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같은 조건에서 어떤 아이는 우등생이 되고, 어떤 아이는 좌절할까?
“엄마, 나 수학 53점 맞았어...”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목소리는 기운이 없었고, 손에 쥔 시험지는 구겨져 있었다.
나는 입안에 맴돌던 말을 꾹 삼켰다.
정말이지, 지금 이 말이 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뭐랬어? 공부 좀 하라니까.”
“또 실수했어? 그렇게 대충하니까 그렇지.”
“너는 도대체 언제 정신 차릴 거야?”
그런데 그날은, 딱 한 번이라도 말투를 바꿔보자고 마음먹은 날이었다.
그래서 꺼낸 말은 조금 달랐다.
“그 점수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가장 아쉬운 문제는 뭐였어?”
아들은 나를 잠시 보더니, 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지막 문제… 진짜 풀 수 있었는데 시간 없어가지고 그냥 찍었어.
틀리고 나니까 내가 바보 같았어.”
나는 멍하니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게으름’도 ‘무책임’도 없었다.
그 안에는 아쉬움, 실망, 속상함, 그리고 다음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아이는 공부를 안 한 게 아니라,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공부 좀 해!”가 아니라,
그 감정을 꺼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아이의 시험 점수를 보면
공부를 얼마나 했는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려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점수를 받아들인 아이의 감정 상태다.
같은 문제를 틀렸을 때,
어떤 아이는 “다음엔 안 틀려야지!” 하고 다시 도전하지만,
어떤 아이는 “나는 역시 안 돼…”라며 마음을 닫아버린다.
그리고 그 차이는
공부 머리가 아니라, 공부 감정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가장 가까운 어른의 말 한마디에서 만들어진다.
심리학자 샤론 살츠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을 완성하려는 본능이 있다.”
“왜 또 실수했어?”라는 말은
아이의 머릿속에 “난 항상 실수하는 아이”라는 정체성을 심고,
“어떤 점이 제일 아쉬웠어?”라는 질문은
아이를 스스로 돌아보고, 다시 도전하게 만든다.
말 한마디가 감정을 만들고, 감정은 뇌를 움직이고, 뇌는 행동의 방향을 결정한다.
“공부 좀 해”라는 말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라는 질문이
훨씬 더 강력한 공부법이 되는 이유다.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시험지를 받고,
같은 시간 동안 공부를 해도 어떤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되고,
어떤 아이는 자꾸 숨고 도망치는 아이가 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 아이 곁에 있는 어른의 말 한마디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몇 점이야?”
“또 실수했네.”
“언제쯤 정신 차릴 거니?”
이런 말은 아이를 결과 중심의 존재로 만든다.
잘하면 칭찬, 못하면 실망.
그리고 이런 대화는 아이를 ‘점수에 맞춰 사는 아이’로 만든다.
반대로, “가장 속상했던 건 뭐였어?”
“이번엔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
“다음엔 어떻게 해보고 싶어?”
이런 질문은 아이를 과정을 주체적으로 돌아보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 질문 하나가, 아이를 결과에서 감정으로,
실패에서 성장으로, 그리고 지시에서 자율로 옮겨놓는다.
이전에는 시험을 망치면 울거나
“엄마한테 말하기 싫어”라며 문을 닫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말투를 바꾸고 나서부터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시험… 생각보다 쉬웠는데 내가 너무 긴장했어.”
“다음엔 문제 순서 바꿔서 풀어보려고.” “오늘은 복습 먼저 할래.”
무엇이 바뀌었을까?
아이의 점수가 먼저 바뀐 게 아니라, 아이의 감정이 먼저 정리된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꺼낼 수 있도록 만든 건, 다름 아닌 부모의 말이었다.
X “몇 점 받았어?”
O “시험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X “또 틀렸어?”
O “이번엔 어떤 문제가 제일 헷갈렸어?”
X “그러게 누가 놀랬어?”
O “그때 네가 제일 속상했던 순간은 뭐였을까?”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닫게도, 열게도 할 수 있다.
공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점수보다 감정부터 물어보세요.
성적을 바꾸는 건 책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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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생각을 열고, 대화로 성장을 설계하는 교육 퍼실리테이터 이수경
https://docs.google.com/forms/d/1bvhirj99MwmeKwJMuV_117675KaTGvSknLqoEKiLHC8/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