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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지도 역량 강화 연수를 듣다

"수어처럼 아름다운 언어가 또 있을까."

by 귀로미

"수어처럼 아름다운 언어가 또 있을까."

누군가는 수어를 보고 하나의 예술 같다고 한다. 손으로 춤을 추는 듯하고 감동적이라 말하는 이 언어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만드는 사람을 만났다. 그를 알고 수어가 더욱 좋아졌다. 내가 아는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언어, 수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람은 바로 B 교수님이었다.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기관에서 연수를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특수교사들에게 양질의 연수를 제공하는 기관은 국립특수교육원(약칭: 국특원)이다. 국특원에서 7월 말부터 '청각장애학생 담당교원 교육용 수어지도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 10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현재 청각장애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 청각장애학생을 가르치지 않아 해당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에 청각장애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어 국특원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현재 청각장애학생을 가르치지 않지만, 이전에 지도한 경험이 있어 연수를 신청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돌아오는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네. 현재 신청 인원이 적어 가능합니다."


답변을 듣자마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장학사님께 허락을 구했다.

"네, 선생님. 열심히 배워 오세요."


두근두근... 수어 연수를 받으러 가는 날, 짐을 챙겨 천안아산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니 국특원으로 향하는 버스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함께 하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왔을까 궁금했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늘 그렇듯 앞자리는 비어있었다. 럭키!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앞자리에 앉았다. 좋아하는 걸 자발적으로 배우면서 바뀐 점이 있다면, 언제나 앞자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강의자와 눈을 맞추며 들을 수 있는 앞자리에 꼭 앉아 보시길 권한다.


연수 첫날, 수어는 보지 않으면 내용을 알 수 없기에 6시간을 내내 집중해야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무언가에 몰입한 게 언제였지. 하루 종일 수어 수업을 듣는데 왜인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이 시간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매일 6-8시간 정도 수업을 듣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연수 4일 차, 체력이 바닥날 즈음 B 교수님을 만났다. 에이블 뉴스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한국 농인 최초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은 분, 정말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다. 교수님 수업은 '수어사용과 시각적 표현 실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수님의 수업은 달랐다. 보통의 수어 수업이 어휘 위주의 2D 같은 수업이라면 교수님 수업은 3D였다. 그의 수어는 살아있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앞, 뒤, 좌, 우 자유롭지만 부드럽게 움직임였다. 그는 수어라는 언어를 가지고 노는 언어술사처럼 보였다.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수어가 시각적 언어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수업이었다. 공간성과 동시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수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공간 사용', '역할 전환', '분류사'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를 통해 수어 문학도 알게 됐는데 문학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그의 수어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수어 시와 VV는 마치 마임, 제스처를 연상케 했지만 과거와 미래, 줌인, 줌아웃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임과는 분명 달랐다. 아이들이 '공'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VV는 언젠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일간의 연수가 끝이 났다. 마지막 날은 연수 평가를 봐야 했다. 60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기본 이수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첫 타자였다. 영상을 보고 답하는 문제, 분류사, 수업하듯 수어로 설명해야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나왔다. 역시 쉬운 게 없다. 결과는 한 달 뒤에 나왔고, 정말 간신히 '기본 수료'를 하게 됐다.


교사는 평생 배워야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양질의 연수가 제공된다. 교사라면 언젠가 만나게 될 청각장애학생을 위해 수어를 꼭 배워보길 바란다. 교사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만나게 될 농인과 대화할 수 있게, 수어 수업을 꼭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수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다. 수어는 하나의 예술이고, 표현이며, 감동이다.

이 아름다운 언어를 배울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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