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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상규 Jan 08. 2024

당신은 먹을 때 기획과 피드백을 '매일' 한다.

매일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현재.

 "오늘은 무엇을 먹었나요?"

그 고민으로 우리는 매일같이 기획과 창작을 한다. 그리고 오늘 먹은 것을 통해 다음에 같은 메뉴를 먹을 때 우리는 어떻게 먹을까 피드백을 한다. 가령 오늘 족발을 먹었다.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았다. 알고리즘이 친히 날 안내해 주었다. '태국의 족발덮밥' '카오카무' 클릭했다. 족발이랑 흡사하다. 거기에 피시소스에 기반한 소스가 밥을 비벼먹을 때 아주 기갈나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마치 마제멘을 먹을 때 다시마 식초와 같은 것 같다. 달고 짠 족발소스에 물릴 때쯤 상큼한 소스가 입가심과 함께 다채로움을 입안에 선사한다. 다음 족발을 먹고 나면 이렇게 먹으리라 다짐하고. 기획한다. 그 순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기획자가 된다. 기획은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그리고 동시에 피드백과 창작으로 이어진다.

 


 질문을 바꿔본다.

"오늘은 그 음식을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먹었나요?"

그러면 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냥 먹었는데...', '아무 생각 없었는데', '밥 말아서 먹는 거 똑같았지 뭐...'

그러나 여기에서 기획자의 차이가 나타난다. 기획은 그 미세한 것을 자신이 어느새 비틀어버린 것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절대' 똑같이 먹었을 리 없다. 우리의 뇌는 아주 요즘시대에 도파민에 아주 취약할 때면 바보 같지만, 여전히 상황과 환경을 무의식 중에 이겨버리는 아주 비상함도 갖고 있다. 뇌의 주인인 우리가 우리의 뇌의 어떤 면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 선택하는 대로 뇌는 일을 한다. 당신이 미세한 걸 비틀어버린 것을, 가령

 '지난번 이 집에서 다진 양념을 다 비비고, 파무침을 넣었더니 좀 많이 짜더라. 이 국밥에 먼저 올라는 다진 양념은 다 덜어내고, 나는 파무침을 왕창 넣어서 매콤하면서 대파향 가득한 국밥을 먹겠어.'

 라고 내 뇌가 이 음식에 대해 기획하고 피드백해서 섭취 후 만족한다면? 이제 그 방법은 우리의 지인을 통해서 퍼저나 가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의 뇌는 2~3끼의 음식을 먹는 동안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심지어 먹고 얼른 해치우겠다는 것조차 기획이니까!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이 기획하고 피드백하는지 이제 감이 올 것이다.


 다시 한번 질문을 바꿔본다.

"오늘은 그 음식을 '왜' 다른 방법으로 먹었나요?"

 방법론에서 근원적인 이유로 들어간다. '왜' 다진 양념을 빼고 대파무침을 많이 넣어서 국밥을 먹었을까. '왜' 족발을 남겨서 밥을 비벼먹을 것을 염두에 뒀을까.

 그 '왜'가 참 찾아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난 10~2000년간 많은 사람들의 '왜'가 쌓인 움직임 속에 음식은 수 없이 기획자의 피조물이 되어 변형되었다. 어쩌겠는가. 대부분의 만물을 다스리는 인간에 의해 음식이 변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딤채'를 2024년에 환생한다면, '딤채'라는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낼 때 아주 놀랄 것이다. (김치의 어원이 딤채이다.) 생존을 위해 만든 '딤채'가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되었고, '김치'는 그 안에서 아주 편하게 먹는 일상식이 되었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 만든 '딤채'가 이제는 입가심을 위해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셀프찬에서 얼마든지 퍼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방법론은 언제나 그 이유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역순으로 간다.

 그 유명한 사이먼 시넥의 골든서클 강의와 같이 흘러가는 이 모든 세상 원리를 대입해 보니 아주 적절하다.

내가 이 음식을 '왜' 먹었나 - 그래서 '어떻게' 먹었나 - 그래서 '무엇을' 먹었나.

가령

무엇을 : 오늘 도시락을 먹었다.

어떻게 : 편의점에 서서

왜 : 빨리 먹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사람은 삶에서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있다.


무엇을 : 저녁으로 백반을 먹었다.

어떻게 : 집에서 내가 장을 봐서 차려 먹었다.

왜 : 가족과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돈의 속성' 김승호 회장님은 강연에서 여러 번 말씀하신 것이. 자신은 최대한 저녁약속을 잡지 않고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보다 자신의 시급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점심을 왜 그렇게 먹었나.


 삶에서 '어차피'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MZ를 향한 한 가지 수치가 요즘 굉장히 대두되고 있다. '3년 이상 취업을 쉰 청년세대'에 대한 지표이다. 이것을 어떻게 보냐를 떠나서. MZ에겐 일하는 것조차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세대가 되어버렸다. 그런 세대도 결국 먹기는 해야 한다. 부와 재미를 누리는 것 이제는 그냥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하는 일들은 미룰 수 없기에 우리의 무의식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에서 파생되는 모든 문화들은 그때로 돌아가면 참 재밌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또 배울 점들을 가져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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