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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사가 Oct 16. 2023

퇴사하다

들어가는 글_1

처음으로 가장 길게 일한 회사에서 3년간 경력을 쌓았다. 연봉과 직급을 올려 다음 회사로 이직해 1년을 더 일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이제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만 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4년간 이게 맞을 거라며 나 자신을 부단히 설득했었다. 호기심도 많고 모험을 좋아하는 나는 20대 때 이것저것 시도하다 회사생활을 늦게 시작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일들에 비해 이뤄놓은 게 없어 부모님은 조급해하셨다. 나도 더 이상 나의 선택을 믿을 수 없어 회사에 입사했다. 다른 사람들이 잘살고 있다고 인정하는 과업 기준인 결혼, 육아, 내 집 마련 등을 목표로 안정감을 쫓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성실히 회사도 다니고 적금도 들고 소개팅도 하면서 4년을 쉼 없이 일했다. 하지만 이 선택 또한 쉽사리 맞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전 회사의 문화가 나에게 맞지 않아 회사생활이 즐겁지 않았고 겉보기에만 멀쩡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결혼하라고 푸시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결혼은 더 신중해졌다.


나다운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20대 때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했던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 아마도 방법과 태도가 틀렸을 것이다. 껍데기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삶이 아닌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삶을 꾸려나가야겠고 생각했다. 심사숙고 끝에 회사생활을 잠시 멈추는 게 맞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작년 10월 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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