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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국외연수를 다녀와서

수어가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는 날이 오길

by 귀로미

공용어가 된 언어, 공감이 된 문화

2024년 8월, 특수교사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그 나라에서 가장 부러웠던 건 단순히 정책이나 시설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었다.


<미래교육 실현을 위한 단기 국외연수> 공문이 왔다. 선생님들과 함께 나라를 정하고, 방문 목적, 방문 기관 등이 담긴 계획서를 제출했다. 치열한 준비 끝에 우리 팀이 선정됐다. 팀 이름은 뉴진스. '질랜드의 페셜에듀케이션을 찾아서', 우리는 뉴질랜드는 어떻게 특수교육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8시간의 비행 끝에 뉴질랜드에 도착했다.


나의 관심은 여전히 '수어'에 있었다. 뉴질랜드는 최초로 수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나라다. 이 나라의 농학교는 어떤 식으로 교육하고 있는지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수어는 만국공통어가 아니었고 통역이 필요했다. 한국수어 실력도 부족했던 그때, 뉴질랜드 수어로 소통하는 건 무리였다. 언어의 장벽 앞에서 농학교 방문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최초로 수어를 공용어로 받아들인 그들의 태도가 어디서 왔는지 만큼은 꼭 알고 싶었다.


그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타카푸나 국립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스크린에 뉴질랜드 수어 영상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관경이었다. 입구뿐만 아니라 큐알코드를 통해 여기저기서 수어 영상이 제공되고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건 지하철역, 배 등 공공시설에서도 수어 영상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수어는 '선택'이 아닌 '기본'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사회는 수어를 '배려'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수어를 '배려'가 아닌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한국수어가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지만 박물관, 지하철, 일상 어디에서도 수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뉴질랜드는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특수교육이라는 용어조차 줄이고 있었다. 장애를 '구분'이 아닌 '다양성'으로 보는 사회. 그 변화를 가능케 한 건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노출과 교육이었다. 수어, 점자, 다양한 언어가 일상 속에 살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한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소수자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서툴렀다.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학교와 각종 기관에서 매년 2회씩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매년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있지만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교육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이번 주부터 장애인의 날 주간이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교육이 아닌, '일상성 교육'이 필요하다. 뉴질랜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장애와 점자, 수어 등 소수자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면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속한 학교에서부터 수어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언어로 인식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수어를 배우며 장애를 특별한 것이 아닌 그저 다양성의 일부로 느끼길 바란다. 작지만 진짜 공감문화를 만들고 싶다.


세상 모든 존재는 귀하다.

수어가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는 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손짓 하나에도 마음이 담겨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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