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서 '피아노'보다 '팀파니'를 보는 이유
나는 친한 선배와 가끔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간다.
친한 선배가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가는 이유가 흥미롭다.
선배는 퇴근하고 회사 사람들을 마주치기 싫은데
절대적으로 마주칠 일이 없는 곳이 음악회라고 한다.
평소 나도 클래식, 지브리 OST 등을 집에서 자주 들었지만 음악회를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음악회는 나와는 달리 교양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방문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그곳에 오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연주를 듣는 건 평소 집에서 기계로 듣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모든 음악회가 아니지만 시립 교향악단과 같이 수준 높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2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이 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풍경이 머릿속에서 헤엄을 친다.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듣고 나면 그날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음악회 연주 할 때, 사용되는 악기는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아노, 바이올린, 플롯을 시작으로 트럼펫, 하프, 팀파니 등등
내가 모르는 악기들도 많았다.
여러 악기 중에서
나의 시선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피아노, 바이올린이 아닌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팀파니이다.
나는 왜 관심을 못 받는 팀파니에 시선이 가는 걸까?
일단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무리 잘한 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라도 싫다.
그 점에서 뒤에 위치하고 있는 팀파니가 피아노, 바이올린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아 팀파니를 보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나는 드럼, 팀파니와 같이 박자 맞추는 타악기를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딱딱 박이 떨어지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일정하게 연주되는 드럼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나는 팀파니와 같이
회사에서 눈에 띄지 않는 직원이다.
나 또한 눈에 띄고 싶은 직원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1인분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내향적인 성향은 책이나 유튜브에서 말하는 '적극성'과는 거리가 있어
'성공'하기는 힘들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할까..!?
어느 부서나 나와 같이 조용하고 말없는 직원이 존재할 것이다.
단언컨대, 친해지려고 사생활까지 물어보며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
조용한 직원은 내색하지 않지만
그런 관심을 받으면 그 부서를 떠나고 싶어 할 것이다.
조용한 직원은 과한 친절과 관심을 바라는 게 아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웃고,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나누며
그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만 해주면 된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