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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상규 Jan 18. 2024

3. 김치 : 나는 환경 안에 환경은 내 안에

만들어두니 쓸만하네요.

3번째 이야기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다.


 김치를 볼 때면 참 별 생각이 다 든다.

'이게 뭐라고'부터 '이런 분께서' 딱 이 스펙트럼을 모두 갖고 있는 음식으로 보인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중학생들에게 먹여야 하는 의무와 먹기 싫은 취향이 극단적인 음식이지만, 해외에서는 양배추 김치를 필두로 김치클래스와 다양한 김치 식문화가 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일상 속의 문화재는 그냥 일상일 뿐이라고, 우리에게 김치는 일상이고, 감사함 보다는 부모님같이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김치가 이 시대에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김치 냉장고' 덕을 빼놓을 순 없다. 김치 냉장고는 1년 사시사철 김치를 일정한 맛으로 먹을 수 있도록 엄청난 기술을 제공했다. '기술력'이라는 단어가 갖는 색이 차가운 계열 같아서 따뜻한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나중으로 두면 안된다. 우리에게 청소하는 게 재밌어지도록 하는 요소는 걸레질하며 어떤 노래를 부를까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우아하게' 청소할 수 있는 기술력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귀찮은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김치를 우아하게 먹을 수 있게 도와준 김치냉장고의 대표브랜드인 '딤채'는 김치라는 단어의 변천사 중 하나이다.


김치의 시작

 김치란 젖산 발효를 통해 채소를 겨울에, 그리고 1년 동안 보관하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식품이다. 발효란 염도, 습도 등 다양한 요소가 적합하게 세팅되었을 때에 좋은 균들이 음식을 부패시키는 것이 아니라 레벨업 시키는 개념이다. 그중 젖산발효는 소금을 통해 염분을 조절하고, 젖산균들이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본래는 어떤 채소든지 적당한 양의 소금을 뿌려두는 것이 모든 김치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김치의 첫 단어는 '침채'이다. 채소에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에 의해 물이 나오고, 그 물은 소금물이 된다. 그 소금물에 '침' (담그다) 한 채소라는 뜻의 '침채'였다.

 그 침채라는 단어가 [ 침채 -... -... - 딤채 -... -... - 김치 ]로 변해온 것이다.

 이 부분은... 항상 공부하며 불편한 영역이다. 마치 술이라는 단어의 시작은 발효 시 뽀글뽀글 끓는다 하여 '물 안의 불'이라는 '수불'이었다. 그 단어가

[ 수불 -.... -... - 수울 -... -... - 술 ]로 변형된 것이다.

납득이 안 가도 어떻게 하겠는가. 역사는 승리자가 기록하는 것이며, 어쩌면 기록한 사람이 승리한 것인데. 어쨌든 그런 김치의 단어의 변천사를 잘 활용한 김치냉장고 브랜드 덕에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산업의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진짜로' 먹고살기 위해서 (이 먹고사는 것은 현세대의 mz 가 먹고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만들어진 김치가 , 그 김치가 2000년대에는 김치냉장고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환경에 의해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 그 창조물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복잡하고, 돌고 도는 산업을 이해한다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산업에서

 이 브런치도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은 표현하기 위해 글을 썼지만, 그 글을 모으는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애초에 글을 쓰는 것은 책에 쓰는 것이었지만, 저장매체인 컴퓨터가 창조되고, 컴퓨터로 다양한 활동을 저장하다 보니 자신의 글도 저장하고 싶어진 것이다.

 환경에 속해있어서 만들어낸 것과 그 만들어낸 것에 의해 변화하는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안다면,

 많은 부분들을 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사람은 비바람의 보호가 필요해서 집을 만들었지만, 집을 이용한 다양한 사회적 시스템이 생겨났다.

사람은 먹고살고 생명의 연장을 위해 식품을 만들었지만, 그 식품을 팔기 위한 식당이 만들어졌다.

사람은 식품을 팔기 위해 식당을 만들었지만, 그 식당끼리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생겨났다.

사람은 그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그 플랫폼을 관리할 시스템을 또 만들어냈다.


내가 일부러 빼고 글을 쓴 것이 있다.

첫 문장에는 '사람은'으로 시작했지만, 그에 파생되는 문장에 / 쉼표 뒤에는 '사람은'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쓰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시스템도 식당도 플랫폼도 그거에 대한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환경에 의해 변하기도 /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우리는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 영향을 주기도

우리와 환경은 쉴 새 없이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삶을 발전시킨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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