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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느낀 것

사회적 소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by 귀로미

24년 7월 초여름. 농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농인 선생님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됐다.


"삐-"


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왼쪽, 선생님은 오른쪽, 그러니까 통로를 사이에 두고 따로 앉은 것이다. 보통 지인과 대중교통을 타면 바로 옆자리에 앉지만 선생님은 그러지 않았다. '같이 앉기 싫었나?'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이렇게 앉은 게 의아했다.


(나를 부르는 손짓) "옆에 앉으면 목이 아파"


선생님은 내가 이런 생각하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챈 모양이다. 바로 옆에 앉아 수어로 대화하면 목이 아프다고 설명해 주셨다. 정말 그랬다. 청인들은 대화할 때 앞을 보고 말해도 소리를 듣고 이해할 수 있지만 농인들은 꼭 상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려야 했다. 처음 경험한 농문화였다. 이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며 속으로 연신 유레카를 외쳤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도 우린 계속 수어로 대화를 나눴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이 쳐다보는지 몰랐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해야 했기에 사람들을 볼 틈이 없었다.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도 우린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수어로 대화하기 위해선 마주 보는 자리가 좋다는 걸 이해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어디 역까지 가세요?"

"신촌역까지 가요"

"아, 거긴 왜 가시..."


대화가 끊어졌다. 우리 앞에 누군가 자리를 잡았다. 수어는 봐야만 알 수 있는 언어인데 누군가 앞을 가려 대화가 끊어진 것이다.


'음, 뭐지?'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끊어버린 기분이었다. 본인이 말을 끊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앞사람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쭉 빼고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이번엔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응? 이건 또 뭐지?'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수어로 대화하는 걸 처음 본 사람들에겐 이 상황이 그저 신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혹은 일어로 대화한다고 그들을 빤히 쳐다보는가? 그렇게 했다간 왜 쳐다보냐며 한판 붙을지도 모른다. 수어로 대화할 때 계속 쳐다보는 건 이야기를 엿듣는 것과 같다. 수어를 모른다면 ‘엿듣다’가 성립되지 않겠지만, 수어로 대화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수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엿듣는 행위를 떠나 사실 이건 예의의 문제이다. 농인들은 이런 시선을 매일, 매시간 받아왔겠구나 싶었다. 얼마나 많은 눈빛들을 만나왔을까, 또 얼마나 많은 오해 속에 살아왔을까...


"저 여기서 내려요."

"아,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만나요!"


농인 선생님이 내린 후, 많은 생각이 오갔다. 이건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보는 사람들의 문화, 농문화'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농문화에 대해 알고 있을까. 나도 들어만 봤지 농문화를 직접 경험한 건 처음이었다. 참 생경했다.


수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 보통 수어를 배우면 '손'만 바라보게 된다. 수어는 손으로 하는 언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다. 처음 수어를 배울 때 손만 봤다. 배우는 과정이기에 시선이 계속 손에만 머물렀다. 수어가 사람을 존중하는 언어라고 생각했는데, 눈이 아닌 손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대화할 땐 기본적으로 눈을 바라봐야 한다. 눈을 보는 동시에 얼굴 표정과 손을 읽어내는 것, 그게 수어를 배울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자세였다. 청인은 청력이 좋듯 농인은 눈이 빠르고, 시야가 넓은 사람이다. 처음엔 수어를 모르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손만 볼 수 있지만, 그러다 계속 손만 보는 잘못된 습관이 생길 수 있다. 수어를 배울 때 농인처럼 시야를 넓게, 손과 눈을 동시에 봐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한다.


배우 김혜수 님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보통 저한테 친절해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봐요. 좋은 사람들은 배려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몸에 배려가 배어 있어요."


사회적 소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사회적 소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지 않으셨다면 몰랐을 이야기. 청인 입장에서 농인을 바라보려 하지 말고, 농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마음을 나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당신은 사회적 소수를 대할 때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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