장문주의)


2022년 결산


일 년 키워드


형태소 분석으로 명사(noun)만 분류한 올해의 회고 키워드


노션 회고록 데이터들을 전처리해서 파이썬을 이용, 워드클라우드를 만들어 보았다. (회사 내부 관련 키워드들이 많아서 결국 재가공함)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 뒤로 이렇게 본격적으로 분석해본 것은 처음인데 꽤 재밌기도 하고, 지난 세월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서 분기마다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마구마구 생겼다.


올해 내게 '일', '사람', '삶'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키워드는 단연 '일'이다. 아직 2년 차 주니어라서 스펀지처럼 흡수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래 대비 커리어 정착이 늦어졌다는 조급함 때문인지 올해 내 우선순위는 항상 '일'이었다. 



일(Work)


실패를 포장하지 말자



세상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필자도 올해 맡았던 업무들이 모두 원하는 성과나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실패'를 경험했다. 게다가 실패를 할 수밖에 없었던 변명부터 찾으려 했고, 스스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합리화를 한 적도 있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에 서툴렀던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왜 실패했는지 제대로 된 분석과 회고가 없으면 같은 실패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빠르게 실패하고, 내 실패를 상사나 지인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실패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실패를 격려하고 그 용기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내년에는 개인 노션에 실패를 기록할 '실패 기록장'을 만드려고 한다. 일에서, 사람 관계에서, 인생에서 어떤 실패를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기록해서 큰 실패를 작은 실패로 줄이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꼼꼼히 기록해야겠다. 당당히 실패하자.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앙트러프러너십


<이미지= 머니투데이>


필자는 올해 6월부터 국내 대형 가격비교 플랫폼에서 PM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업무는 비즈니스의 핵심 서비스인 '가격비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회원', '정책', '커뮤니티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 와서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내게 배정된 업무를 보고 조금 실망했었다. 메인 서비스를 맡지 못했다는 좌절감과 팀에서 나만 회사 매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혔었다. 그런 편견을 깨부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팀장님과의 원온원 미팅을 통해서였다. 


내가 커뮤니티 서비스를 담당한다고 꼭 '커뮤니티'라는 서비스의 본질적 특징 안에서만 성장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즉, '내가 담당하는 서비스에 뭘 붙이는가'는 결국 '내가 뭘 할 수 있는가'로 연결되는 비교적 심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기능 개선'을 초월하는 더 원대한 목표점을 찾고 싶어졌다. 오류를 해결하고, 기능 수정같은 사소한 요청에 끌려 다니지 않고, 가용 가능한 리소스를 어떻게 극대화 효과를 낼 것인지, 어떻게 회사를 돈 벌게 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PM은 회사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내가 이 회사의 창업자요, 내 행동이 곧 회사의 성패를 책임진다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창업가 정신을 가지고 업무를 Reframing 해야 한다.


많은 일에서 퀄리티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


<이미지= 브랜코스 blog>


회사 그룹웨어를 들여다보니, 입사 후 6개월 간 50개의 요청서를 처리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주말/공휴일을 제외하면 3일에 1개 꼴로 요구사항을 처리한 셈이다. 물론 개중에는 유지보수 업무가 대다수였지만, 나름 팀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업무를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결한 문제의 양(amount)만큼 해결한 솔루션의 질(Quality)도 훌륭했는가?'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떤 가설을 세우거나, 문제를 검증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퀄리티를 따지는 동안 업무는 쉴 새 없이 들어오고, 결국 병목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쌓이게 된다.


그럼 다음 액션 플랜은 어떻게 짜야할까? 쏟아지는 일 속에서 퀄리티까지 챙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멘토님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스스로 고민해보며 내린 결론은 결국 '경험'이라는 것이었다. 경험에서 축적된 지식으로 스페셜리스트가 된다면 보다 전문성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풍부하다고 모두가 장인이 되는 건 아니다. 이 고민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People)


내 탓, 니 덕



직장에서든, 사회에서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늘 어렵다. 직장 밖에서 만난 사람은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직장에서는 그럴 수 없다. 큰 회사로 옮기고 나서 대면해야 할 사람들이 더 많아지자, 대면하기 힘든 사람도 그만큼 많아졌다. 


