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간 챙기는 기분
더위가 가시니, 아침 걸으려고 보니 아침밖이 그새 부예져있다. 그래서 며칠 비도 오고 그래서 안 걸었다. 오후즘, 어찌하여 수영장 도서관을 와야겠어서 주섬주섬 잃어버린 파란 수영장 가방과 그 물건들을 대신해 사놓은 노패킹 수경과 잃어버린 수영복 대신 한 번 입고 안 입은 딸의 반신 수영복과 어째 이건 살아있는 수영모를 챙긴다. 쓰다 보니 아, 이 수영모가 있으면 파란 수영 가방이 이 집 어디에 있어야 하는 논리인데......
수영장은 오후 어정쩡한 시간답게 엄청 많지도 많이 적지도 않은 사람 밀도로 채워져 있었다.
3개월 수영 루틴 만들기로 수영할 땐, 안 세려고 해도 세던 수영 횟수와 사람수를 세지 않은 걸 한참 수영 후에 깨달았다.
몸의 기분상 시간상 500미터즘 자유수영을 하고 시간 앞뒤로 워밍업 쿨링 다운으로 조금씩 걷기 레인을 걸었다.
평영을 하는데, 세게 차니까 무릎이 아파 살살 차다가 자유형을 하는데, 다리가 아파 팔로만 전진하다시피 가다가 이래저래 자유 수영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른다.
오호라, 또 어정쩡한 날씨에 시간에 토요일이라 도서관 주차가 쉽다. 이번엔 달리기 책과 소설책은 읽고 있었으니까 뮤지컬사회학과 춤에 대한 취미단상과 피나바우쉬에 대한 책으로 세 권 빌렸다.
세 권을 오른손에 포개 들고 뒤에 미술관에 가 무엇일까 하며 이곳저곳 상념대로 무상념대로 보다.
세심하게 무심하게 뿌린 크로바 앞에서 공손해지기로 하며 그 크로바 계단을 지나 2층을 1층의 사람들이 올라오기 전에 무념대로 보고 지나다.
수영장, 도서관, 미술관에서 보낸 토요일 세 시간은 여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