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곳에서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우화나 흥부놀부전처럼 욕심을 부리는 사람의 비극적인 최후를 보여주는 전래 동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처는 아예 인간이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버려야 하는 세 가지 독(毒) 중 하나로 탐욕을 꼽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말은 너무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당위 명제이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재물과 권력, 명예에 집착하다가 부정이나 범죄를 저지르고 뉴스에 오르는 유명 인사가 얼마나 많은가? 욕심은 만악의 근원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왜 조금 더 욕심을 가지면 안 되는지 반항심이 솟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시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조금씩들 더 잘살고 있는 것 같다. 시중의 수많은 재테크나 자기 계발서는 공부나 일, 재산에 있어 욕심을 부리라고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한다. 어쩌면 원대한 목표나 큰 욕심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적인 삶을 쟁취하는 게 아닐까?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실제로 욕심이 성취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많은 사람의 선입견과 달리, 욕심은 성취의 원동력이 아니라 오히려 높은 성취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Sam Glucksberg는 1962년에 실험을 통해 물질적 보상에 대한 기대가 개인의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피험자들은 몇 가지 도구가 마련된 상황에서 양초를 벽에 고정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는데, 이때 절반에게는 과제에 대한 안내만 주어졌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과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 따라 5달러 또는 20달러의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말해 앞선 절반의 참가자들은 과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반면에 나머지 절반에게는 경제적 유인이라는 동기가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조건만 놓고 보면 성공할 시 돈을 받기로 한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훨씬 빠르게 문제를 해결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자의 참가자들이 성공 비율도, 평균적인 성공 속도도 더 높았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보상에 대한 기대가 없던 사람들은 과제를 해결한다는 목표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창의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어떤 시도에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정신적 여유가 있었다. 반면에 높은 보상을 약속받은 참가자들은 보상을 얻지 못하게 될까 하는 걱정 때문에 오히려 문제 해결에 애를 먹었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유연하지 못한 방식으로 과제에 접근했기 때문에 해결에 실패한 것이다.
욕심이 눈을 가리면 상황 대응 능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지하는 기능 자체가 현저히 떨어진다. 욕심이 생긴다는 것은 특정한 대상에 관심과 주의를 빼앗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면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욕심나는 것이 생기면 가치를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서 예단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 물건, 상황에 사로잡히고 집착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못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신 전자기기가 유명세에 힘입어 품귀현상을 보인다고 가정해보자. 많은 사람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구매하거나 웃돈을 주고 중고로 사고자 하므로, 이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나 수고를 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욕심이 눈을 가리면 아마 어떡해서든 이를 남들보다 먼저 손에 넣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줄을 서거나 원래의 가격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물건을 받아 들면 아쉬운 부분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만족감이 떨어진다.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은 가치를 객관적으로 따질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충동적인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람, 좋아 보이는 직업 등 그때그때 마음이 욕망하는 대상에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물질도 욕심을 충족시켜 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거듭하여 실망을 맛본 후 새로운 욕망의 대상을 찾아 헤매는 악순환에 빠진다. 욕심을 다스릴 줄 알아야 포장이나 유혹에 휘둘리기보다는 옥석을 가리고 자신에게 진정 의미 있는 것들만 쫓을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 안에 있는 욕망이란 대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떠든 것들의 집합이다. 어떤 물건이 요즘 유행한다, 어떤 지역이 살기 좋다, 어떤 직업이 편하고 돈도 많이 번다 등 모두 겪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기대가 부풀려져 만들어낸 환상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전혀 생각지도 않던 것들까지 눈앞에 보이니 마음이 흔들리기도 어느 때보다 쉽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포장된 것이어도 인간의 무한한 욕심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성취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저 삶이 던지는 문제들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사람만이 더없이 평온하게 계속해서 원하는 일에 도전하고, 아무리 실패해도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 벽에 양초를 고정할 수 있게 된다.
욕망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며,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도 아니다.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 저것만 갖게 되면 편안해질 것 같다는 착각은 항상 우리를 따라오겠지만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모든 것을 갖출 수도,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수도 없음을 알고 나면 그런 잡념을 떨치고 우리에게 중요한 일들에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이렇게 탐욕을 넘어서는 순간, 많은 것들이 별것 아니게 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게 되는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