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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상규 Jan 11. 2024

1. 칼국수 - 생존에 의해, 그러나 자존감에 의해

칼로 만든 국수가 파스타 아닙니까

밀가루 반죽을 한다. 칼로 썬다. 반죽을 잘 꼬아놔 준다. 그리고 냉동을 시켜준다. 주문에 들어오면 물에 풀어준다. 그리고?


소스에 버무려준다.

이것은 칼국수가 아닌 파스타에 대한 이야기다.


칼로 썬 국수인 칼국수와 파스타의 차이점은 정말 별반차이가 없다. (라고 하면 좀 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딱 하나의 차이라면, 정말 이 음식을 더 발전시키는 미친놈이 존재하냐 안 하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듀럼밀이기 때문에, 소스의 유화와 종류가 더 많기 때문에, 더 다양한 스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파스타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동기부여 책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당신은 되고 싶은 존재를 결정하고, 그대로 행동해라."


칼국수에게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칼국수는 대전의 지리적 요인 때문에 발전했다고들 한다.

6.25 때 밀가루가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항상 정제된 밀가루 설탕은 보관에 용이하기 때문에 발전했고, 보관이 필요한 전쟁과 같은 시기에 생겨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심에 있던 대전에 밀가루 보급이 주되게 이루어졌다는 것. 어지간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런 칼국수가 파스타와 비교를 해보자면,

바지락칼국수와 봉골레는

팥죽칼국수와 베지터블파스타는

얼큰이칼국수와 아라비아따는

얼마나 무궁무진할까.


토마토 냉칼국수가 불가능할까? 아니다.

들기름 막국수처럼 들기름 칼국수는? 가능하다.

치즈 떡볶이처럼 치즈 칼국수는? 가능하다.

두부두루치기와 함께 먹는 칼국수도 기갈나다.


뭐 결국 밀가루반죽으로 만든 면에 소스를 버무려 먹는 것이 칼국수와 파스타를 먹는 것은 동일한 것이니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예쁨을 받은 것일까. 혹은 기대를 받은 것일까. 파스타라는 친구는 세상을 정복했지만, 칼국수라는 친구는 대전의 명물(?) 그러나 그냥 그런 취급을 받는 상태니까.

결국 또다시 우리는 같은 문제에 마주하는 것이다.


"아이템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템을 다루는 사람의 꿈의 크기의 문제라는."


생존을 위해 생겨난 김치는 이제는 유럽에서 김치클래스로 유명세를 펼치고 있다.

마이클폴란이라는 유명한 음식저자는 김치를 양배추로 만들면서 내 눈에는 어색했지만, 채소를 소금에 절여 만든다는 김치의 가장 근본적인 조리법에는 아주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생존을 위해 생겨난 칼국수는 여전히 대전의 명물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내가 어느 날은 생면파스타집에서 짧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냥 색깔이 딱 있는 칼국수와 다른 게 없었다. 바질이 많다고? 칼국수는 쑥갓을 많이 넣을 것이다.


가락국수는 / 라멘은 일본에서 시작해서 그 면하나에 육수 하나에 정성을 다해 뉴욕을 정복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칼국수로 어디까지 정복할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우리는 오늘도 내게 주어진 것으로 어디까지 정복할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서민 음식 / 노포에서 먹는 칼국수를 보며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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