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일이든 움직일 이유가 충분하지 않으면 쉽사리 행하지 않는다. 특히 지겹거나 힘든 일일수록 납득할만한 보상이 없으면 시작하기를 꺼린다. 예를 들어 누구도 이유 없이 시험을 응시하지는 않는다. 시험에 합격함으로써 더 나은 학벌이나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시험 준비라는 힘든 과정에 뛰어든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드는 이유도 다음 날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반드시 가야 할 곳이나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알람을 맞추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단잠을 소음에 방해받으며 일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듯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중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대체로 합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구도 고통 많은 삶을 왜 살아야 하는지는 모른다. 인생의 고통은 너무나 실재적이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철학, 과학, 종교, 예술로 삶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누군가는 신에서, 누군가는 불멸의 아름다움에서, 누군가는 우주의 법칙에서 삶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모든 시도가 밝혀낸 것은 인류가 인생에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싶어 한다는 사실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이란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우리를 시험하는 장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괴로움은 모두 누군가가 설계한 의도적인 장치이며, 이를 얼마나 현명하고 선하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우리가 죽은 이후의 처분이 결정된다. 이때 인간은 누구나 평가의 대상이 되며, 초월자가 주는 시련을 잘 견뎌내는 것을 목표로 삶을 살아가면 된다. 이와 반대로 현대인들에게 더 널리 받아들여지는 관점은 이번 생만이 유효하며, 이전이나 다음 생은 없다는 믿음이다. 후자의 사고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도 두 번째 기회는 없으니 이번 생에서 성공하고 누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생 끝에 보상이 있다는 믿음은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고통을 참고 견딘 자에게 보상이 당연하다면, 마찬가지로 현재의 우리에게 별다른 보상이 없다는 것 또한 과거의 (혹은 전생의) 우리의 책임이 된다. 이런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사 자기 자신의 선택을 검열하며 실체가 없는 부채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반작용으로 자포자기하고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게 된다. 치열하게 살든, 포기하고 나태해지든 이런 식의 인생관을 내재화하면 진정한 현존은 불가능해진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건 현재가 미래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자원이자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현재가 현세의 성공, 또는 내세의 인정을 위한 발판이 된다면 현존의 가치는 없다. 그렇게 믿는 사람에게 현재 당신이 살아있음을 상기한다고 하더라도 "그야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가?" 하는 반응 외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들은 성공한 이후, 아니면 내세에서나 "진짜" 삶을 살고자 한다. 이처럼 끝없이 삶을 유예하기를, 모든 좋은 것을 미래로 미루기를 강요받으면서 진정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노력과 보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우주 전체의 시간과 공간의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찰나보다도 짧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끝없이 많은 은하계의 무수한 행성 중 우리가 발을 댄 곳은 단 하나에 불과하며, 개인이 남긴 발자취는 말 그대로 먼지보다도 작다. 따라서 유한한 삶 속에서 아무리 선하고 현명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더라도 우주의 관점에서 이는 미미할 수밖에 없으며, 내세에서든 현세에서든 보상받아 마땅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니 당신이 힘들고 귀찮은 것을 꾹 참고 무언가를 하더라도 아무런 결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되는대로 살며 잠깐의 쾌락만을 추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특별한 일이다. 아무리 평범하고 인상적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있음 그 자체는 경이로운 확률을 뚫고 발생한 이벤트이다. 그러므로 서둘러 지금의 지루하거나 시시하거나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다. 더 나은 미래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개별적 상황이 당신이 살아있다는 유일한 진실을 훼손할 수는 없다. 미래나 내세의 보상을 바라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순간들을 내 방식대로 보내기 위해 사는 것이다.
인생은 고통과 즐거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흘러간다. 모든 일이 찰나이고, 반드시 지나가기 마련이며, 더없이 예외적인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 무엇도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목표나 미래, 내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불안도 느낄 필요가 없다. 우리의 유한한 시각에 갇혀 이유와 근거를 따지는 것으로는 생에 대한 어떤 정답에도 도달할 수 없다. 그러니 현존의 기쁨과 고난이 그 자체로 온전함을 알고 받아들이며 미래의 보상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을 사는 것, 그것이 생을 대하는 또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