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제가 미워졌나요?

체력이 떨어지면 아기가 미워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by 암띤아빠

흔히들 육아는 '전쟁'이라고 한다.

전쟁터에 총 한 자루도 없이 참전하면 백전백패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아빠들이 육아전쟁을 대비해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걸 뭘까?


내가 생각하는 최우선은 "체력"이다.


몇 시간 걸려 정성스럽게 만든 이유식을 아기가 거부하는 건 늘 있는 일이다.

평소라면 "왜 안 먹을까? 우리 귀염둥이가"라고 웃으며 치즈나 다른 걸로 대체해서 먹인다.

하지만 유독 기운이 없어 밥 먹기도 귀찮은 날에는 모든 게 짜증이 난다.

아기는 평소와 똑같이!? 이유식을 거부하고 있지만 반응하는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다.

몸속 단전에서 시작하여 솟구치는 짜증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이성이 앉지도 못한다.

그렇게 제어력을 잃은 손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머리 위로 올라가다가 총알처럼 빠르게 옆에 있던 탁자를 강하게 쳐서 '탕' 소리를 만들어 낸다.

아기의 눈물은 깜짝 놀라서 다시 눈 속으로 들어가서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가 몇 초 후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아기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그때서야 나의 뇌는 '아차'하고 서둘러 이성에게 주도권을 준다.


이성을 되찾은 나는 깨닫는다.

"오늘도 전쟁에서 졌구나.."



아기를 재우고 우리 집의 유일무이한 소파인 리클라이너 1인용 소파에 편하게 누워 팩커피를 쪽쪽 빨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왜 매번 육아전쟁에서 질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아기에게 화를 내고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사람마다 역치는 존재하고 몸 상태에 따라 역치가 달라진다.

평소라면 역치가 높아 아무리 아이가 짜증을 내도 웃으며 넘기지만 기운이 없는 날에는 역치에 급격하게 낮아져 아기의 사소한 짜증에도 화가 난다.

그렇다면 역치가 평상시와 같이 유지되도록 체력관리를 해야 하는데 '운동'이 최고다.


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힘들게 하던 상사' 덕분이다.

그 상사는 후임들을 쥐여 짜면서까지 실적을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다.

유리멘탈인 나는 짜임을 몇 년간 당하니 번아웃이 찾아왔다.

번아웃으로 회사까지 그만두는 생각까지 했지만, 나에게는 아내가 있었기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시작한 게 '헬스'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곧 육아를 해야 하니 운동을 시키려고 신께서 그런 고통을 내 삶에 추가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번아웃이 오고 2~3개월 후 아내가 임신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면 체력이 향상되어 평상시의 역치를 유지할 수 있지만 2~3일 운동을 안 하면 그동안 쌓아왔던 체력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나의 체력을 테스트하기 좋은 시간은 아기를 재우는 시간이다.

아기가 거실에서 눈을 비비면 졸린 것으로 판단하고 침대에 눕히는데 역시나 바로 잠들지 않는다.

있다면 그건 현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유니콘'이다.

보통은 아기를 침대에 눕히면 놀고 싶다고 울거나 다시 뒤집기를 해서 나에게 안긴다. 장난감이 있는 거실로 나가자고

평소와 같으면 "귀염둥이 더 놀고 싶구나? 아빠랑 나가서 더 놀다 자자"라고 말하며 장난감이 모여 있는 거실로 나가 함께 논다.


하지만 웹툰이나 유튜브에 빠져 2~3일 운동을 안 해 역치가 낮아졌을 때는 아이의 울음을 귀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잠은 안 자고 왜 울고 있지?"

"아... 너무 짜증 난다"

아기가 더 놀고 싶다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나는 나의 짜증에 짓눌려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게 아기가 서럽게 몇 분 간 울고 있으면 나의 뇌는 또 그때서야 아차하고 이성에게 주도권을 준다.


그러면 나는 다시 깨닫는다.

"아빠로서 이건 아니지 않아?

이럴 거면 왜 육아휴직 했어?

차라리 회사에서 돈이나 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천근 같은 몸을 이끌고 겨우 아이와 함께 침대 밖으로 나온다.


체력이 약해지면 정신이 약해지고

정신이 약해지면 모든 게 짜증이 나고

모든 게 짜증이 나면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조차도 미워진다.



자녀와 내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

천금 같은 육아휴직을 얻어 아기와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기도 모자란데 단지 내가 기운이 없어 짜증이 몰려와서 아기에게 화를 낸다!?

이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체력'이란 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운동'을 간과하게 되고 결국 말도 못 하는 사랑스러운 아기가 미워지는 순간이 온다.


육아휴직을 앞둔 후배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기와 행복한 추억을 쌓고 싶지? 그러면 우선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해.

휴직 전에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1가지 선택해서 1 ~ 2달 먼저 해보고 휴직 중에도 꾸준히 하면 가능할 거야!"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