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때를 보고 늦게 온 우리 아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by 암띤아빠

나에게는 노트북을 켜면 항상 하는 습관이 있다.

그건 바로 즐겨찾기에 추가되어 있는 "하남시 공지사항"과 "경기민원 24"의 새로운 글을 확인하는 거다.

마치 하이에나가 새로운 먹잇감이 있는지 탐색하듯이


이런 습관은 우리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했다.

아기가 태어난다는 건 축복받을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돈' 들어가는 데가 너무나도 많다.

임신했을 때는 병원비, 식비, 약값

출산 후에는 산후조리비용, 분유, 기저귀, 육아템 등 왜 이렇게 많은지..

더욱이 육아휴직으로 월급이 끊기면 수입이 0원이 되어 동료 남자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주저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그렇다고 나는 아기를 돌볼 수 있는 평생에 딱 한번 있는 육아휴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라는 말이 있듯이

육아휴직을 하면 다른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의 문이 닫히는 대신 나라에게 시행하는 정책에 대한 관심의 문이 열렸다.

매일같이 나라의 지원책들을 확인하기 위해 '하남시 공지사항'과 '경기민원' 게시판을 확인했다.



내가 육아휴직 중 경제적으로 도움받았던 대표적인 정책은 4가지이다.


1. 육아휴직 급여

대표적인 경제적 지원책이 육아휴직 급여다.

만약 육아휴직 급여가 없었다면 육아휴직은 꿈꾸지 못했을 거다.

때마침!! 육아휴직 급여는 25년에 대폭 상승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덜어줬는데, 특히 '6+6 육아휴직제'는 가능한 직장인들이라면 반드시 하기를 추천한다.

100만 원대의 육아휴직 급여가 250만 원~450만원 웬만한 월급 수준이고 만약 아내가 먼저 육아휴직을 하고 남편이 이후에 실시하면 아내에게 무려 차액분을 지급한다.

예를 들면 아내가 육아휴직 급여를 112만 원을 받았다면 첫 번째 달에 138만 원(250-112) 차액을 받는다.

쉽지는 않겠지만 조건은 아내, 남편 둘 다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된다.

매월 1일 신청했고 중순에 지급이 되었다.


2.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육아휴직 급여 다음으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금액은 도시별로 금액은 다른데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월 3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해 준다.(최대 180만 원)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만 생각보다 신청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거주지의 동사무소에 3가지 서류를 가지고 방문해야 한다.

"육아휴직 확인서", "육아휴직 급여 지급 결정통지서", "지원 대상자 통장사본"

처음에 '확인서'와 '지급 결정통지서'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난감했다.

육아휴직 확인서는 회사 인사팀에 전화를 해서 요청해야 하나? 휴직해서 전화하기 싫은데...

어렵게 어렵게 찾다 보니 이 모든 것은 고용 24 사이트에서 해결이 가능했다.

마이페이지에서 '육아휴직 급여 신청서'를 클릭해서 확인서 및 통지서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부터는 동사무소에 가지 않고 말일쯤에 시청 담당자로부터 안내문자가 오고, 담당자 이메일로 중순까지 "육아휴직 급여 지급 결정통지서" 파일 1가지만 보내면

매월 25일 30만 원씩 6개월간 입금이 된다.


3. 농산물 지원

경기민원 24에는 임산부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정책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이다.

이 정책은 1인당 40만 원(보조 32만 원, 자부담 8만 원)을 지원해 줘 비싸서 선 듯 사 먹기 어려운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아직도 여기서 주문했던 달콤한 샤인머스켓의 맛이 잊히지 않는다.

육아로 힘들어서 그랬는지 상품이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먹어본 샤인머스캣 중 최고였다.

마치 등산 꼭대기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가정보육 어린이 건강과일 지원사업" 정책이 있는데 연 2회 과일바구니가 집으로 배송된다.

사과, 참외, 키위, 블루베리 등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과일들을 먹으면 육아의 피로가 싹 가셨다.


4. 전기비 감면

아기가 태어나면 관리비는 평소 대비 2~3배 폭등한다.

일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인한 전기비, 겨울에는 난방비

갑자기 관리비가 3배로 폭등하니 어느 날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전기 누전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겠어요?"

"아..... 아기를 출산해서 많이 사용했어요..."

"아.... 네..."

관리실도 당황할 정도로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다행히 출산가정에게 전기비 감면이 있는데 이건 행정복지센터에서 출생신고 할 때 같인 신청하면 된다.



어느 날 집에 쌀이 다 떨어졌다.

보통은 쌀이 떨어질 때쯤 마트에 가서 쌀을 사는데 육아로 정신이 없어 미처 쌀을 구매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돌려 먹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OO시 행정복지센터 직원입니다. 구세군 사랑의 쌀 나눔 선정이 되었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 오셔서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속으로 이제는 보이스피싱이 행정복지센터를 사칭해서 쌀을 신청하라고 하네. 무슨 꿍꿍이지?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음날 다시 전화가 왔다.

"어제 전화드렸던 행정복지센터 직원입니다. 아직 신청이 되지 않았는데, 신청이 어려울까요?"

"아.. 회사 때문에 못 갔는데 이번 주 내로 신청하겠습니다."

어??? 진짜인가?? 의심반 걱정반 동사무소에 갔다.

구세군 쌀 신청하라고 해서 왔다고 하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줬고 5분 내로 신청이 완료되었다.

같은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와이프 지인에게 말하니,

구세군 사랑의 쌀 대상자가 되기 어려운데, 마침!! 출산을 해서 된 것 같다고 축하해 줬다.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고 놓칠 수 있었던 혜택을 두 번이나 전화해서 꼭 신청하라고 말해주신 직원에게 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커피 한잔 사드릴게요!!"



우리가 경제적으로 힘들 걸 예상하고 좋은 때를 맞춰 태어난 걸까?


그러지 않고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1년 가까이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그렇게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임신을 실패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둘이 살자고 약속했다.

몇 달이 지나 TV에서 육아휴직 급여 상승,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신설된다고 들었을 때 마음 한편에서는 "이때쯤 아기가 생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텔레파시가 전달되었을까!?

과거의 우리의 약속이 무성하게 다음 달에 천사 같은 아기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지금은 '엄마', '아빠', '맘마' 밖에 말을 할 줄 모르지만

만약 아기가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내가 좋은 때를 보다 보니 조금 늦었네. 어때 괜찮았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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