예전에 K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 <프로듀사>라는 드라마가 있다. <프로듀사>의 한 장면에서 KBS 예능국장실에 '내 탓 니 덕'이라는 사자성어가 걸려있는데, 이 네 글자가 직장 생활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좋은 소식은 네 덕이고, 문제가 생기면 내 탓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사람'이 아닌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떤 이슈가 생기면 "그거 제 잘못이 아니라 A씨 때문에 그런 거예요", "하필 A씨가 이번 TFT에 포함됐어?" 라며 '문제'가 아닌 '사람'을 탓하기 급급하다. 서로 내 탓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의 원인이 누군가됐건 내 탓이니 얼른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라는 마인드로 일하면, 서로 피곤하게 탓하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빠르게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환상의 콤비


카카로트와 배지터같은 관계라고 할까? (앙숙이지만 최고의 궁합)


요즘 직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채드윅님은 김철수(가명) 개발자님과 진짜 영혼의 단짝인 것 같아요. 서로 어떻게 그렇게 잘 맞아요? 하루에 같이 있는걸 몇 번 보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다. 조금 낯부끄러운 말이지만, 스스로도 담당 개발자와 손발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기획자와 개발자가 자주 붙어있는게 좋은 뜻은 아니다)


그러나, '환상의 콤비'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탄생하겠는가? 서로의 배려와 노력이 엄청나게 필요했다. 필자는 개발 지식 공부와 업무 스케줄 관리에 몰입했고, 개발자분은 기획자가 놓칠 수 있는 테스트 케이스 점검 및 개발 히스토리 관리 등 서로 R&R을 분배하며 안정적인 팀웍을 만들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격이나 취향의 차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전적으로 개발자의 배려 덕분에 가능했다고 본다. 필자의 몰아치는 개발 요청과 미숙한 기획안에 화날 법도 했는데, 오히려 내가 놓친 부분을 개발자분이 찾아서 기획안에 반영해준 적도 더러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김철수(가명) 개발자님에게 한 해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간 관계에도 주심이 필요해



바로 위에서 건강한 관계에 대해서만 써놓아서 필자는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은 없어 보일지 몰라도, 필자 역시 다른 직장인과 똑같이 인간관계로 힘든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기획자'라는 업무 특성상 중간다리 역할을 하다 보니 사람에 치여 '갑'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의 인간관계는 항상 '네 말이 옳다'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관계를 놓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상대방이 잘못했어도 내가 먼저 사과해서 얼른 이 불편한 관계를 완화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에 매정하게 관계를 끝낸 적이 거의 없었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필자는 그런 사람에게 옐로 카드, 레드 카드를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무례하고, 선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고, 퇴장을 주어야 하는데 사사로운 정 때문에 그런 게 힘들었다. 참는 게 능사는 아닌데.. 나의 인간관계에도 주심이 필요할 것 같다.



삶(Life)


몰입할 수 있는 취미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 퇴근이 기다려지는 사람은 저마다 공통점이 있다. 몰입할 수 있는 훌륭한 취미가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영화 감상, 독서가 거의 유일한 취미였다가 지난 8월부터 프리웨이트를 시작했다. 프리웨이트는 홈 짐(Home-gym)을 만들어서 하고 있는데, 헬스장 안 가도 되고 너무 편하다.


다만 필자의 취미는 워낙 생활취미가 대부분이고, 혼자서 하다 보니 성취감이나, 재미가 덜하다는 단점이 있다. 홈트도 요즘 챌린저스라는 앱에서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운동하는 것을 인증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독서도 트레바리나 지역구 독서모임처럼 여럿이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진행하기도 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고인 물이 되지 말고, 더 식견을 넓히기 위해 내 취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하고 싶어졌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더 찾아봐야겠다.


빅마우스


이거 아닙니다..


최근 지인에게 다소 충격적인 루머를 하나 들었다. 브런치에서 베스트 작가상도 받고, 개인 서적도 내신 분이 알고 보니 업계에서 유명한 '*빅마우스'라는 소문이다. 물론 그 소문이 사실이라 한들 그게 내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혹시 그렇게 평가받고 있는 건 아닐지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행동이 아닌 결과로 보여주기, 개인의 성공이 아닌 모두의 성공으로 만들어서 내 편 만들기. 이 정도가 필자가 생각하는 빅마우스로 낙인찍히지 않는 노하우다. 물지 못하다면 짖지도 말라했던가, 완벽한 빅마우스가 되지 못할 거라면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게 제일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말을 아끼고, 상대를 존중하며, 확실한 결과로 증명하는 것. 이것이 내년 나의 연간 목표다. 


*빅마우스(Bigmouth): 의미상 '수다쟁이',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풀이되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사람', '허풍이 심한 사람' 등 부정적인 뉘앙스로 자주 쓰이곤 한다.


2022년 한 해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은 올해보다 조금 더 행복한 일이 많은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TMI1. 결국 UT팀은 참여 PM 퇴사와 회사 합병으로 전략 변경 등의 이슈로 종료되었습니다.

TMI2. 회사 내에서 가끔 제 브런치를 잘 보고 있다는 분들을 접하게 됩니다. (저는 말한 적이 없는데..)

TMI3. 퍼블리 작가 제안을 받아서 내년 초에 콘텐츠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독서 관련 주제입니다!

TMI.4 브런치에 게재한 3분기 회고글 중에 제가 썼지만 썩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어서 첨부해 보았습니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말했습니다.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다"

브런치를 통해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 12. 26. 채드윅.

매거진의 이전글 카카오가 직접 회고한 1015 장애사태 원인과 대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